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l  로그인  l  회원가입  l  아이디/비밀번호찾기  l  2020.9.27 (일)
 http://www.bulgyonews.co.kr/news/35902
발행일시: 2020/08/21 11:21:33  이한규
‘연화다반’ 목다구(木茶具) 명인 향산 김승수 씨
“향기로운 산처럼 살아라”

▲목다구장 명인 향산 김승수 씨는 다구제작이 곧 수행이라며 작업에 임할 때 마다 108배로 시작해 108배로 마무리한다


배우면 깨닫는다고 했다. 又步, 말 그대로 걷고 또 걷는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유일 목다구장 香山 김승수 대한명인은 대충이란 내 사전에 없다, 마치 우보의 자세로 다구 만들기에 온 힘을 쏟아왔다.

내가 마음에 들어야 남의 마음에도 드는 법입니다.”

향산에게 다구 제작은 곧 수행(修行)이었다. 할머니 손에 이끌려 부처와의 연을 맺고 그 만남을 최고의 인연으로 만든 사람, 이를 종불구생(從佛求生)이라고 해야 할까, 향산은 불교조각과 목다구 공예를 부처와 최고의 인연으로 만들었다.

나무 한 그루는 목(나무 ), 두 그루가 서 있으면 림(, 수풀 림), 세 그루 모이면 삼(, 나무 빽 들어선 삼)이 된다. 향산은 한 그루 나무로 시작해서 그동안 남긴 작품들이 지금에 이르러 삼라만상(森羅萬象) 큰 숲을 이루고 절간의 차() 문화를 일신시켰다. 나무는 죽어도 수축과 이완을 거듭하고 잘린 후에도 숨쉰다고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향산의 손에 의해 여러 형태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작업이 곧 수행하라며 작품제작에 몰두하고 있는 김승수 명인

  

향기로운 산처럼 살아라

 

20대 때 속리산 어느 암자에서 만난 스님이 香山이라는 호를 주신 것도 몇 겁()의 인연.

향산은 사찰을 오가다가 다도(茶道)를 익혔다고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스님들이 차는 소중하게 여기는데 다구(茶具)는 허접스럽게 보일 정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게 당시 사찰의 분위기였다. 향산이 다구의 소중함, 위상을 위해서도 새로운 다구문화가 필요하지 않은가 싶어졌던 것은 바로 이러한 사찰문화 때문이었다. 2000년 초 향산의 대표적인 예술품이라 절찬 받는 연화다반 등 목다구(木茶具)들은 이렇게 해서 탄생됐고 이제는 응유진유(應有盡有)라는 말대로 있을 건 다 있는 100여 종이 넘는 목다구가 세상에 선 보였다. 뿐만 아니라 불교 관련 목조각과 함께 목다구라는 창작품들은 사찰마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차 문화 전통을 구축하고 차 다구를 일신시켰다.

 

나무와 맺은 42년 인연

코로나19’는 재충전의 기회


 
▲소박하면서도 깔끔한 향산전시장
  

42년을 오직 한 길로만 걸어 온 나무와의 인연, 국내 최초 나무로 차도구를 만들어 국내는 물론 해외 차인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국내 단 한 명뿐인 목다구장 명인 향산 김승수. 그가 만든 작품들은 한결같이 단순하지만 한국적이면서 정교하고 예술적이며 불교적이다.

815일 현재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청정 문경 작업장인데도 폭염, 폭우 거기에다 코로나19’ 사태는 향산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향산공방 방문자도 코로나 발생으로 80% 이상 줄었습니다. 문경에서 21년째 이어온 전통찻사발축제도 취소됐습니다.”

목공예로서 유일하게 참여한 찻사발축제는 물론 대한민국 명인전연례행사인 옻빛전’, 6월 계획됐던 티월드페스티벌등도 줄줄이 취소됐다. 그러나 향산은 연이은 행사 취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오히려 작가 입장에서 자신의 수준을 높이는 재충전의 기회로 삼았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물 폭탄으로 계곡 도로가 넘쳐흐르는 와중에도 그는 다구의 수준을 높일 새로운 작품 구상을 시작했다.

작가 입장에서 되돌아보고 연화다반 등의 에폭시레진 기법을 통한 다른 분위기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차향(茶香)과 목향(木香)이 함께 어우러진 자연스러움이 풍겨나는 작업장은 국내 유일 목다구장의 솜씨가 예술품으로 승화되는 현장, 문경은 바로 찻 사발의 고장이자 향산이 태어난 땅이 아닌가. 향산의 목다구가 차 문화와 연을 맺고 의 큰 획을 그었으니 이게 바로 부처의 뜻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릴 적 시골마을 뒷산에 아담한 작은 암자가 있어서 친구들과 학교가 끝나면 그곳에 올라 재미있게 놀다 오곤 했습니다. 4월 초파일이 되면 할머니는 어린 제 손을 잡고 집에서 약 12km 멀리 떨어진 충주 월악산에 있는 미륵리 절엘 자주 다니셨습니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 평천리에서 태어난 향산은 김승수 명인은 절에 갈 때 부처님전에 올릴 쌀과 초 등을 담은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한 나절이나 걸리는 거리를 걸어서 다녔다. 지금은 먼 이야기 됐지만은 할머니 손에 잡혀 충주 미륵리까지 그 당시 하룻밤 또는 이틀 밤을 자고 집으로 돌아왔던 이야기들은 일기일회(一期一回)라는 귀한 인연으로 돌아왔다.

재가 신도가 지켜야할 다섯 가지 계율은 물론 작품에 임할 때마다 108배로 시작하고 108배로 마무리하는 향산의 청정한 불심은 여기서 출발한다.


▲문경 김용사 대웅전 삼세불복장유물로 봉안한 차호,거름망,차칙

향산이 즐겨 삼는 소재는 연꽃이다. 잘 알다시피 연꽃은 청초하고 아름답다. 나아가 신비롭고 신성하다.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불염성(不染性) 또한 큰 욕심 안 내는 것도 연꽃이 아닌가.

향산은 차도구 소품 3점을 경북 문경의 김용리 천년고찰인 김용사 대웅전 삼세불 부처님 복장유물로 봉안하기도 했다.

 

작품마다 단순한 여백의 미학

이웃 중국서도 높이 평가


▲향산은 작업장 공구들을 늘 부처님 모시듯 대하고 있다
 

문경서중 때 미술 선생님께서 목공예를 전공하신 분이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여선생님께서 나무로 작은 사슴, , 동물 등을 조각하시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향산이 목공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향산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릴 적부터 나무가 좋아했다. 학창시절 미술선생님은 어린 승수가 나무 조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학교 뒷산으로 데려가 작은 나뭇가지를 가르키며 새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이렇게 하면 새가 되고 또 이렇게 하면 짐승의 모양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을 해 주시곤 했는데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새를 만드는 것을 가르쳐준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오늘 날 훌륭한 목공예작품들이 세상에 나왔으니 이것이 인연이 아닌가 싶다.


▲여름에 찬물을 넣고 연꽃을 띄우면 연차가 되는 목연지

대한명인 16-472호 향산에 대한 작품들은 이웃 나라 중국전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왜 여백을 많이 뒀습니까?”

중국 작가들은 향산의 작품을 보고 여백이 왜 많은가 하고 의문을 던졌다.

중국 작품들이 대부분 화려하지만 답답하게 꽉 채우는 기법이지만 제 것은 단순하며 여백을 둬 상대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겁니다.”

뒤늦게 향산의 작품 세계를 알아차린 중국인들은 두 말 않고 작품을 구매했다고 한다.

 

108배로 작품 시작, 108배로 마무리

청정의 상징 꽃은 주요 작품 소재청


▲국내 최초 2,7m 대형 에폭시테이블
 

뿌린 만큼 거둔다. 선과 악, 목조각 세계도 마찬가지다. 목다구 과정이 거의 수작업이다 보니 생산성도 약하고 다른 분야보다 힘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제 살아온 세월은 힘들 때도 있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나무 만질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1980년 불교조각, 2000년 이후 목다구장 42년 세월을 뒤돌아보면 힘들었지만 후회는 없다는 향산은 다가오는 2021년을 향해 또 다른 구상에 들어가고 있었다.


▲원목 느티나무에 삼베로 배접하고 천연옻칠과 나전 자개로 마감한을 한 연화다발 찻상

▲국내 최초로 원목 느티나무에 에폭시를 이용해 제작한 에폭시 차탁

▲원목 느티나무에 삼베로 배접하고 전통옻칠을 한 원목찻상

▲향산 김승수 명인의 작품은 소박해 보이면서도 섬세하여 차인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작품 중 길이 2.7m의 대형 에폭시테이블은 국내 최초로 시도한 작품이다. 15년 동안 원목 느티나무를 가공하여 아름다운 무늬를 살렸고 옹이에 에폭시 수지를 마감하여 물이 흐르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했기 때문에 가히 예술이라는 평가다.

향산은 목다구만의 특징은 첫째 옻칠의 정성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도구장은 칠하고 닦아내기를 수차례 해야 막이 여러 겹 얇게 마르면서 비로소 목다구만의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조각을 하는 시간보다 옻칠하는 시간이 더 걸려 무려 칠만 20일이 넘습니다.”

느티나무, 왕벚꽃나무, 대추나무 등 우리나라 자생 나무와 함께한 42년 세월, 향산의 손마디 마디마다 역시 나이테를 상징하는 듯 거칠지만 수많은 세월이 읽혀진다.

숱한 대패질와 톱질의 세월,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시대정신, 그 속에는 다구 제작은 곧 수행이라는 대 전제가 깔려 있었다.


▲김승수 명인은 목조각을 비롯 다관제작, 전각, 서각, 나전칠기,단청 등을 모두를 섭렵한 만능 재주꾼이다
 

이름 없는 나무들을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 태어나게 한 나무 등걸처럼 거칠어진 손마디들, 향산의 손을 통해 잘라진 나무들은 이 세상에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으니 이게 바로 부처와 깊은 인연을 떠올리게 만든다.

 

29세 되던 어느 날 상주에 있는 천년고찰 봉해사서 녹차를 처음 접했다는 향산, 아마 지금 이 시간에도 차를 즐기는 스님과 다인(茶人)들을 위해 우리나라 전통이 스민 아름다운 미래의 작품 앞에서 108배를 시작하고 108배로 마무리 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향산목다구 (054)571-2113 / 010-3540-5552

 

경북 문경 / · 사진 이한규 주간

 


기사 출력  기사 메일전송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독자의견쓰기
* 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 등 목적에 맞지않는 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등록된 글은 수정할 수 없으며 삭제만 가능합니다.
제    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스팸방지            스팸글방지를 위해 빨간색 글자만 입력하세요!
    

 
  l   신문사 소개   l   연혁   l   조직구성   l   본사 및 지사 연락처   l   기사제보   l   개인정보보호정책   l  
copyrightⓒ2001 주간불교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30길 21, 1415호(낙원동, 종로오피스텔)
편집국·업무국 02)734-0777 Fax : 02)734-0779
주간불교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