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cm 작은몸으로‘환경한국’건설
지율스님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기한 도롱뇽소송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14일 부산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종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지율스님은 “1심에서는 허무하게 졌지만 2심에서는 이길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며 웃다가 울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지율스님의 울음은 억울함의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환의감마저 느끼게 한 울음이었음에 분명했습니다. 바로 사흘전(11일) 경찰에 구속됐다 바로 풀려난 경험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분명 스님은 자신감을 얻은 것 같습니다. 스님이 구속될 것이라는 정보는 이미 당일 오전 기자에게도 연락이 올 정도로 예민했습니다. 스님이 구속됐다는 소식이 들리자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당국에서는 당혹감을 느끼고 바로 다음날 스님을 풀어주었습니다. 키 160cm도 안되는 자그마한 체구의 스님이 이 시대 거인이 되었음을 알리는 선전포고였습니다. 〈관련기사 8면〉
스님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터널 관통반대를 요구하며 터널 출구쪽 천성산구간에서 공사를 못하도록 농성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 구간 시공업체인 현대건설은 스님 때문에 공사가 진행되지 못한다며 양산경찰서에 공사방해가처분신청을 냈고 농성 1백일이 되던 11일 전격 구속된 것입니다.
현대건설이 스님에게 물린 손해배상액은 약 63억여원 가량 됩니다. 하루 1억3천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한 것입니다. 만약 스님이 재판에서 진다면 이 많은 돈을 어떻게 지불할지 걱정됩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스님은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이 급속히 변하고 있음을 강하게 느낀다고 했습니다. 14일 열린 2심 첫 재판에는 천성산구간 마을주민 30여명이 함께 했습니다. 전체 주민(80여명)의 40%가 지율스님을 걱정해 재판장에 온 것입니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한국국민이면 누구나 자연을 지키고 회복시키는 일이 곧 우리를 위하는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바로 지율스님 때문입니다. 이만섭 기자 mansu@jubul.co.kr
“천성산관통 안된다는 확신 가졌다”
11일 구속 다음날 풀려나…시민들 지지
14일 2심서 자신감 갖게 돼
도롱뇽소송 2심 첫심리가 열린 14일 지율스님은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재판분위기가 1심과는 사뭇 달랐다며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심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흘전 경찰에 구속되자 언론을 비롯, 시민들이 보여준 자신에 대한 지지에 고무된 표정이었다. 지율스님은 ‘내원사와 미타암’ ‘도롱뇽과 도롱뇽의친구들’과 함께 한국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울산지법에 공사착공금지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이날 재판에서 김종대 부장판사는 심리에 들어가기 전 약 10분간 이례적으로 설명을 하며 “이제는 상생의 길을 찾을 때다. 심리와 조정을 동시에 열어 관련 당사자의 양보를 이끌어 내는 등 사회갈등 해소와 함께 모두가 승복하는 결정을 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스님은 “얼핏 듣기에는 우리가 한발 물러서 주길 바라는 논지로도 볼 수 있지만 재판부가 ‘다른 나라의 사례가 우리나라 현실에 준용될 수 있는 지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봐 도롱뇽소송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스님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관통 반대를 요구하며 2002년 겨울부터 부산시청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하며 1일 3천배 고행·전국수행 등 2년여 동안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쉼없는 농성으로 일반국민들에게 그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던 고속철도 공사구간의 문제점을 알리고 있다. 농성 초창기에는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던 일반시민들 조차 이제는 스님의 고행의 이유를 충분히 알아가고 있다.
“40분 빨리 가자고 자연을 이토록 무지막지하게 깔아 뭉개면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파멸임을 정부는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며 스님은 정부정책을 비판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부는 경부고속철도 구간에 대한 근본적 정책수정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 스님의 바람이다. 스님은 그렇게 될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경찰에 구속됐을 때 보여준 시민들의 구속반대 열망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만섭 기자 mansu@jubul.co.kr
안시영화제 수상 오세암과 막판 경합
■ 어떻게 선정했나
편집회의에 올라온 이번주 ‘금주의 인물’은 막판까지 경합을 벌여야 했다.
종립학교 저변확대 방안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던 광동중학교 이학송 교장은 교계 입장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금주의 인물감이었다. 제2회 불이상 실천상을 수상한 진각종 복지재단 장용철 사무처장도 금주의 인물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11일과 12일 발생한 잇달은 소식에 금주의 인물 주인공은 2파전으로 좁혀졌다. 11일 양산경찰서에 의해 구속된 천성산지킴이 지율스님과 12일 애니메이션 ‘오세암’이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장편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이학송 교장과 장용철 진각종 처장은 교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에 있어 충분한 금주의 인물감이었다. 그러나 지난주 교계에 불어닥친 뉴스메이커들에 비하면 아쉽게도 강도에 있어 약했다는게 본지 편집국 기자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오세암은 불교소설가 고 정채봉 선생의 동화를 극화한 것으로 성백엽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정채봉의 원작을 만화로 극화한 성 감독이 주인공으로 떠올랐지만 아쉽게도 성 감독은 불자가 아니었다. 이 문제를 끝까지 논의한 편집국은 종교성을 배제하고 다시 논의를 했다. 천성산 환경문제를 전국민적 관심사로 부각시킨 지율스님이 경찰에 구속됐다는 소식과 뒤이어 열린 도롱뇽소송 2심재판이 결국 편집국기자들에게 지율스님을 선택하게 했다.
불교의 인과론을 환경이라는 테마로 국민들에게 몸으로 강의하고 있는 지율스님이 의연하게 정부에 맞서는 모습이 좋았다는 모 기자의 말이 금주의 인물을 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만섭 기자 mansu@jub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