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는 약육강식이라는 자연의 법칙이 있다. 그런데 인간이 그 법칙을 어기고 다르게 살아보려고 만든 것이 종교다. 그러므로 일반 동물 세계에는 종교가 없다. 그런데 종교가 약육강식이 아니라 자비(사랑)를 통한 공생을 시도했지만 수천 년간 사회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종교 때문에 전쟁과 살육이 자행되었다. 모든 종교가 자신들만이 올바른 종교며 구원(영생)이나 자유(해탈)도 자신들의 종교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러 종교 중에서 불교가 우주 원리에 매우 부합하는 종교다. 그런데 불교에서 착각하는 것이 있다.
불교에서 주장하는 우주 원리는 무아와 연기를 통한 무상의 변화다. 그 변화 속에서 우리 인간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그 대답이 바로 중도인데 중도는 우주 원리가 아니라 우주 원리 속에서 인간이 취해야할 바람직한 자세 즉 철학에 속한다. 무상의 변화는 어떤 존재의 절대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며, 그렇다면 그 허무한 가치를 위해서 싸우거나 극단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 아니라 중도적인 자세를 취하자는 것이다. 중도는 어느 극단을 택하지 않는, 다시 말해서 양쪽을 모두 배려하는 것이며, 이것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자비인 것이다.
자비는 가진 자가 없는 자를 배려함으로써 사회의 양극화를 방지하고 평준화에 가까워지면서 극단이 아니라 중도적인 방향으로 가서 종교의 원래 목표인 공생을 하자는 것이다. 우주의 원리(무아와 연기)는 과학이므로 바뀔 수 없지만 중도는 철학이므로 경우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적용할 수 있다. 무작정 중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교육적인 목적이나 혹은 좀 더 큰 가치를 위해서 상황에 따라서 극단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회에서 벗어나는 것이 해탈이 아니라 지나치게 교조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규칙에 속박되지 않으며 여러 가지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정한 해탈이다.
불교의 목적은 자유(해탈)를 획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승려들이 경전이나 사찰에 지나치게 묶여 있으면 해탈하지 못한 것이다. 출가의 목적은 깨달음이므로 깨달음을 얻었다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취한 방편은 버려도 된다. 강을 건넜으면 강을 건너기 위해서 취한 배는 버려야 더 전진할 수 있다. 6도 윤회에서 벗어나는 것이 해탈이 아니라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해탈이다. 우주는 무상의 변화를 일으키므로 아무 것도 고정된 것이 없다. 자신도 어디에도 묶이거나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 그것이 바로 해탈이다. 사실은 모든 존재가 이미 해탈되어 있으나 본인이 해탈된 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자신이 만든 감옥에서 스스로 갇혀서 사는 것이다.
종교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그런 현상은 빈번히 일어난다. 필자가 지난 글에서 말했듯이 남녀는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가 아닌데 대부분 다른 존재로 인식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차별 속에서 살아왔다. 근세까지 대부분의 여자는 스스로 약자라고 생각하고 남자에 의존해서 사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우리 선조들은 여자의 삼종지도(여자는 결혼하기 전에는 아버지를, 결혼해서는 남편을,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도리)를 주장했고 여자들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여성들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하기 위한 움직임이 점점 강화되고 있었으며 그래서 여성가족부가 탄생했는데 그로 인해서 지금은 반대로 남성들이 반기를 들면서 젠더 이슈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생존 경쟁을 하게 된다. 집안에서는 형제자매와 경쟁하고, 학교에서는 친구와 경쟁하고, 직장에서는 동기와 경쟁하고, 사회에서는 남녀가 경쟁하고, 국가 간에는 민족이 경쟁하고, 지구에서는 동물과 식물이 경쟁한다. 남녀의 경쟁과 차별은 어느 곳이나 조금씩 있었지만 특히 서양이 심하다. 서양은 기독교가 정신문화를 지배했고 그 영향이 매우 크다. 성경의 발원지인 중동의 부족들은 여자를 마치 재산 품목처럼 관리했고 지금도 일부다처제를 갖고 있는 등 지극히 불평등한 사고를 갖고 있다. 그래서 최초의 여자도 남자의 갈비뼈로 만든 부속품처럼 취급하는 발상이 나왔다. 성경은 여자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나 어린이도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다. 성경은 힘 있는 자가 정의롭다는 철저한 물리력 우선주의이다.
구약에 보면 여호와에게 제사를 지낼 때 장애인은 참여하지 못 하도록 하고 예수가 5병2어의 기적을 행할 때에도 사람의 숫자에 여자와 어린이는 제외한 것을 보면 모든 약자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약에서 인구조사를 할 때도 힘이 있는 장정들의 숫자만 파악한다. 기독교는 여자들은 아무리 뛰어나도 성직자(신부)가 되지도 못 하도록 할 만큼 철저히 물리적인 강자들을 위한 논리로 무장되어 있다.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서양은 여자가 시집가면 아예 성부터 남자의 성으로 바꾸어 여성의 인격을 인정하지 않았음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우리나라는 여자를 안주인 내지는 안방마님이라 부르고, 여자들이 실제적인 경제권과 집안 경영권을 장악했으며, 남자와 거의 대등한 인격체로 대우 받았다. 임금이 죽어도 왕비는 왕대비나 대왕대비가 되어 왕에 준하는 실세를 가진 왕실의 최고 어른으로 모셔졌다. 우리나라 여성은 그래도 서양에 비해 좋은 세상에서 태어났음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서양의 남존여비 사상은 언어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영어를 보면 남자의 단어에 접두사나 접미사를 붙여 여자 단어를 만든다. 발음도 자음 중심이고 모음은 단순히 자음과 자음 사이에 부딪침을 방지하기 위한 윤활유 구실만 할 뿐 자체의 음가가 어떤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악센트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발음기호대로 발음하지 않고 우물우물 발음하거나 심한 경우 생략한다. 그것이 우리나라 사람이 영어를 잘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한글은 모든 음을 같은 음가로 발음하려고 하는데 영어는 중요한 곳만 분명하게 발음하고 나머지 발음은 약하게 발음한다. 우리의 언어가 평등사상의 반영이라면 그들의 언어는 약자를 무시하는 약육강식의 언어다. 우리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모음에도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다른 생명체가 아니며, 인간은 남자와 여자의 성질(유전자)을 모두 가지고 있으나 남자의 성질이 우성이 되고 여자의 성질이 열성으로 나타나면 소위 남자가 되고 그 반대로 여자의 성질이 우성으로 나타나고 남자의 성질이 열성으로 나타나면 여자가 되는 것이며 가끔씩 유전자가 잘못 되어 우성과 열성에 혼란이 오면 중성이나 양성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전문 용어로 설명하면, x y 염색체 자체가 남자와 여자의 염색체가 아니라 x는 남자를 우성으로 결정하는 염색체고 y는 여자를 우성으로 결정하는 염색체에 불과하며 x와 y중에서 y가 우성이라는 것이다. 남자 속에 여자의 유전자가 들어 있고 여자 속에도 납자의 유전자가 들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호르몬을 바꾸어 준다고 해도 남자가 여자로 바뀔 수는 없다.
우주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존재 이유가 있고 그 존재 가치는 크고 작음이 없다. 기계가 돌아가려면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부품이 모두 협력해서 돌아가므로 부품의 덩치가 크다고 그만큼 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인간들은 모든 존재의 가치를 매겨서 차별을 하려고 한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똑같은 가치를 가진 존재이지만 인간의 관점으로 보면 인간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일까?
기독교가 주장하는 창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간만이 유일하게 영혼을 가진 존재로서 참으로 고귀한 존재이지만 과학이 주장하는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인간은 여전히 고귀한 존재다. 인간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진화되어 만들어진 우주 최고의 정교한 예술품이고, 모든 개인은 60억 인구 중에 단 하나밖에 없는 독창적인 존재며, 따라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매에서 팔리는 최고의 예술품보다 더 값진 존재다. 그렇게 인간의 진화의 관점에서 봐도 고귀한 존재인 만큼 인간은 존재가치에 걸 맞는 고귀한 행동을 하도록 항상 노력해야 한다.
설혹 인간의 몸속에 영혼이 없거나 혹은 천국이 없다고 할지라도, 훌륭한 예술품을 생명체가 아니라고 함부로 하지 않듯이, 인간이라는 우주 최고의 예술품을 귀중하게 다뤄야 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은 최소한 수억 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들어진 소중한 작품이기 때문에 우리가 함부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당신은 60억 인구 중에 단 하나뿐인 예술품이다. 당신은 어느 누구도 닮을 필요가 없으며 어느 누구를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오직 당신은 당신다워야 하고 남과 다르다는 것을 자부심으로 삼고 성실히 살아가면 된다.
기독교 경전에 보면 예수가 ‘안식일을 위하여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하여 안식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좀 확대 해석해 보면, 종교를 위해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종교가 있다는 것이다. 종교인들이 잘못하는 것 중 하나가, 종교가 참삶을 살기 위한 수단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목적이고 인간의 삶은 종교를 위해 받쳐져야 하는 수단으로 전락시켜서, 아름다워야 할 삶을 오로지 종교를 위해 희생하게 만들고, 인간을 교주(예수나 석가)의 사랑받는 제자가 아니라 교주에게 헌신하는 노예로 전락시켰다.
도대체 어떤 선량한 교주가 자기가 사랑하는 인간들이 교주를 위해서 노예처럼 살기를 원한단 말인가? 도대체 어떤 부모가 자식이 부모를 위해서 희생하기를 원한단 말인가? 종교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고 또 그 효과가 상당히 긍정적이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서 건전한 사회 발전에 기여하도록 종교인들은 노력해야한다. 교주는 신도들이 교주를 위해서 헌신하지 말고 신도 자신들을 위해서 살기를 원한다. 그런 교주가 아니라면 그 교주를 존경하거나 신뢰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종교를 믿는 이유는 교주의 생각이나 행동을 배워서 교주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그러는 것이며 교주에게 무엇을 부탁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명상이나 참선은 바람직하지만 교주에게 헌신하거나 무엇을 부탁하는 불공이나 예배는 교주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차후에 상세하게 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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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길몽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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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장소 : 인사동 '달마선원'이며, 모임시간은 참석 예정자들과 상의하여 편한 시간 으로 결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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