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內 대형불사 정부와 시각차
동판대장경 봉안명분 8천6백여평 규모 허가신청
국립공원관리공단, 철거동의서 등 서류보완 요청
법보종찰 해인사가 국립공원 내에 8천6백여평 규모의 제2사찰(신행문화도량) 건립을 추진하려다 해당 관련부처와 묘한 견해차로 논란을 빚고 있다.
해인사는 고려대장경을 영구보존하기 위해 현재 추진 중인 동판팔만대장경이 모두 조성되는 내년 하반기를 전후해 이를 보관할 제2사찰을 구 해인초등학교 부지 위에 건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인사는 지난 4월초 국립공원관리공단에 허가신청서를 제출했으나 건립부지 내에 있는 상가의 철거동의서가 없다는 이유로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부터 서류보완 요청을 받은 상태다.
해인사가 무리수를 두면서 사업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동판고려대장경 조성과 관련이 있다. 제2사찰을 늦어도 2006년 상반기 중 건립 완료해야 현재 조성하고 있는 동판고려대장경을 봉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허가를 올 상반기 중 받아야 하는데, 문제는 건립부지 내에 있는 상가가 걸림돌로 등장한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에 따르면 상가의 토지소유권자는 해인사이지만 건물등기는 별도로 나 있는 상태이다. 때문에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상가에 입주해있는 세입자의 철거동의서를 확보해야만 한다. 이에대해 해인사측은 관련부처에서 우선 허가를 해주면 철거동의서는 올해 안에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자연공원법 18조2항에 근거해 전통사찰 경내지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고증절차를 거쳐 추진하는 불사는 종류나 규모에 관계없이 가능토록 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전통사찰이라도 다중이용시설이다 보니 국립공원의 직·간접적 훼손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심도 있는 조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해인사측은 최근 환경부를 방문, 6월말까지 국립공원위원회를 개최해 이 문제를 서둘러 처리해 줄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환경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또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해인사 제2사찰 건립 신청 요청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립공원 내에 대형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정부가 허가해주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여 환경부에서 어떠한 결론을 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계의 식자층들은 보존과 보호라는 큰 틀에서 해인사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제2사찰 건립을 위한 명분이 되고 있는 고려대장경 보호와 사찰분위기 훼손 등에 대해서는 좀더 면밀한 검토와 근본적인 방법을 찾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장경의 관람객 참배 제한 내지 휴식년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제2사찰 건립문제는 좀더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자연환경적 조사를 통해 시행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이다.
법보종찰 해인사, 제2사찰 건립 왜 추진하나
건립당위론
총림 기능 강화
신행 공간 확충
고려대장경 보호
문제점은
공원내 대규모사업
원칙보다 정치적타협?
청동대불사건 재판우려
해인사가 추진하고 있는 제2사찰(해인사신행문화도량)은 본찰에서 2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구 해인초등학교 자리에 지어질 예정이다. 제2사찰 부지면적은 8천6백여평(28,520㎡)으로 지상2층 지하2층 규모의 건물 7개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해인사는 국립공원 내에만 15개에 이르는 암자를 거느린 초대형 사찰이다.
법보종찰 해인사가 제2사찰을 건립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원활한 승가교육을 위해서이다. 강원·율원·선원·염불원을 망라하는 종합 승가교육체인 총림을 두고 있는 해인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장경판전과 목판팔만대장경(고려대장경, 국보 32호)이 있는 관계로 일반 관람객들의 참배가 많은 사찰이다. 따라서 총림의 기능을 겸하면서 수행을 동반해야 할 해인사로서는 초심자스님들을 상대로 한 승가교육에 장애요인이 많다는 점을 누차 밝혀왔다. 평균 3백여명이 넘는 스님들이 주석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하에서는 참배객들의 발걸음을 될 수 있으면 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일반 참배객들을 위한 별도의 신행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제2사찰의 이름도 신행문화도량으로 명명했다.
해인사 제2사찰 건립의 또다른 필요성은 고려대장경의 훼손을 최소한 줄이자는 측면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다. 만들어진지 7백50년이 지난 목판팔만대장경(고려대장경)은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받아놓은 상태. 약물처리와 기타 보존처리를 병행한다 해도 일반인들의 손때를 타서는 지속적인 보존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석굴암의 예에서 보듯이 무작정 자연으로부터 격리한다고 해서 보존문제가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결국 가장 좋은 방책은 자연풍이 스며들며 자연 그대로의 습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과 일반인들의 손때를 될 수 있으면 적게 타도록 하는 일이다.
해인사 주지 세민스님은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사찰분위기가 훼손되고 고려대장경 보호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제2사찰 건립의 필요성이 누차 지적되어 왔다”고 밝히고 “세간에서 지적하는 것과 같이 환경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최대한 자연친화적인 불사를 통해 후대에 남을 만한 기념비적 사찰을 건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인사 제2사찰 건립 문제에 대해 환경단체에서는 일단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 내의 전통사찰의 경우 관련법이 정하는 조건을 충족할 경우 별다른 제재조항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산관통도로 재개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연말 해인사를 방문해 조계종종정 법전스님으로부터 협조를 구한 바 있기 때문에 해인사 문제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해인사 제2사찰 건립 문제는 국립공원 내 전통사찰의 수행과 보존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져줄 것으로 전망된다. 불교계와 정부의 입장이 어떻게 좁혀질 것이냐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2001년 높이 43미터의 청동대불을 건립하려다 좌초했던 경험을 갖고 있는 해인사가 제2사찰 건립카드를 놓고 정부와 묘한 갈등국면을 조성하고 있다. 종교성을 신장시키는 것과 대승적 의미의 환경문제를 지키는 것 모두 중요하다. 과연 어떠한 해법이 나올까. 많은 불자들이 궁금해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만섭 기자 mansu@jub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