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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수 시인 |
문가학은 고려의 충신이자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가져와서 조선에 일대 의류혁명을 일으킨 삼우당 문익점(三憂堂 文益漸, 1329~1398)의 조카뻘이 되는 자였다. 그러나 문익점에 관한 부분은 이 글의 주제와도 맞지 아니하므로 뒤에서 간략하게 다루기로 하고 우선 문가학에 관한 부분만을 언급하기로 한다.
문가학은 여말(麗末)에서 선초(鮮初)까지 생존한 자로서 살아 있을 당시 그의 기행(奇行)으로 인하여 백성들로부터 이단아의 취급을 받았고, 마침내 왕으로 부터도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즉, 그는 여우굴에서 얻은 책으로 둔갑술(遁甲術)을 배운 외에 천기(天氣)를 움직이는 도술까지 배웠다고 주장하면서 혹세무민(惑世誣民)하였다. 그리하여 문가학은 조선초기 한양에 올라가서 백성들에게 도술을 보여주면서 마음대로 비가 오게 할 수도 있다고 떠들고 다녔고, 마침내 그 말이 임금(태종)의 귀에 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어전회의에서 신하 중 한 명이 임금에게 문가학이라는 자가 천기를 움직이고 비와 눈을 마음대로 내리게 할 수 있다고 하면서 혹세무민하는 자가 있다고 보고하였으나 당시 임금이었던 태종은 그런 미친놈들은 어느 시대에도 있으니 개의치 말라고 하면서 무시하였다.
그런데 한발(旱魃)이 심하여 조선 팔도가 바짝 말라 들어가고 있었고, 먹을 물도 귀한 마당에 농사지을 물은 당연히 없어 온 나라가 아우성에 빠졌다.
이에 임금 태종이 비와 눈을 마음대로 부를 수 있다고 떠들고 다닌 문가학을 떠올리고 그를 불러 기우제를 지내게 해 보라고 명령하였고, 이에 따라 문가학이 조정에 불려와 기우제를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3일 동안 기우제를 지냈으나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 임금이 문가학을 내칠려고 하자 이때 문가학이 궁궐에서는 정신을 집중할 수 없어 정성이 부족하니 정성을 집중할 수 있는 송림사(松林寺)에서 다시 기우제를 지내겠다고 하여 임금이 이를 승낙하였는데 과연 문가학이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올리자 이틀째 되던 날부터 온 나라에 가뭄이 해소될 정도로 덤뿍 비가 내려 임금으로부터 쌀과 베를 하사받기도 하였다.
문가학의 이러한 신통력은 온 장안에 화제가 되었고 스스로 제자가 되겠다고 하면서 찾아드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이때부터 문가학은 그를 추종하는 자들을 꾀어 지금 이 나라는 고려 오백년의 사직을 부수고 일어난 왕조로서 정통성이 없으므로 반란의 무리들을 몰아내고 고려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반란의 무리들을 모으게 되었는데 이에 부화뇌동한 자 중에 임빙, 김천 등이 있었다. 문가학은 이들에게 각각 영의정, 우의정 이조판서 등의 벼슬을 주었고, 그 스스로는 왕이라 칭하게 되었다.
그런데 역모는 은밀하게 군사를 모아야 하는데 우선 문가학 자신이 역모를 꾀할 수 있을 정도의 지모(智謀)를 갖추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벼슬(?)을 받은 임빙 등도 시골에서 농사만 지어 온 일자 무식장이들이 대부분이었으므로 역모의 3대 요건이라 할 수 있는 조직성, 은밀성, 긴급성 등 어느 하나 제대로 갖춘 것이 없이 역모에 가담할 사람들을 규합하기 위하여 떠들고 다니다가 관에 적발되어 체포된 다음 날 주모자 급에 해당되는 적극 가담자 6명은 거열형(車裂刑)을 당하였고, 나머지 일가권속들은 연좌제에 걸려 모두 교수형을 당하였을뿐만 아니라 문가학이 도술을 배웠다고 주장하는 산청의 용방사도 멸문의 화를 당하여 경내의 모든 건물은 철저하게 파괴되었고 절이 있던 자리도 파내어져 연못을 만들어 버렸다. 한 마디로 용방사는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던 것이다.
당시 이 역모 사건을 보고받은 태종은 문가학이 비록 역모를 하기는 했지만 그 어수룩함이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서 과연 역모 사건인지 조차 불분명하므로 문가학을 지칭하여 ‘미친 놈’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그러나 문가학은 나름대로 그 자신을 왕이라 칭하고 나머지 가담자들에게 벼슬을 주는 등 엉성하기는 하였지만 기본적인 조직을 갖춘 흔적이 있으므로 그 치죄는 역모 사건에 준하였던 것이다.(이상 조선왕조실록 참조)
당시 조정에서는 문가학의 역모 사건을 진정한 의미에서 역모사건으로 보지 않았다는 사실은 문가학의 숙부되시는 문익점 선생이 사후 40여년이 지난 세종조에 이르러 영의정에 추증되었다는 사실이다.
역모 사건의 주동자는 3족을 죽이는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게 마련이고 살아남은 자는 노비로 팔려 가거나 멀리 도망을 가서 숨어 지내야 마땅한데 불과 40여년 만에 역모사건의 주범인 문가학의 숙부인 문익점이 영의정에 추증되었다는 사실은 당시 조정에서는 문가학의 역모 사건을 진정한 의미에서 역모로 보지 않았던 것을 단적으로 증명해 준다 할 것이다.
당시 문가학의 역모 사건을 진정한 의미에서의 역모 사건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은 적발하여 취조를 시작한 다음 날 바로 주모자 6명을 바로 극형에 처했다는 사실도 이를 증명한다.
http://www.bulgyonews.co.kr/news/36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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