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사 개산 400주년 특별전 ‘불상. 마음을 담다’가 3월14일 오전 속초시립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이날 특별전에는 400년만에 처음 공개되는 보강사 목조지장보살좌상과 복장유물 등이 선보였다. 이불상은 17세기에 금강산 안양암에서 조성돼 1937년 속초 영랑호 보광사로 옮겨와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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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 보광사 목조지장보살좌상 |
이번 전시의 주존인 보광사 목조지장보살좌상은 2010년 조사에서 발견된 복장 발원문을 통해 숭록대부 나업의 부인 한씨가 남편의 극락왕생을 위해 조성했다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숭록대부 나업(羅嶪)은 상선(尙膳)으로 왕을 보좌하는 내시의 최고 직위의 인물이다. 1596년에 태어나 1654년 59세로 사망했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 일기에서 나업은 인조가 가장 총애하는 최측근이었으며 병자호란을 전후로 조선 조정과 청과의 관계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다. 1636년 12월9일 청나라 대군이 압록강을 건너 조선을 침략하자 인조는 강화도 피신을 결정한다. 먼저 숙의 세자비, 원손과 인조 뒤를 이어 효종에 오르는 봉림대군, 인평대군을 강화도로 가게 했다.
나업은 승정원 승지 한홍일과 함께 몽진하는 왕을 수행했다. 왕을 호위하는 본진은 청군이 강화도 건너가는 길을 막는 바람에 남한산성으로 들어간다. 강화도의 봉림대군이 남한산성의 인조에게 보내는 서신을 나업이 전달했다. 전장에서 서신을 전달하는 역은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되는 위험하고 막중한 소임이다. 그 공을 높이 평가 받은 듯 하다. 그는 정2품으로 진급하고 말 노비 밭 등을 하사받았다.
이후 조선이 청나라에 항복하고 사신을 보낼 때 나업이 차출된다. 1638년 6월 청나라에서 요구한 결혼 처녀단자를 사신단과 함께 심양으로 가지고 갔다. 이를 시작으로 나업은 모두 5차례 청을 방문한다. 모두 중요한 방문이었다. 1639년 2월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을 모시고 심양을 찾았고, 1642년5월 인평대군을 수행하였으며, 1649년과 50년 사이 효종이 즉위한 뒤 한번은 사은사로 또 한 번은 청나라 왕실과 혼인하는 효종의 양녀 의순공주를 따라 청을 찾았다.
인조는 나업에게 청의 요구 사항을 수습하는 역할을 그에게 맡겼다. 청의 요구를 조선 조정에 단순 전달하는데 그치지도 않았다. 나업은 청이 요구하는 세공미를 줄였다는 공로로 인조로부터 포상을 받았다. 청과의 외교 역할 뿐만 아니라 궐내 공사도 담당했다.
이런 나업은 전란 중의 업무로 인해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았고 한씨 부인은 목숨을 걸고 왕명을 수행하는 지아비 나업의 무사안일을 노심초사 걱정했을 것이다. 비록 함께 하지는 못 하지만 나업에 대한 한씨 부인의 사랑은 남편의 극락왕생을 바라는 간절한 염원으로 승화되어 지장보살을 조성하고 그 복장에 담겨진다.
개막식은 속초 불자들로 구성된 람파스합창단의 찬불가로 막을 열고 보광사 회주 석문스님의 봉행사와 이병선 속초시장의 축사 등으로 진행되었다.
보강사 회주 석문스님은 봉행사에서 “영랑호 보광사 개산 400주년과 속초시 승격 6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이번 특별전을 통해 공개되는 목조지장보살상이 혼란의 시기 흩어지고 정착하며 성장했던 속초와 속초시민 모두의 영혼을 간직하고 함께해 왔기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우리 시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보듬어 왔던 목조지장보살좌상이 이번 전시를 통해 더 많은 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에 의미가 깊다. 40일간의 특별전이 끝나더라도 보광사 지장전에서 목조지장보살좌상을 친견할 수 있게 되기를 모든 시민들과 함께 바란다. 나아가 영랑호 보광사가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문화향유와 소통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해왔던 것에 대하여 보광사 관계자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하며 목조지장보살좌상과 회주스님께 합장의 예를 올렸다.
신창섭 설악투데이 대표는 목조지장보살상의 시대사적 해석에서 특히 근현대사에 있어서 “실향민의 도시 속초에 역시 대홍수와 실향민이 되어 속초로 옮겨 온 목조지장보살상은 예언자적, 구원자적 의미로 시민들과 함께해 왔고 지금도 함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속초시민들과 함께하며 시민들의 마음 깊은 곳에서 영원히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약 7분간 진행된 신창섭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일부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 개막전을 알리는 촛불 점등식에서 지장보살상 앞에 마련된 촛대에 석문 스님이 불을 밝히고 경건하게 삼배를 올리는 순간에는 전시실에 있던 동참 대중들은 경건하고 숙연한 마음으로 합장하며 함께 기원했다.
이번 특별전의 출품유물 전시 실무를 조력한 전 양양공항 문화재 감정관 출신 김주용 미묘화랑 대표는 ‘혼란했던 시기 속초의 아픔을 말없이 품어주고 오랜 세월 속초시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온 목조지장보살상의 작지만 당차고 온화하며 너그러운 모습에서 우리들 모두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얻게 된다‘는 전시소감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특별행사로 법인권사회연구소 이창수 대표의 ‘보광사 개산 400주년기념 속초시립박물관 특별전. 불상, 마음을 담다’ 휘호 쓰기와 참석자 전원과 방문하는 속초시민 남녀노소 누구나 염원의 글을 자유롭게 적는 퍼포먼스도 있었다. 수 미터에 달하는 천에 시민들이 하나 하나 자유롭게 적은 소망의 글은 보광사 400주년 공식 행사인 타임캡슐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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