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9일, 사찰음식이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는 한국 불교문화의 뿌리를 담아온 사찰음식의 가치와 의미가 국가적으로 인정받았음을 뜻한다. 그러나 지정의 성과에 만족할 수만은 없다. 이제 사찰음식을 세계인의 식탁 위에 올려놓고,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한국 불교와 전통문화의 품격을 널리 알릴 기회이자, 우리 정신문화의 지평을 세계 속에 확장하는 길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8월 19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개최한 ‘사찰음식 국제 학술심포지움’은 의미가 크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사찰음식 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미국요리학교(CIA)의 양종집 교수는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사찰에 미국요리학교 아시아지부를 설치해 세계인들이 직접 찾아와 배우도록 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사찰이 신행의 공간을 넘어 전 세계 미식인과 연구자들이 모여드는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통찰이다. 본고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익힌 음식문화야말로 깊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찰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수행과 자비, 생명 존중의 정신을 담은 불교문화의 집약체다. 제철 재료와 발효의 지혜로 완성되는 음식은 생태적 지속가능성과 건강한 삶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기후위기와 환경 파괴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오늘, 사찰음식은 전통음식이 아니라 인류 공동체가 모색해야 할 삶의 지혜다. 그렇기에 세계화의 필요성은 ‘문화 수출’을 넘어선다. 그것은 인류와 더불어 사는 길을 나누는 행위이자, 불교가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의 실천이다.
세계화의 성패는 기반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가 차원의 지원과 불교계 내부의 역량 결집이 절실하다. 사찰음식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각국 언어 교재와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국제사회와 연대할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한다. 단순 홍보를 넘어 학계와 요리계가 참여하는 협력의 장을 넓혀야 한다. 또한 각 사찰은 ‘사찰음식 체험관’으로 기능을 강화해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을 열어야 한다. 이는 곧 관광·문화·교육을 아우르는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세계인의 기호에 맞게 전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표준화와 다양성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는 지혜도 절실하다. 또한 불교적 가치와 철학을 음식 속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 하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단순한 요리법 전수가 아니라 정신과 문화를 함께 전달할 때 비로소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사찰음식 세계화는 먼 길이 아니다. 이미 해외 요리사와 학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국제 학술행사와 체험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여기에 불교계와 국가가 힘을 모은다면, 사찰음식의 세계화는 머지않다. 궁극적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목표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사찰음식은 한국 불교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이자, 인류 미래에 기여할 지혜의 보고다. 이제는 국내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를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뎌야 한다. 사찰음식 세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