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일연선사의 민족혼 계승자
금강국수공장 설립 남북화합 견인차
흔히 가을을 수확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늦가을이나 초겨울이 옳다. 누구나 겨울을 앞두면 한해동안 자신이 일군 것을 돌아보게 된다. 조락의 들판처럼 마음이 휑하다면 한해를 허송 세월로 보낸 것이고, 곳간에 가득한 곡식처럼 마음이 풍족하다면 한해를 열심히 살아온 것이다.
올해 불교계에서 제일 가는 일꾼은 누구일까? 아마도 은해사 주지이자 (사)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회장인 법타스님이리라. 법타스님은 지난달 28일 설법집 《길벗들과의 대화》 《용서해야 사람이다》 《매일 만나는 부처님》등 3권과 독도지킴이로서의 굳은 각오를 담은 《겨레의 섬 독도》 《한국령 독도》 《대마도는 한국땅》등 3권을 묶어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이어 스님은 지난 1일에는 대한불교진흥원에서 주최하는 대원상 승가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에 본지는 스님이 걸어온 길과 그 의의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졸문과 난삽한 문장을 모아 책을 만드니 기쁨보다 송구할 따름입니다. 활구(活句) 하나 없이 사구(死句)만 늘어놓아 불조(佛祖)와 통일보살 앞에 큰 죄 짓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불문(佛門) 40여 년, 통일운동 20여 년, 심혼(心魂)과 고깃덩이가 부딪쳐 요만큼이나마 낙서(落書)를 모았음에 미쁘게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달 28일 송현클럽에서 개최된 출판기념회에서 법타스님이 남긴 인사말의 서두이다. 지나친 겸사(謙辭)가 아닐 수 없다. 스스로 밝혔다시피 법타스님은 佛門에 든 지 40여 년, 통일운동에 뛰어든 지 20여 년이 됐다. 적지 않은 기간동안 스님은 불법을 전파하고, 민족고를 해결하기 위해 외길을 걸어온 것이다.
시련과 역경을 딛고 걸어온 발자취의 흔적이 바로 이번에 출간된 전집 6권이며, 그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 바로 대원상 대상 수상인 것이다.
법타스님은 1997년 불교계 최초로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 만금동 정방산 성불사 인근에 금강국수공장을 설립했다. 금강국수공장에서는 매일 7천7백 그릇의 국수가 생산되고 있으며, 이 국수들은 사리원시 인근의 병원과 유치원·각급 학교·성불사 신도회 등에 제공되고 있다.
선친들은 국수가 수명과 인연을 상징한다고 믿었다. 가늘고 긴 모양 때문이다. 금강국수도 예외는 아니다. 굶주린 북녘동포의 양식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남북화합의 인연을 맺어주고 있다. 그야말로 금강국수는 ‘한송이 연꽃’이며 통일로 가는 첫 매듭인 것이다.
스님은 북녘동포를 위해 지금까지 75차에 걸쳐 2천3백여 톤의 밀가루 지원을 비롯해 의류 26만점·신발 2만 켤레·자전거 2백57대 등 40억 원 상당의 생필품·의약품·불교용품을 지원해왔다.
특히 스님은 신계사 복원추진위원회 설립과 함께 북녘사찰을 복원사업을 추진해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 및 개성 영통사 복원·법운암 단청불사에 기여했다.
스님이 손길이 닿는 곳이 비단 남북통일 분야만이 아니다. 법타스님은 불교신문사 부사장·조계종총무원 총무부장·대구불교방송 초대 사장·경실련 지도위원·불교시민단체협의회 상임공동대표·정신대 ‘훈할머니 돕기’ 후원회장·故윤이상 선생 명예회복 추진위원회 상임대표 등을 역임했고, 현재 은해사 주지를 비롯해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대표·대구 참여연대 공동대표·일연학연구원 이사장·은해사 종립 승가대학원 운영위원장·10.27법난 진실과 명예회복위원회 상임대표·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이같은 노고를 인정 받아 스님은 국민훈장 기린장·제8회 만해대상·제2회 민족화해상·제10회 자유민주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대원상 대상 수상도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애초 법타스님은 6.15남북공동선언 5돌과 8.15광복 60돌을 기념해 전집을 출간하려고 했으나 만전을 기하다보니 해를 넘기고 말았다. 비록 한해를 넘겼다고는 하지만 스님의 전집은 시의성과 상관없이 빛을 발한다.
조영건(6.15남측학술위원장) 경남대학교 명예교수는 서평을 통해 “《겨레의 섬 독도》 《한국령 독도》 《대마도는 한국땅》은 한·일간 영유권 논쟁의 총체적 이해와 정당한 해법을 위한 필독의 길라잡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실제로 법타스님은 독도지킴이 관련 책 3권을 출간하기 위해 우리측 사료뿐만 아니라 일본측 자료까지 집성하는 실증작업을 거쳤다.
독도지킴이에 머물지 않고 스님은 영토공간에서 소외돼 버린 대마도를 고대사의 장으로부터 한민족 삶과의 유관성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우리 민족이 일본에의 경제적·문화적 수혜의 교두보로서 대마도가 기여했던 역할을 실증함으로써 대마도의 본원적 귀속의 대담한 의제를 예비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대마도는 한국땅》은 의미가 크다.
《독도경》 《대마도경》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독도지킴이 관련 3권은 법타스님의 민족애가 얼마나 뜨거운 지 잘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스님이 주석해 있는 은해사의 역사와도 일맥상통한다. 은해사는 원효대사·설총·일연선사의 민족혼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사찰이기 때문이다.
설법집 《길벗들과의 대화》 《용서해야 사람이다》 《매일 만나는 부처님》은 그간 스님이 KBS사회교육방송과 통일법당에서 가진 설법을 비롯해 기고문·신문인터뷰·행사법문 등을 모은 것이다.
3권의 설법집은 책장마다 연꽃향기가 그득해 올곧은 수행자로서 자세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으며, 더러는 생활인으로서의 면모도 느껴지기도 한다.
유응오 기자 arche@jub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