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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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산 부석사 주지 주경스님 |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곧잘 두 갈래 길에서 어디로 가야하나 하는 고민을 하게된다. 아무리 다방면에 재능이 있는 전인적 인간일지라도 세상의 모든 길을 걸을 수는 없다. 특히 세간과 출세간의 갈림길에서는 더욱 그렇다. 가사 장삼이 안성맞춤의 옷보다도 잘 어울리는 이가 있다. 이를 가리켜 흔히 법기(法器)라고 부른다.
서산 부석사 주지 주경스님이 출간한 에세이집 《나도 때론 울고 싶다》는 ‘나의 출가 인연 이야기’라는 글로 시작하는데, 그 글을 읽고 나면 법기란 역시 따로 있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주경스님은 독실한 신자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절을 찾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불심이 깊어 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모두들 대학입시에 열을 올릴 무렵 스님은 ‘가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스님에게 ‘가출’은 ‘완전하게 자유로운 삶의 틀’이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출에 대한 관심은 출가로 귀결됐다. 스님의 출가의 원은 대학에 입학하면서 잠시 유예됐다. 스님은 대학시절 내내 소위 운동권 학생으로 보냈다. 아버지의 요구가 해마다 바뀌어 간 것을 보면 스님이 대학시절 내내 학생운동에 몰두했는지 알 수 있다.
아버지는 1학년 때는 “시위에 참가하지 마라”고 했고, 2학년 때는 “시위는 해도 주동은 하지 마라”고 했고, 3학년 때는 “주동하더라도 잡혀가지 마라”고 했고, 4학년 때는 “제발 졸업만이라도 해라”고 했던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스님은 잠시 마음 저편에 미뤄뒀던 출가의 원을 다시 세우게 된다. 가족들의 회유와 압력이 이어졌지만 스님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유는 하나 “좋아서”이다.
출세간의 길이 스님이 가장 먼저, 제일로 가고 싶은 길이었기 때문이다. 하여 스님은 출가의 삶이 자신에게는 “가장 상식적이고 평범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스님이 바라보는 출가의 길은 어떤 것일까? 이는 ‘어머님, 아버님, 사랑합니다’ 라는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이 글에는 출가자로서 어쩔 수 없이 모정과의 인연을 애써 외면해야 했던 가슴 저릿한 일화가 깃들어 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면서 스님은 말한다.
“출가의 삶은 속세와의 단절이 아니다. 세속의 애정과 집착을 끊는 것이지, 인연을 끊는 것이 아니다.”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홀연히 출가해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무욕의 삶을 실천하려 애를 쓴 스님답게 스님의 에세이집에는 무소유에 대한 가르침이 많이 담겨 있다.
스님은 10여 전 인도여행을 다녀온 뒤로 늘 걸망을 챙기는 마음을 지니고 산다고 한다. 여행에 만났던 한 일본 친구로부터 “여행자는 하루 종일 지고 다녀도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의 짐이 좋다”는 말을 듣고 느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지고 다닐 만큼의 짐만 갖는 것, 작은 것에 만족하고 소유지족과 무욕자재의 삶을 사는 게 수행자의 덕목이라고 봤던 것이다.
이 책은 △나는 행복한 수행자 △사랑, 아름다운 인연 △그리운 도반 이야기 △더불어 함께 등 총 4장으로 나눠 있다. 1장인 ‘나는 행복한 수행자’에는 강원과 선방, 성지 순례 길에서 만행하며 수행하던 일화들이 담겨 있다.
2장인 ‘사랑, 아름다운 인연’에는 가족 친지와의 인연, 부석사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끼는 감회 등 가슴 훈훈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3장인 ‘그리운 도반 이야기’에는 고단했던 수덕사 행자시절을 함께 했던 피붙이 같은 행자도반들, 해인 강원의 도반들, 동국대학 불교학과 출신의 도반 등 함께 수행의 길을 걷고 있는 도반들과의 일화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4장인 ‘더불어 함께’에는 수행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가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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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광출판사/ 1만2천원 |
에세이집의 맛은 진솔함에서 비롯된다. 7·80년대 수필의 시대에 법정스님의 글이 수많은 불자들에게 널리 익혔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최근 성전스님을 비롯해 원철스님·그리고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하는 주경스님이 불교에세이의 계보를 잇는 스님 수필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이익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엮었다”는 머리말처럼 스님의 간곡한 마음이 배어 있는 이 책은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책의 중간 중간을 장식한 주경스님의 상좌인 원우스님의 꽃과 새 사진은 마음의 휴식을 제공한다.
유응오 기자 arche@jub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