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한국불교의 중흥조로 추앙받고 있는 경허·만공스님의 선맥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덕숭총림과 조계종교육원 불학연구소는 지난 2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근대한국불교의 중흥조 경허·만공의 선풍과 법맥’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1부 개회식과 2부 주제발표로 나눠 진행됐으며, 개회식에서는 조계종교육원장 청화스님·덕숭총림 수덕사 주지 옹산스님의 인사말·조계종포교원장 혜총스님의 축사·덕숭총림 수좌 설정스님의 기조연설이 이어졌다.
서재영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사회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근대 한국불교의 선풍 진작과 덕숭총림 △경허의 살림살이와 마음가짐 △경허의 선사상에 대한 재조명 △만공의 선학원 활동과 선풍진작 △만공의 수행 가풍과 간화선의 진작 △근대 비구니의 동향과 덕숭총림 비구니들 △경허·만공의 법맥과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 등 총 7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이에 본지는 세미나의 주요 내용을 지상중계한다. 〈편집자주〉
덕숭총림·불학연구소 공동주최 7개주제로 나눠 진행
변희욱 씨 “대중과 높이 맞추려 진속불이 감행” 주장
박해당 씨 “무애하면 남에게 해악 끼쳐도 되냐” 반박
‘경허의 선사상에 대한 재조명’을 주제발표한 변희욱 서울대 강사는 “많은 학자가 경허스님의 오후 행적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며 “본지풍광일까, 파계행일까? 그는 격식 밖의 뜻(格外旨)을 알아내고 격식을 초월한 삶을 살았을까, 아닐까?” 라고 자문했다.
이어 변씨는 “이 문제는 결국 그가 격식 밖의 뜻을 알았는지 즉 돈오 여부와 관련되며, 돈오 여부는 학문의 영역이 아니므로 학문적으로 분석할 수 없지만, 알음알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경허스님이 던진 낙처(落處)를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해 따져볼 수는 있다”며 “그의 견처가 진짜라면 그의 오후행에 어울리는 수식어는 ‘본지풍광 자유자재’일 것이고, 반대로 그의 견처가 가짜라면 그의 오후행에 들어맞는 수식어는 ‘파계행’”이라고 지적했다.
변씨는 “경허스님의 만년행적은 스스로를 낮췄다”며 “그는 일상사에 찌들고 내 것 만들기에 젖어있는 뭇 사람들과 같은 모습으로 그들 속에 들어가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씨는 경허스님이 스스로를 낮춘 이유에 대해 “본래 부처이지만 현실은 부처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높이에 맞춘 것은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경허스님이 진속불이를 외치면서도 산중 결사공동체에만 머물 수 있었지만 진짜 진속불이를 몸소 감행했다는 게 변씨의 조심스러운 추측이다.
변씨는 ‘티 없는 본질이 그대로 현실인가? 이지러진 현실이 그대로 본질인가?’라는 경허스님의 오도가에 주목하면서 “〈오도가〉를 부른 경허스님은 전자를 봤을 것이고 산수갑산으로 간 경허스님은 후자를 봤을 것”이라며 “경허스님의 견처로는 전자와 후자가 다르지 않고 그대로 불이문”이라고 주장했다.
변씨의 논문에 대해 박해당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논평을 통해 “경허의 만행을 합리화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혜능의 말이 불교의 정신에 들어맞는가?”라고 반문한 뒤 “선종 전통에서는 정말로 돈오만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용인할 수 있냐”고 꼬집었다.
박 연구원은 이어 “무애행이 자신 밖의 다른 존재에게 부당한 해악을 끼칠 때 그 존재에게 그것을 감당하라고 요구할 수 있냐”고 비판하면서 그 실례로 경허스님이 제자인 만공스님을 깨우쳐주기 위해 물동이를 이고 가는 아낙네에게 입 맞췄던 일화를 들었다.
이덕진 창원전문대학 교수는 ‘만공스님의 수행가풍과 간화선의 진작’ 주제발표를 통해 “만공스님은 자아를 일원론적이고 유기체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는 존재로 봤다”며 “만공스님에게 나는 절대 유심론 안에서, 세계 그 자체이기도 하며 세계의 일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만공스님의 일원론적이고 유기체적인 세계관은 21세기 현대문명의 패러다임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집 진각대 교수는 ‘만공의 선학원 활동과 선풍진작’ 주제발표를 통해 “만공은 선우공제회를 통해 평소 자신이 갖고 있던 수행관을 펼치며 임원과 후원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며 “선학원이 침체에 빠져 활동을 중지했을 때는 수덕사와 정혜사에서 많은 납자들을 지도하면서 수행의 자세를 놓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교수는 “수좌대회에서 한국불교선종의 종정으로 뽑힌 만공은 일제의 의도대로 총본산이 건립되고 점점 친일화로 변질되는 한국불교의 전통을 회복하려는 의도로 고승수양대회를 개최해 지계정신과 수행풍토를 개선하는데 노력했다”며 “만공은 누구보다도 자신의 스승이었던 경허의 유작을 모으는데 열심이었고, 선학원이 중심이 돼 경허집을 발간함으로써 한국불교의 전통적 선사상이 선학원을 중심으로 계승됐음을 알리려 했다”고 말했다.
오경후 선리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허·만공의 법맥과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이라는 주제발표에 대해 “경허·만공의 법맥이 안고 있는 논란 속에서도 그들의 불교사적 위치는 여전히 확고하다”며 “경허는 한국 근현대불교의 중흥조와 선의 부흥자로서의 위치를 지니고 있고, 만공은 일제치하 우리불교의 왜색화를 막고 청정수좌들의 수행여건을 향상시켜 우리 불교가 지닌 독자성과 정통성을 지켰다”고 평가했다.
유응오 기자 arche@jub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