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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6회 조계종 중앙종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진통 끝에 처리하고 성원미달로 유회됐다. |
11월 7일 재적 81명 중 44명 참석해 간신히 성원
비구니 호계위원 부결 항의로 비구니 의원 전원 불참
오후 33명만 참석해 종무보고·종책질의 등 처리 못해
조계종 중앙종회가 11월 7일 오전 10시 서울 봉은문화회관에서 재적의원 81명 중 44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36회 정기회를 속개하고 불기2570(2026)년도 중앙종무기관 세입세출 예산안을 진통 끝에 가결했다. 그러나 오후 속개 예정이었던 회의는 의사정족수 미달로 유회되며 종무보고와 종책질의 등 주요 안건이 모두 처리되지 못했다.
이날 속개된 정기회는 비구니 초심호계위원 신설 종헌 개정안이 1표 차로 부결된 데 대한 항의로 비구니 종회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간신히 성원이 이뤄졌다. 중앙종회는 총무원이 제출한 예산안을 원안대로 만장일치 통과시켰으나, 그 과정에서 포교·교육 예산 감액을 둘러싼 격론과 집단 퇴장 사태가 벌어졌다.
내년도 조계종 예산은 일반회계 325억2600만원, 특별회계 728억9600만원 등 총 1054억2200만원으로 편성됐다. 일반회계 예산은 올해 대비 15% 감액됐으며, 특별회계는 10.5% 증액됐다.
총무원 기획실장 묘장 스님은 "내년도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예산은 열암곡 부처님 바로 모시기, 선명상 프로그램 확산 등 37대 집행부 주요 과제들의 성과도출과 원만 회향, 38대 총무원 출범을 준비하는 큰 틀 아래서 마련했다"며 "아울러 시대 변화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종단 재정의 효율성과 실효성을 높이고, 젊은 불교로 나아가고 종단 위상을 높이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안 심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정법회 소속 스님들을 중심으로 포교부와 교육부 예산 감액에 대한 날선 질의가 이어졌다.
정법회 소속 오심 스님은 "포교를 활성화하자고 하면서 포교부 예산이 10.5%나 줄어든 이유가 무엇이냐"며 "미디어 홍보 예산은 59.5% 올리면서 포교 예산은 매년 줄어드는 것을 볼 때 종단이 이렇게 해도 되는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법회 종책위원장 대진 스님은 "총무원·교육원·포교원 삼원이 통합되면서 종도들은 포교와 교육에 우리 종단의 방향성이 예산에 얼마나 반영됐는지 알고 싶어한다"며 "포교부와 교육부 예산이 감액됐지만 예비비와 내년 3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포교와 교육 종책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뜻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법회 원경 스님은 "내년 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불자 운동선수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도 빠져 있다"며 "포교를 하자, 불자를 양성하자고 말하면서 불자 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도 편성하지 못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세종 광제사에 지원금 3억원이 책정된 상황에서 직영분담금으로 다시 1800만원을 걷어가는 것은 모순"이라며 "운영 정상화를 돕기 위한 지원이라면 최소한의 유예기간을 두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기획실장 묘장 스님은 "의원 스님들의 지적을 잘 검토하고, 추후 추경 등 예비비 예산 편성을 통해서라도 의원 스님들이 지적하신 부분을 보완토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법회 스님들의 질의가 계속되자 총무분과위원장 심우 스님은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각 분과위원회에서 심사한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일일이 따지는 것은 맞지 않다"며 토론종결을 주장했다. 이에 질의 계속 여부를 두고 불교광장 소속 스님들과 정법·선우회 스님들이 크게 대립했다.
장시간 설전 끝에 예산안 심의종결이 다수의 동의로 수용됐다. 심우 스님 등이 예산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할 것을 제안하자, 정법회 소속 스님들이 항의 차원에서 집단 퇴장하면서 한때 의결정족수가 미달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중앙종회 의장 주경 스님 등 의장단이 회의장 밖을 나가 정법회 스님들을 설득하면서 가까스로 가결정족수를 맞췄다. 뒤늦게 참석한 의원 스님을 포함해 49명이 참석한 가운데 예산안은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예산안 통과 후 심우 스님은 "예산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준 정법회에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예산안 심의에 앞서 의사일정을 두고도 논란이 있었다. 대진 스님 등은 "내년 예산안 심사는 매우 중요한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중앙종무기관의 사업내용 등을 꼼꼼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예산안 심사에 앞서 종무보고와 종책질의를 먼저 한 뒤 진행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심우, 설암, 정범 스님 등은 "11월 5일 휴회에 앞서 의사일정을 조정했다"며 "합의된 내용대로 진행하자"고 주장해 팽팽히 맞섰다. 찬반 의견이 계속되자 대진 스님이 의사일정 조정에 대한 발언을 철회하면서 논란이 마무리됐다.
중앙종회는 예산안 심의를 마무리하고 점심공양을 위해 정회에 들어갔다. 그러나 속개 예정 시간인 오후 2시, 재적의원 81명 중 35명만이 참석해 성원이 부족해 정기회 속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1시간이 경과한 오후 3시 경 재적의원 81명 중 33명의 의원 스님만이 본회의장에 남았다. 중앙종회 의장 주경 스님은 중앙종회 운영규칙 제19조 '개의시로부터 1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의사정족수에 달하지 아니한 때 의장은 유회를 선포할 수 있다'를 근거로 오후 3시5분 유회를 선포했다.
이날 오후 회의에서는 종무보고, 종책질의, 상임분과위원회 및 특별위원회 활동 보고, 은적사비리진상조사특별위원회 구성 등 주요 안건들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모두 처리되지 못했다. 총 66건의 사전질의가 제출된 종책질의도 순연됐다.
중앙종회 의장단은 유회 직후 상임분과위원장·종책모임 회장단 등과 연석회의를 갖고 차기 정기회 의사일정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중앙종회는 11월 10일 오전 11시 서울 조계사 안심당에서 제236회 정기회를 속개할 예정이다. 서울 봉은문화회관은 7일까지만 대여가 가능한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정기회 장소가 변경됐다.
이번 정기회의 진통은 비구니 초심호계위원 신설 종헌 개정안이 1표 차로 부결된 데서 비롯됐다. 11월 5일 본회의에서 정운 스님 외 58인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재적의원 81명 중 75명이 투표한 가운데 찬성 53표, 반대 22표로 가결정족수 1표 차이로 부결됐다. 종헌 개정을 위해서는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인 54명이 찬성해야 한다.
해당 건은 2013년 6월 제194회 임시회를 시작으로 197회, 198회 임시회 등 모두 3차례나 본회의에 올라왔지만 번번이 부결된 안건이다. 특히 198회 임시회의 경우 중앙종회에서는 만장일치로 통과됐으나, 이후 열린 46차 원로회의에서 무기명 비밀투표 조항을 위반하는 절차상 하자를 근거로 인준이 부결되기도 했다.
비구니 호계위원 신설안은 현재 비구 초심호계위원만으로 비구니 스님들의 사건을 심판할 경우 충분한 심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판단에서 추진됐다. 비구니 관련 사건 심판을 담당할 비구니 초심호계위원 2인을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이 개정안이 부결되자 비구니 종회의원들은 정기회에 불참했다. 6일 종정감사와 도선사 주지 진산식에도 불참했으며, 7일 정기회 속개에도 전원 불참했다.
중앙종회 의장 주경 스님은 정법회 스님들의 집단 퇴장 당시 "오늘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들이 전원 종회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종회의원 간의 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성처가 큰 것 같다"며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들이 종회에 불참할 경우 성원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종회의원 스님들이 비구니 스님들과 충분히 소통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기중앙종회는 15일 회기로 11월 19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중앙종회가 최종 유회로 끝나면 회기 중에 남아 있는 안건은 자동 이월된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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