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을 다시 맞는다. 2,600여 년 전 부처님은 고통과 괴로움이 가득한 이 세상에 지혜와 자비의 빛을 비추기 위해 오셨다. 인류의 영원한 스승으로 진리의 등불로 오신 부처님을 기리기 위해 우리는 오늘 부처님 전에 향을 사르며 삼배의 예를 올린다.
부처님은 80 평생을 지내면서 인간의 근본적인 괴로움을 마주하고,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는 길을 직접 보여주셨다. 모든 것은 서로 이어져 있으며, 나와 남, 생명과 생명 사이에 본래 구별이 없다는 연기법의 진리를 가르치셨다. 이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나 환경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그동안의 인연과 행위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의 고통이나 어려움을 단순히 외부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자기 내면을 돌아보고, 올바른 행동과 마음가짐을 통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오늘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여전히 많은 이들이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전쟁과 갈등은 끊이지 않고,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는 깊어지고 있다. 개인의 외로움과 마음의 상처도 점점 더 커져만 간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방향을 잃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 이럴 때일수록 부처님의 가르침은 더욱 절실하다.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을 버리고, 자비와 지혜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부처님의 말씀은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등불이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가 정한 올해의 봉축 표어는 ‘세상에 평안을, 마음에 자비를’이다. 이 간결한 표어는 부처님 가르침의 정수를 담고 있다. 세상이 평안해지려면, 먼저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자비가 피어나야 한다. 마음이 불안하고 경계로 가득 차 있으면, 세상은 결코 평화로울 수 없다. 내 마음이 잔잔해지고, 상대를 이해하고, 아끼는 마음이 깊어질 때, 그 작은 울림이 주변을 넘어 세상 전체를 따뜻하게 만든다.
자비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가까운 이웃을 이해하려는 작은 노력, 다툼을 멈추고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 등이 곧 자비의 실천이다. 그 실천이 쌓일 때 세상은 조금씩 평온해진다. 이제 우리는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작은 생명 하나도 소중히 여기며, 분노보다는 이해를 선택하는 보살의 삶을 살아야 한다.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은 올해 부처님오신날 법어를 통해 “부처님의 안목으로 세상을 살면 걸음걸음마다 연꽃이 피어나고 행하는 일마다 무진 법문이 된다”고 설했다. 또 “어떠한 허상에도 속지 않고 한 중생도 외면하지 않은 원력 보살이 되겠다는 발원을 하는 불자야말로 부처님이 칭찬하시고 제천과 호법선신이 찬탄하는 참 불자의 모습”이라고 설했다.
이제 부처님오신날을 온 국민과 함께 봉축하면서 우리 각자가 모두 원력보살이 되기를 부처님 전에 간절히 발원해보자. 그리하여 세상에는 평안을, 마음에는 자비를 심어주는 참 불자가 되자.
발행인 김성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