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층 기승을 부리는 것을 보면서, 시원하게 씻어줄 한 줄기 바람이 기대하면서, 또 무더위를 없애줄 내릴 장대비를 기대해 봅니다.
며칠 전부터 비가 내리더니, 곧 6월 말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올해는 엘리뇨 현상으로 더욱 장마 기간이 길어져 지나친 장맛비로 인해 피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걱정이 앞섭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80억이 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80억 사람들은 저마다 존귀합니다. 누가 못하고 잘난 사람도 없이 존귀합니다. 사람이라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하고 존귀한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조건과 기준을 대상으로 사람을 판단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이 적은 사람을 무시하고, 많이 배운 사람은 배우지 못한 사람을 없신여기고, 지위와 권력이 높고 많은 사람은 지위가 없는 사람을 무시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니 이런 조건들로 인해 어렵고 힘든 사람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가치만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 무시하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되는 것입니다.
<아함경>에 이르길 ‘사람 몸을 받아 이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눈먼 거북이가 바다 한가운데서 구멍 뚫린 나무토막을 만나 구멍에 머리를 넣고 쉬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소중한 존재이건만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도 모른 채 자신의 몸에만 천착하여 세월을 보낸다면 얼마나 원통한 일인가요?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하면서 우리 인격을 키워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로 수행이며 진실한 불자의 길을 가는 수행자인 것입니다.
부처님의 초기 가르침을 묶어놓은 <숫타니파타>에 이르길 사람의 육신에 대해 이렇게 정의합니다.
걷기도 하고 서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몸을 굽히거나 펴는 것, 이는 모두 이 몸의 동작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몸은 뼈와 근육으로 형성되었으며, 그 위에 얇은 막과 살이 달라붙어 있다. 그리고 겉은 살가죽에 싸여 있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몸 속에는 대장 위 간장 방광 심장 폐 신장 비장 등의 기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콧물 침 땀 지방질 피 관절액 담즙 등이 있다. 또 아홉 개의 구멍으로부터는 언제나 더러운 오물이 나오고 있다. 눈에는 눈물, 귀에는 귓밥, 코에서는 누런 코, 입에서는 침과 가래, 그리고 전신에서는 땀이 나고 때가 끼며 비늘이 떨어진다.
또 머릿속(두개골 속)은 컴컴한 동굴과 같은데 그 속에는 골수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는 무지에 뒤덮여서 이 육체는 참 깨끗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머지않아 이 몸은 시체가 되어 눕게 된다. 시체는 썩어 부풀어 오르고 차츰 검푸르게 변하여 마침내는 공동묘지에 버려지나니, 가장 사랑하던 사람마저도 이젠 뒤돌아보지 않는다.
들개와 여우, 그리고 온갖 짐승들이 이 송장 덩어리를 뜯어 먹는다. 그리고 까마귀와 독수리 등이 날아와 그 나머지를 쪼아 먹나니, 그러므로 예지에 찬 수행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듣고 이 몸에 대한 모든 진실을 분명히 알게 된다.
그리고 그는 이 몸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 ‘저 시체도 한때는 지금 살아 있는 내 육신과 같았다. 그러므로 내 몸도 언젠가는 저 시체와 같이 될 것이다.’ 이렇게 알고 이 육신에 대한 애착을 모두 버려라.
우리의 이 육체는 결코 깨끗하지 않다. 심한 악취가 나며, 갖가지 오물로 가득 차 있으며, 움직일 때면 오물이 여기저기에 떨어지고 있음이여. 이런 육체를 가진 인간이 자신을 위대하다고 생각하여 남을 경멸한다면 그는 눈먼 소경이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느니라.
우리가 인간 몸을 받은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수많은 세월 동안 지옥과 아귀와 아수라와 축생계에서 허우적거리다 천행으로 인간 몸을 받어 이 세상에 태어났는데 한낱 빈껍데기 몸에 연연하여 또다시 나쁜 업연을 만난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한 일이 아닙니까? 인간의 몸을 받아 태어난 이상 인간 몸일 때 올바른 수행을 하고 올바른 복덕을 키워야 합니다.
만일 지금 인간의 몸을 헤아릴 수 없는 육도 윤회 속에 다시 집어넣는다면 억겁의 세월을 고통으로 보내게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는 이 육신의 허물을 바로 보고 참다운 인간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 기울여 참다운 인생을 바로 살아가야 합니다. 수행이 어려우면 먼저 보시하고 실천하면서 다시 이 인간세상에 오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더 늦출 수 없습니다. 악업에서 나를 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부처님 전에 두 손 모아 지극한 마음으로 서원 올리고 그 시작을 하루빨리 해야 합니다.
신해사 회주 무공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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