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석학에게 듣는다 ③
서울대 수의학과 우 희 종 교수
최근 정부의 미국소고기 수입 재개로 인해 광우병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미국은 해마다 약 3천7백만 마리의 소를 도축하고 있지만 그중 40만 마리만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도축 소의 고작 0.1%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게다가 무작위 샘플이 아니라 농장주가 고른 소를 검사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안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라에 따라 24개월, 30개월 이상 된 소는 100% 검사를 하는 유럽연합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대목이다. 일본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으나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고, 100%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어 우리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를 만나 그 근원적인 문제점과 불교적인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현전스님에게 무자 화두 받고 3년간 참선 수행 ‘여래장’ 깨달아
“이종간 장벽을 무너뜨림으로써 오는 질환의 대표적인 사례로 에이즈를 들 수 있습니다. 원숭이에게서 사람에게 옮겨온 것인데, 처음에는 그 증상을 보인 게 고작 몇 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급속도로 늘어나서 2천5백만명이 죽고 4천만명이 전염보균돼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는 에이즈의 사례를 들면서 종간 장벽을 무너뜨리는 게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설명했다. 이어 우 교수는 광우병이 생물학적인 무지의 소산이라고 지적했다.
“종간 장벽을 넘은 새로운 병원체는 그 질병의 피해양상도 치료법도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원인만큼은 명료합니다. 광우병은 생물학적인 무지의 소산입니다. 학계에서는 광우병의 원인 물질로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을 꼽고 있습니다. 프리온은 모든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핵산이 없는 단백질입니다. 소는 초식동물입니다. 그런데 소에게 동물의 뼈와 살을 먹이고, 기타 영양제·성장호르몬·항생제·신경안정제를 먹이다 보니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불교적인 입장에서 보면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업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요하는 자본주의의 공업(共業)이기도 하고요.”
우 교수는 우주가 하나의 그물망으로 연결돼 있다고 보는 불교의 연기사상을 주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광우병은 소의 생태를 고려하지 않고 인간중심으로 소를 사육하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인간은 자신도 자연공동체의 일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하여 잉여쾌락의 욕망을 버리고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을 지향할 때 광우병 같은 문제점은 사라질 것입니다.”
우 교수는 황우석 사태 당시에도 생명조작 실험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주인공이다. 생명조작은 그 주체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는 게 우 교수의 설명이다.
“생명조작은 자연의 순리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크지만, 우생학적인 입장에서 보면 특정집단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우 교수가 이처럼 생명복제나 이종간 실험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바탕에는 불교사상이 자리 잡고 있다. 우 교수가 태어난 곳은 서울시 신촌이다. 어릴 적 그는 신촌 봉원사를 즐겨 찾았고, 사춘기를 맞으면서 삶의 근원적인 질문들을 던지면서 점차 불교사상에 관심을 보이게 된다. 불교사상에 대해 눈 뜬 것에 대해 그는 자신의 신행기에서 이렇게 회고 하고 있다.
“환하게 내려앉은 별들을 바라본 순간 나는 이 우주 속에 던져진 나 자신과 더불어 이 모든 생명체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나의 존재는 내 주위의 모든 생명과 연결돼 존재하고 있음을. 이제는 나의 삶을 엄숙하게 내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책임지고 걸어 가야함을 한 순간에 느낄 수 있었다.”
해남 완도의 바닷가에서 별들을 바라보면서 연기사상을 깨달았다는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는 보다 본격적으로 불교를 배우기 위해 불교학생회 활동을 했다. 당시 그는 서울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지도법사가 무진장 스님이었다.
그에게 불교가 단순한 신앙(信仰)이 아니라 종교(宗敎), 즉 으뜸이 되는 가르침으로 거듭난 것은 결혼생활에 실패하면서부터다. 그가 파혼을 경험하는 것은 미국유학 기간 10년의 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왔을 무렵이다. 그의 아내는 미국에서 자란 탓에 그와 문화적 이질감에 제법 컸다.
유능한 학자로서, 반듯한 사회인으로서 살아온 그에게는 이혼이라는 사실이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당시 그는 자신이 살아온 길을 되돌아봤고, 그 결과 사람들은 각기 다른 삶의 태도와 견해를 갖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삶의 문제는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참선수행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는 당시 송광사 유나 현전스님을 찾아가 가르침을 듣고 무(無)자 화두를 받는다. 3년간 무자화두를 풀기 위해 시간이 나는 대로 참선수행을 해야 했고, 그 과정 동안 현전스님에게 점검을 받는다. 그 결과 그는 어느 날 어둔 동굴에서 환한 빛을 본 것 같은 환희심을 느끼게 된다. 그러자 무한한 시·공간의 이 우주에서 한 사람의 삶이란 바다에 한 번 일렁이는 파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현전스님에게 ‘여산(如山)’이라는 법명을 받고 스님의 유발상좌가 된다.
우 교수는 참선수행과 더불어 《금강경》 《유마경》 《법화경》 《화엄경》을 읽으며 부처님 가르침의 요체가 무엇인지 알아가기도 했다.
그 결과 우 교수가 얻은 지혜는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자리가 바로 서방정토’라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무책임한 낙관주의에 빠진 것은 아니다. 그는 수의학자로서 이 시대의 방향에 대해 연구했으며, 학제간 연구를 통해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조우를 모색했다. 그런가 하면, 안양소년원에 매월 2회씩 나가면서 불교반 강좌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최근에는 너무 바쁜 나머지 매월 1회씩만 참가하고 있다.
우 교수의 연구실에는 그가 걸어온 길을 대변이라도 하듯 전공분야 서적만큼이나 불교학 서적과 인문학 서적이 많다. 그 스펙트럼도 다양해서 들뢰즈의 《천 개의 고원》 같은 포스트모더니즘 서적이 있는가 하면, 《동물과의 대화》 《동물에게 귀 기울이기》 같은 생태학 서적과 조셉 캡벨의 《신화의 이미지》같은 신화학 서적도 있다.
이처럼 관심분야가 넓다보니 연구성과도 다양하다. 지난해에는 《불교학연구》에 ‘복잡계 이론으로 본 생명과 깨달음의 구조’ 논문을 발표했고, 연장선상에서 오는 ‘불교학결집대회’와 ‘세계철학대회’에서 ‘복잡계 이론’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불교불자연합회와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가 공저한 《인류의 스승으로서의 붓다와 예수》에 ‘불교에서 본 예수’를 수록하기도 했다.
그가 불교를 믿음으로써 궁극적으로 얻은 것은 무엇일까? 이는 그의 저서 《생명과학과 선》에 잘 드러난다.
“생명에 한 생각에 일어나 삼라만상이 펼쳐지고, 이 펼쳐지는 모습 속에 오직 연기(緣起)로 인해 무명(無名)이 생기고 분주함이 생겨나니 부처가 생기고 불법(佛法)이 횡행하게 됐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정견(正見)을 지니고 이 세상을 볼 때 과연 ‘삼세제불(三世諸佛)’이란 무엇인가?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과 같다. 그러나 떨어지는 낙엽과 피어오르는 꽃 한 송이가 어찌 다를 것인가. 선(禪)을 통해 생명의 바다 속에서 그 머무를 바 없는 기쁨을 맛볼 수 있기에 이 길을 가르쳐주신 부처님과 조사의 그 큰 은혜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음이다.”
유응오 기자 arche@Jub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