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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08/09/11 16:11:02  장세훈
노래 한 자락에 연화장세계가 활짝 열리네
(특별초대석) 무료음성공양단체 ‘선불남성합창단’

굳은 신심·음악 향한 열정만으로 똘똘 뭉친 거사합창단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 중후한 하모니 일품
매주 금요일 2시간씩 연습 구슬땀, 교계 행사 단골 참여

‘부처님의 법을 노래로써 편다’는 일념으로 창단된 선불남성합창단원들이 지난 5월 연등축제 후 한데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5일 오후 7시, 서울 조계사 근처의 작은 포교당 연화장세계(주지 명혜)에는 덩치 큰 거사들의 발길이 하나둘 이어졌다. 연령대도 다양해 아직 소년 같은 20대 중반의 학생과 사회초년생에서부터 그만한 또래의 자녀를 둔 50대 후반 중년에 이른다. 어림잡아 20명 정도의 인원이 속속 모이자 법당 안은 입추의 여지도 없을 만큼 비좁아진다. 이 시간, 모두들 퇴근해 집으로 향할 이 늦은 시각에 각자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이자 한창 사회활동으로 분주한 이들 남성들이 어떤 용건으로 이렇게 비밀스럽게 회동한 것일까?
이어 마지막으로 유일한 홍일점인 여성 한 명이 도착해 인사를 건네자 이들 모임의 성격이 드러났다. 이들은 이내 일사불란하게 자리를 정비하고 무슨 악보집 같은 걸 꺼내더니 각자 목소리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아노 반주에 맞춰 시작된 첫 곡은 찬불가 ‘무상’이었다.

교계에 그 유래를 찾기 힘든 거사합창단 선불(宣佛)남성합창단과의 첫 만남은 이러했다. 생계로 바쁜 남성들이 매주 금요일 오후 정해진 시간에 모여 2시간 가까이 노래 연습을 한다는 건 그야말로 녹록치 않은 게 현실.
하지만 선불남성합창단 단원 20여 명은 오로지 선불(宣佛), 즉 합창단 명칭 그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법을 노래로써 편다’는 일념 하나로 자신들의 바쁜 일상을 쪼개 음성공양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었다.
모처럼 찬불가 ‘무상’을 듣자니 그 고운 선율과 구성진 가사도 인상적이지만, 항상 자주 듣던 여신도들의 하모니가 아닌 거사들이 내뽑는 중저음의 깊은 음성으로 듣고 있자니 곡의 아름다움도 한층 새롭게 느껴진다. 곡을 소화하는 동안 이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진지하고 저마다의 환희심 속에 빠져드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애초 선불합창단의 발단은 조계사 거사합창단에서 시작한다. 조계사 어린이합창단 아버지들이 모여서 찬불가를 배우기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구성된 거사합창단은 그 인연을 밑거름으로 계승·발전해 드디어 지난해 4월 뜻 있는 단원들을 추가 규합, 선불합창단을 창단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이들 구성원들의 제적사찰은 제 각각이라는 사실. 조계사 외에도 봉은사·불광사·능인선원·공생선원 등으로 다양한데다 이들은 각 사찰 소속 합창단에서도 수년 째 맹활약하고 있다. 그야말로 음악이 좋아 음성공양이 좋아서가 아니고는 이만한 열정을 내기란 쉽지 않다.

선불합창단은 1테너(4명), 2테너(5명), 바리톤(3명), 베이스(4명)에 반주자 등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유일한 홍일점으로 조계사어린이합창단을 거쳐 현 봉은사청년합창단의 지휘를 맡고 있는 민선희 지휘자가 무보수로 가세해 아마추어 합창단이 가진 어쩔 수 없는 한계인 ‘내공 부족’을 전문적인 훈련과 지도를 통해 보완한다.
창단 초기부터 선불합창단의 행보는 매우 분주했다. 교계에 드문 남성합창단이라는 점과, 뛰어난 기량 등이 입소문을 타며 크고 작은 행사들마다 손길을 내민 것이다.

이들의 역사적인 첫 공연은 지난해 10월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국립국악관현악단 국가브랜드연주회 ‘네 줄기 강물이 바다로 흐르네’ 중에서 불자작곡가 김영동 씨가 맡은 ‘화엄’이라는 대곡에서 독경과 합창부분을 공양한 것이다.
이 첫 공연의 성공으로 김영동 작곡가와의 인연도 이어져 그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경기도립국악단 제72회 정기연주회인 ‘초연의 밤’에도 같은 해 10월 26일 초청돼, 분단된 조국의 아픔을 치유하는 내용의 곡 ‘하나’라는 곡에 참여했다.
이들은 이후 경기 시흥 효일사 기공식(지난해 10월 28일), 불광사(12월 9일), 국악관현악축제(12월 13일), 공생선원 관음보살 점안법회(올해 3월 9일), 동대문운동장 연등축제(5월 4일 연합합창단 자격), 광명시 연등축제(5월 10일) 등 무수한 자리에 초청돼 행사를 빛냈다.

또한 지난 8월 31일에는 합창단원인 김덕재·노기송 씨가 BBS불교방송(FM 101.9)서 매주 토·일요일 오전 8시부터 9시에 방송하는 〈BBS초대석〉에 출연해 합창단 활동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와 평소 신행생활 등을 이야기하고 중후한 화음으로 음성공양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불음을 통한 수행, 나아가 팔정도 구현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힌 한 단원의 각오처럼, 노래 할 땐 항상 하심하는 자세로 마음자리를 정돈하고 나아가 듣는 이로 하여금 신심이 절로 나게 하는 그런 하모니를 이끌어내기 위해 선불합창단은 오늘도 작은 법당 안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정진하고 있다. 부처님의 무한가피로 더 많은 자리에서 이들의 따스하고 깊은 노래들을 들을 수 있기를 고대하며,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애정도 당부한다.

장세훈 기자 xsatin@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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