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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6/01/23 12:44:42  주간불교
1330호 【사설】 종교계, 국민통합에 나서야 할 때


대한민국 사회는 지금 깊은 갈등과 분열의 골짜기를 지나고 있다. 정치·이념의 대립은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고, 혐오와 배제의 언어는 공동체의 신뢰를 허물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종교가 맡아야 할 역할은 분명하다. 갈라진 마음을 잇고, 상처 입은 삶을 어루만지며, 사회 전체가 나아갈 방향을 비추는 정신적 등불이 되어야 한다. 지난 1월 12일, 대통령이 주요 종교 지도자들을 초청해 가진 간담회와 이어진 종교계 국민통합 실천 공동선언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대한 의미 있는 응답이었다. 특히 ‘국민 마음 안보’라는 화두는 물질적 안전을 넘어 마음의 평안과 신뢰 회복이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불교를 비롯한 종교계가 국민통합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주문은 결코 의례적인 덕담이 아니다.

 

그러나 종교가 사회 통합의 주체로 서기 위해서는 뼈아픈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오늘날 종교를 둘러싼 현실은 전혀 녹록지 않다. 신천지와 통일교 등 사이비·이단 종교로 인한 폐해는 개인과 가정을 파괴하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며, 종교 전체에 대한 불신을 키워왔다. 교리 왜곡과 맹신을 통해 신도를 통제하고, 정치·경제 권력과 결탁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태는 더 이상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치될 수 없다. 이는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사회적 해악이며, 법과 제도에 따른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동시에 기성 종교 역시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외부의 잘못된 종교만을 비판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권위주의, 배타성, 세속적 욕망, 내부 비리와 도덕적 해이는 종교 자체의 신뢰를 무너뜨려 왔다. 불교 또한 예외가 아니다. 수행과 가르침보다 조직과 권력에 매몰된 모습,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둔감했던 순간에 대해 솔직히 돌아봐야 한다. 자정 없는 비판은 공허하며, 자기 혁신 없는 통합의 외침은 설득력을 잃는다. 종교는 자기 안의 비정상적인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는 용기를 가질 때 비로소 사회를 향해 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불교의 가르침은 분명하다. 모든 존재는 서로 의존해 있으며, 자비와 중도는 갈등을 넘어서는 길이다. 혐오와 배제, 극단적 대립이 일상이 된 지금, 불교를 비롯한 종교계는 대화와 포용의 장을 열어야 한다. 가장 낮은 곳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이주민과 소수자, 소외된 이웃을 보듬는 실천 속에서 국민통합은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된다. 종교는 정치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민주주의와 생명 존중, 평화와 공존의 가치가 위협받을 때 종교적 양심으로 연대하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다. 선언과 만남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종교계 스스로가 먼저 변화하고 행동해야 한다. 국민의 고통 앞에 침묵하지 않고, 갈등의 현장 한복판에서 화해의 길을 제시할 때 종교는 다시 신뢰받는 공공의 힘이 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종교가 다시 국민 곁으로 돌아가 통합의 길을 밝힐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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