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A사찰에 한 거사의 전화가 걸려왔다. 귀금속 협회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거사는 간밤에 자신의 집에 강도가 들어와 부인과 딸을 감금하고 금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그 강도가 A사찰 달력을 보고 마음을 돌렸다는 감사의 전화였다.
서로에 대한 안부와 덕담이 오간 후 거사는 강도가 '자신의 마음을 돌리게 한 고마움으로 사찰을 방문해 2천만원을 보시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전화 직후 당일 전라도 말투를 쓰는 거사가 사찰에 찾아왔다. 그 거사는 자신이 어제의 강도인데 사찰 달력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고 자신을 설명했다.
주지 스님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개과천선한 그를 진심으로 맞아 주었다.
그는 이어 “조직에서 변절한 자신을 찾고 있다”며 “도피자금으로 2백 만원정도를 차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마음이 약해진 스님은 어려운 사찰 살림에도 50만원 정도의 차비를 선뜻 내어주었다. 또한 떠나면서 거사가 부탁한 3주 동안만 비밀로 해달라는 요청도 들어줬다.
하지만, 추후 알고 보니 이는 보이스 피싱 형태의 치밀한 사기 사건이었다.
최근 사찰 상대로 이런 형태의 사기 사건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어 각 사찰의 주의가 요구된다.
조계종 호법부(부장 덕문)는 “근래 사찰을 상대로 한 보이스 피싱 사기 사건이 제보되고 있다. 각 사찰의 주의를 요한다”고 1월 19일 밝혔다.
호법부는 “보이스피싱 형태의 사기로 인한 피해는 그 금액이 크지는 않으나 손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고 금전적 손해 이외에도 다수를 상대하는 사찰의 입장에서 대외적인 신뢰감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적인 사기범들에 의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만큼 쉽게 넘어갈 수 있다”고 주의를 요한 호법부는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가 걸려올 경우, 즉시 경찰서에 신고하고 총무원 호법부로 연락해 주기 바란다. 주변 사찰에도 연락해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신중일 기자 bono98@jub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