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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영산정사 조실 경우 큰스님 |
우주 만물이 끊임없이 유행하는 가운데, 또 한해가 지나고 또 한해가 다가왔습니다. 새해에도 우리 불자님 모두 가내 평안하시고 만사형통, 소원, 복락을 원만히 성취하시길 부처님 전에 합장 발원 드립니다.
일상에서는 육십갑자가 모두 그렇듯이 새해인 불기 2564년 경자년(庚子年)도 60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데, 이 경자년의 ‘庚’은 흰색을 뜻하고 뒤의 ‘子’는 12지의 쥐를 일컫습니다, 그래서 식자들은 경자년을 ‘흰 쥐의 해’라고 칭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쥐는 오랜 옛적부터 산과 들, 집 등지에 많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도시, 시골 등에 분포하는 곰쥐·집쥐·생쥐 등이 사람들과 함께 공생하고 있기도 합니다.
쥐의 해인 ‘경자년’이라는 글자의 뜻 속에는 어둠 속에서 만물의 씨앗을 잉태하는 기운으로 당장은 큰 이익이 생기거나 결실이 맺히지 않을 수 있으나, 일을 함에 있어서는 시작을 뜻하면서 초석을 다지는 의미로도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불자님들은 매사에 근검절약과 실속을 중시하고, 또 끊임없는 공부로 생각을 개발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로 삼아, 꾸준하게 노력하면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솝우화집에 쥐와 관련된 우화인 《시골쥐와 도시쥐》가 있습니다.
어느 날 시골에 사는 쥐가 도시에 살던 쥐를 초청했습니다. 두 마리 쥐는 밭에 있던 곡식들을 먹으면서 도시쥐가 시골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골쥐야, 왜 이렇게 형편없는 음식을 먹고 사니? 내가 사는 도시에 한 번 오지 않을래? 그러면 신기한 음식들을 배불리 먹을 수 있어.” 하고 꼬드겼습니다.
이어 두 마리 쥐는 함께 도시쥐가 살던 도시로 향하고, 한 건물에 도착한 도시쥐는 시골쥐가 본 적이 없던 화려한 음식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시골쥐가 음식을 막 먹을려고 할 무렵,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람에 시골쥐와 도시쥐는 혼비백산하여 좁은 쥐구멍으로 쏜살같이 도망했습니다.
다시 음식을 먹으려고 하자 또다시 사람이 들어오고 하는 바람에 무서워서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시골쥐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목숨을 걸어가면서 먹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나는 밭에서 나는 곡식이나 채소가 편하고 좋으니 고향으로 돌아 갈거야““라며, 시골쥐는 도시쥐에게 이별을 고하고 시골로 돌아 가버렸다는 것이 이솝우화의 내용입니다.
이 이야기는 분수를 모르고 재물과 욕망을 쫓아가는 사람들을 도시쥐, 시골쥐에 빗대서 하는 은유적 내용으로, 소박하고 정갈한 삶의 본래 자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골쥐의 수행과 지혜로움을 읽어내어야 하겠습니다.
새해 들어서도 전국 산사의 선방에서는 많은 수좌스님들이 동안거 참선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본래 참면목을 보고자 화두를 틀어쥐고 오늘도 좌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출가수행자나 재가수행자들에게 화두 참선에 대해 몇 마디 일러두고자 합니다.
먼저 화두를 받아들고 이를 일심으로 추궁하여 성불할 때까지 끊임없이 해나가야 합니다. 화두란 육조스님께서 이르셨듯이 “이 뭣고?”라는 의심덩어리를 간절하게 참구하는 것입니다. 조주스님께 한 스님이 묻기를, “불법에 있어 최상의 대의가 무엇입니까?” 하니, “뜰 앞의 잣나무니라!” 하였다는 겁니다.
화두에는 1,700공안이 있다고 하는데, 그 중에 중요하고 어려운 화두가 조주 ‘무’자 화두입니다. 때마침 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어떤 스님이 조주스님에게 여쭈었습니다. “스님! 저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하자, 조주스님 曰! “없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은 만유의 모든 생명에 불성이 있다고 했는데, 조주스님은 왜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 했을까? 이를 의심하는 것이 ‘무’자 화두입니다.
이 화두는 성불할 수 있는 길과 직결되는 가장 수승한 화두라 일러왔으니, 이는 ‘일체유심조’ 사상으로도 잘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이 뭣고’ 화두는 ‘뜰 앞의 잣나무’ 화두와 함께 참선하는 데에 있어 가장 잘 알려진 공안으로, 그 가운데 조주스님의 “왜 없다고 했는고?”라는 의심을 가지고 한 생각을 모아 밤낮주야로 추궁해나가는 것이 참선 수행의 본질인 것입니다.
화두는 행주좌와 어묵동정에서 오매일여에 이르기까지 한 생각을 집중해서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일상생활에서나, 잠이 들어 꿈을 꿀 때나, 대화 중이나, 병중에 있을 때나, 음식을 섭취할 때나, 격한 투쟁 중에도 오매일여, 몽중일여, 내외명철에 이르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화두를 참구하면 ‘일체유심조’로 이루어지면서 성불로 가는 길입니다. 화두를 틀어잡고서 “이것뿐이다!”라고 죽기를 각오하고 정진해 나가면, 숙업이 해소되어 마음이 자재한 이치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발복과 소원성취를 기원하기도 하지만, 불자들은 대개 부처님 법에 따라 수행하고 바르고 선하게 살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그러나 자기를 잘 챙겨보지 않으면 어리석은 삶은 거듭하게 됩니다. 그래서 공부인이라면 일상에서 행해지는 잘못된 습관과 행위는 가려가면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사람이나 물질이 그 모양이 아무리 좋아도 행위가 바르지 않으면 천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이 흉보는지도 모르고 떠드는, 수치를 모르는 사람은 어리석고 천하다고 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떠들고 다니는 사람. 곁에 있는 사람은 곤란을 겪는데, 냉소적이거나 딴청을 부리는 사람. 무슨 일이든지 명확하지 않고 드나듬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 타인을 헐뜯고 남이 잘됨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사람. 자신의 부족함을 보지 않고, 남을 이용해 자기 자랑하는 사람을 어리석고 천한 이 라고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유를 들어서 설하고 계십니다.
새해 경자년도 매년 그렇듯이 사회, 정치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난관들이 도처에서 일어나겠지만, 좋은 일도 그에 못지않게 다반사로 일어납니다. 이러한 시류 속에서 우리 불자들은 어리석고 자신밖에 모르는 천한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삶을 영위해 나갑시다. 나무 관세음보살
경자년의 ‘庚’은 흰색을 뜻하고
뒤의 ‘子’는 12지의 쥐를 일컫습니다
화두를 참구하면
‘일체유심조’로
이루어지면서
성불로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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