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주최측, “모르겠다 책임없다”로 발뺌
종교간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개최된 종교문화축제가 시대착오적 이념논쟁의 폭력에 희생양이 됐다.
한국종교지도자협회(공동대표 지관)는 지난달 2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제10회 종교문화축제를 개최하고 평화와 나눔 문화확산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
이날 축제 개막식에는 조계종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비롯해 김희중 주교·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오세훈 서울시장 등 종교계·정계 인사들이 직접 종교간의 예복을 바꿔 입어 봄으로써 종교간의 우의를 다지는 자리도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 것은 종교문화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무지개 콘서트. 이날 같은 장소에서 북핵반대·한미연합사해체반대 1천만인 서명운동본부(공동대표의장 김성은, 이하 서명운동본부)가 ‘한민족 생존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촛불기도회’를 진행하기 때문에 8시까지 행사장을 비워줄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한 상태였다.
종지협은 거부를 표명했지만, 관용과 축제 취지를 고려해 6시 20분부터 콘서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7시 경 새터민 가수인 김유경 씨의 노래 ‘반갑습니다’가 시작된 직후, 기도회 참석 시위자 수십여 명이 의자를 던지며 무대을 점거해 행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새터민 가수 김유경 씨가 폭행을 당해 아랫입술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고, 행사관계자인 김두희 행사기획팀장은 집단구타를 당해 새란병원에 입원했다. 또한, 시위자인 대한민국 어버이연대 김성남 씨가 무대에서 떨어져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일련의 폭력사태에 대해 종지협은 지난달 2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시위 단체 측에 유감을 표명했다.
종지협은 성명서에서 “이번 종교문화축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7개 종교단체들이 모여 종교간의 대화와 이해·나눔을 도모하고 서울시와 문화관광부로부터 협조를 받은 적법한 문화행사”라며 “종교적 이해와 관용의 도를 넘어선 이번 폭력사태에 대해 유감과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표명했다.
종지협은 “종교인의 관용과 행사취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이를(폭력사태 이전 시위단체 측의 일방적 요구 및 방해공작) 묵묵히 감내했던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을 서명운동본부측에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문제 당사자인 서명운동본부 측은 이번 폭력사태에 대해 모르쇠와 책임없음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사 책임자인 서경석 목사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책임소관의 부분에서는 실무자와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서명운동본부 권태근 부총장은 “모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인수 인계해 잘 모른다”고 발뺌했다. 서명운동본부 송진석 조직본부장도 “피해자를 만나봐야 알 것 같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서명운동본부측이 종지협에 전달한 답신 역시 ‘책임은 가해자에게 있다’‘한민족 평화를 위한 종교 기도회였다’등으로 행사관리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형국이다.
종지협은 앞으로도 이들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남대문 경찰서에‘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및‘특정범죄가중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서명운동본부를 고발할 계획이다.
신중일 기자 bono98@jub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