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오직 불심하나로 판각의 외길 인생을 걸어온 죽호 김정규 명인 |
불심으로 외길 인생,
40여년 동안 천년고목에 나무매질을 통해 배우고 익힌 서각의 길
 |
| ▲한자한자 새길때마다 기도를 올리며 작업을 하는 김정규 명인 |
아직도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긴장상태다. 그래도 계절의 변화는 예외가 없다. 경판의 대가 죽호 김정규 명인의 작업장 ‘옹달샘공방’(영등포구 경인로 114길)을 찾은 날도 매화 향기가 작업장에 가득했다.
죽호 김정규 명인은 2009년 12월 26일 제10차 대한명인으로 추대돼 명실공히 경판부문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장인으로 우뚝 섰다.
 |
| ▲섬세한 기술로 서각한 전서로 된 반야심경 경판 |
그의 작업장 ‘옹달생공방’을 들어서는 순간 죽호 명인의 경판, 현판, 주련, 자연목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개량복차림의 경판의 대가 김정규 명인에게서는 더부룩한 수염과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에서 첫인상부터가 전통문화를 고집하며 독창성(獨創性)으로 작품을 만들어 모든 이들과 더불어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는 예술인임을 한 눈에 느끼게 해주었다.
“예술이네?”
우리는 신의 경지에 들어선 작품이나 사람을 볼때 이렇게 감탄하게 된다. 김정규 명인의 작품을 접하자마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작품 작품들마다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그만의 고집과 독창성으로 한국 전통의 맥을 이어왔다. 그래서인가 명인으로 추대될 만큼 작품마다 활기차고 국민 모두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해주는 우리전통의 맥(脈)을 있는 예술인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주로 하는 일은 인류의 다양한 예술문화를 승화시켜 대중과 함께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전통공예를 고집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주의 의식이 아니라 타인과 어울릴 때 우리 주위는 한층 더 아름다워지고 사랑이 가득한 세상으로 만들어 우리의 삶을 훨씬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
| ▲의상대사 화엄일승법성게와 지장보살진언 |
강화 전등사 정족사고 선원보각, 금강산 신계사에도 그의 손길이
김정규 명인이 남긴 대표적인 작품은 강화 전등사 정족사고 선원보각과 대조루를 비롯해 전국의 수많은 사찰 불사들이 결과물이다. 금강산 신계사에도 그의 손길에 의해 많은 작품이 완성됐다.
 |
| ▲신묘장구대다라니 |
 |
| ▲보살상이 판각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김정규 명인 |
 |
|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불교작품들 |
국보 제32호 고려대장경은 우리나라 목판예술의 꽃이자 금자탑이다. 내용의 포괄성, 정확성, 서체와 판각 형태의 아름다움으로 인류 최고의 예술로 인정받기에 이르러 2007년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으로 기록됐다. 고려대장경을 만들 때 한 획, 한 획 혼을 불어넣는 작업을 한 자(字) 새길 때마다 절 한 번 했다는 것에서 우리는 장인 정신을 발견한다.
그는 작품에 임할 때마다 기술과 지혜로 혼을 새겨 조상의 얼을 이어받으려 혼신의 힘을 쏟는다고 했다.
나무를 오랫동안 만진 까닭일까? 김 명인은 외모가 그의 공방 안에 서있는 집 채만한 아름드리 느티나무 작품처럼 훤칠했으며 나이테의 물결무늬처럼 곡진한 성정을 지니고 있었다.
“이 모두는 다 업(業)인 것 같습니다.”김정규 명인은 목판 공방에 들어선 인연을 업이라는 한 마디로 대답했다. 그러나 집안 대대로 예술의 피가 흐르는 손재주와 근기를 고스란히 대물림 받았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
| ▲박물관에 보관된 각종 작품들 |
전남 곡성이 고향인 그는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어릴 적 갖고 놀던 장난감도 모두 그가 직접 만들어서 가지고 놀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작은 형이 아끼던 기타를 일부러 부러트려 감쪽같이 원상태처럼 만들어 놓는 신비한 손재주가 이미 열두 살때부터 드러났다. 어린 나이에 연장을 자유자재로 놀렸다고 하니 그의 재주가 얼마나 뛰어났는지 능히 짐작이 간다.
“목판 공예를 하려면 무엇보다 나무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나무는 베어져도 죽은 존재가 아닙니다. 생명이 살아서 숨을 쉬니까요. 사계절의 순환에 맞춰 나무는 수축과 이완을 거듭하니까요. 목재에 눈 뜨려면 많은 나무를 다뤄봐야 합니다.”
 |
| ▲석가모니불유적도를 직접 탁본해 보이는 김정규 명인 |
 |
| ▲석가모니불유적도 경판과 탁본된 그림 |
실제로 수없이 많은 종류의 나무들과 평생을 함께 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나무의 면만 보고도 나무의 성질을 파악할 수가 있다. 그야말로 통달했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나무의 속성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좋은 나무를 보면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온통 나무 생각만 드는 것이지요. 나무마다 목리와 재질, 색이 다릅니다. 그 다름의 미학에 용도가 달라지는 것이지요.”
 |
| ▲지금까지 사용된 낙관은 무려 수천여개가 보관되어 있다. |
김정규 명인은 견실한 원목(原木)을 구해서 철저한 관리와 절차를 겪어야만 훌륭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고 했다. ‘나무꾼 쉼터 옹달샘 공방’은 자연목작품, 형상화한 경판 등 주련, 장승조각, 현판, 수공예품으로 한국전통을 알리기 위해 문화인프라 구축(構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늘 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예술가로서의 예의로 자신이 창작한 도안(圖案)을 물상화해 머리에 두건을 쓰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 그만의 노하우로 30여 종의 목재는 최고의 작품으로 거듭난다. 그의 작품에는 주로 화류·흑단·괴목 등을 적용하고 있다. 누구보다 나무를 사랑하는 그여서 수입산 목재가 밀려오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고 한다.
전통과 현대 아우른 기법… 탁월한 디자인으로 독창성 작품
나무를 만지면서 평생을 살다보니 세상사 만물의 모든 상호보완 관계에 있다는 화엄사상의 요체를 터득했다는 김 명인. 그는 전통과 현대 목공예를 아우른 주인공답게 고전적이면서도 모던한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의 작업장에는 천년의 숨결이 깃든 전통 목공예 기법의 작품부터 초현실적인 기법이 돋보이는 현대 목공예 작품까지 즐비하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움”
그것이 바로 김 명인이 추구하는 예술관이고 우리의 전통문화로 내려온 공방예술이 나무에 한글과 한문을 이미지한 작품들 마다 장인의 예술혼과 정성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는 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틈나는 대로 사찰을 찾는 독실한 불자다. 곡성군 석곡 출생인 그는 태안사가 고향집처럼 아늑한 공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40여년을 이어오면서 지금도 엄청난 작품활동과 개인전을 비롯해 수상과 경력이 말해주듯이 전국의 사찰에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
| ▲판각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도구들을 직접 만들어 사용을 하고 있다. |
김정규 명인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기자의 눈에는 나무꾼 쉼터 ‘옹달샘공방’에서 봤던 작품 하나가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보물52호인 석가모니불유적도(釋迦牟尼佛遺跡圖)를 서각한 판각이다.
아마 지금 이 시간에도 김정규 명인은 나무를 통해 우리나라 전통 기술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혜로 한 획, 한 획 글을 새기고 아름다운 혼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죽호 김정규 명인은 ?
곡성군 석곡 출신
대한민국 서예문인화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대한민국 현대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한국예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프랑스 마르세이유전
개인전 14회: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코엑스, 강화 전등사 정족사고
기타 200회 그룹전 및 협회전 지회전
국제미술대전 명장
한국서예박물관, 독립기념관, 충청남도 교육청, 한국미술관, 해청미술관, 하남 정약용 기념관 등에 작품기증 및 소장.
우리나라 전통사찰 200여곳 현판 및 주련 등 제작설치.
대한민국 경판부문 명인 인증
글·사진 / 이한규 기자
http://www.bulgyonews.co.kr/news/35713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