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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3/03/17 11:17:24  이한규
수덕사 방장스님 친견기(親見記)

홀린 듯 시작한 사업, 고집스레 끌고 간 10여 년에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버렸다. 불현듯이 밀려오는 공황(恐慌)을 극복하고자 선()을 행하듯 골방에 엎디어 글 쓰는데만 매달린 3년여에 겨우 평정심을 찾아가던 중에 진주 거사림회 회장인 준철(駿徹) 형으로부터 3월 초에 개강하는 불교 경전대학에 나와 공부도 하고, 또 수덕사 방장스님이신 설정(雪靖) 큰스님을 뵙고 법문을 청하러 가는데 같이 가자는 말에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고자 따라나선 것이 봄빛이 완연한 3월 첫째 토요일이었다.

 

준철 형이 회장으로 있는 진주 거사림회는 1976년 조선인 최초의 판사 출신 승려인 효봉스님의 적극 지원하에 진주 연화사 신도회에서 발전하여 5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전국 최초로 초파일 거리 연등 행사를 비롯하여 불교합창단을 창설하여 각종 불교행사 때 마다 노래 공양을 하는 심지 있는 불교단체가 되었다. 또한 진주 거사림회는 사단법인 새생명광명회를 설립하여 무료 개안 수술을 해주는 등 부처님의 자비, 광명을 온 세상에 알렸고, 그 공로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전통 깊은 불교단체이다.

 

스님을 뵈러 간다는 설레임에 전전반측하며 밤잠을 설쳤고, 새벽밥 한술에 수덕사 행 관광버스가 기다리는 진주로 달렸다. 불심이 깊은 준철 형의 공덕으로 버스 두 대를 꽉 채운 불자들은 저마다 큰스님을 친견한다는 설레임에 들떠 있는 표정들이 역력하였다. 수덕사 행 버스 안에서의 이동 법회(移動 法會)는 좀은 낯설면서도 여느 대찰(大刹) 못지않은 무게감에 절로 경건해 지기까지 한다.

 

수덕사에 도착하였다. 수덕사는 우리나라 5대 총림중의 하나로 불리는 대가람으로서 백제 시대 때 창건되었다고 하나 정확한 연대는 모른다고 한다. 50여년 전 학창시절에 한번 와본 적이 있지만 다시 찾은 가람은 일주문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부터 낯설기만 하다.

 

일주문을 지나고 사천왕상을 거치면서 바라본 대웅전은 단청을 하지 않았음인지 황금빛깔의 단아한 모습이 오히려 더 웅장하다. 아쉽게도 큰스님을 뵈올 시간이 촉박하여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하고 지나치려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12시가 다 되어 큰스님이 계시는 정혜사에 도착하였고, 도착한 시간이 마침 공양시간이라 공양을 먼저 하고 큰스님을 뵙기로 하였다. 큰스님은 해인사에 계시는 도반스님이 몸이 불편하셔서 문안을 가야 한다면서도 우리와의 약속을 지키시려고 기다려 주셨다.

 

탐진치(貪瞋癡)의 삼독(三毒)을 벗어 던진 법랍 70여년의 세월 동안 다듬어진 노()스님의 용채(容彩), 알 듯 모를 듯 빙긋한 미소는 바라보기만 하여도 넉넉하고 편안하다. 일행은 스님께 삼배를 올리고 법문을 청하였다.

 

스님은 모든 종교가 지향하는 궁극점이 사랑이지만 불교는 여타 종교와 달리 편협된 사랑이 아닌 보편적 사랑을 추구하기 때문에 세상의 평화를 가져올 유일한 종교가 불교라고 단언하시면서 우리의 가슴은 참다운 마음을 경작하는 밭(心田)이고 우리가 본래 갖추고 있는 불성이 우주의 근원이 되며 곧 견성성불(見性成佛)된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스님은 본성을 깨우치는 방법과 절차, 즉 심전경작(心田耕作)의 방법으로 6가지 덕목을 말씀하신다.

 

첫째가 수시로 다가오는 유혹을 이겨내는 강고한 의지와

둘째, 혼란과 어리석음의 삿된 마음을 버리고 정심(正心)을 가져야 하며,

셋째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자비심(慈悲心), 네 번째로 사랑으로 충만한 가정을 이루어야 된다고 하셨다.

이어서 스님은 기본이 안 된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고 세상을 어지럽히는데 위정자든 백성들이던 우선 자신의 허물을 읽을 수 있는 세심(細心)을 가져야 하며, 타인의 잘못을 이해하고 담아 줄 수 있는 큰 마음(大心)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스님께서는 되는대로 사는 인간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정신일도(情神一到)면 하사불성(何事不成)이라는 마음으로 일신(一新) 또 일신(日新)의 마음으로 살아야 된다고 하셨다.

 

스님은 경허(鏡虛)의 세 달이라는 칭송을 듣는 세 분 스님 중 한 분으로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무식쟁이(?) 수월선사(水月禪師)의 일화를 소개하시면서 수월선사의 밤낮없이 용맹정진하시는 불망념(不忘念)과 무한한 공덕의 저수지와 같은 집중력, 응력(應力)이 후대에 까지 기려지는 대선사를 낳았다면서 오늘 이 법회에 참석한 처사, 보살들도 잠시도 방심하지 말고 몸과 마음을 닦을 것을 주문하셨다.

어둠은 어둠을 불러오고 밝음에는 밝음이 따라온다, 밝은 얼굴을 하면 반드시 밝은 복이 따라온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말씀을 끝으로 한 시간에 걸친 법문을 마치고 와병중인 도반에게 가봐야 한다면서 총총 길을 떠나셨다.

 

스님은 경전에 녹아 있는 정수(精髓)를 지극히 평범한 말로 옮겨 주셨지만 가히 주옥(珠玉)에 견주랴. 한 말씀, 말씀이 깊은 울림을 주셨다.

우리는 고승대덕의 이러한 법문을 듣기 위하여 새벽밥을 먹고 그야말로 천리길을 불사하고 달려 온 것이 아니던가.

 

솟구치는 불길이 무한한 감동으로 다가와 무명(無明)으로 헤매던 나를 따뜻이 비춰주었고, 그 영롱한 보석으로 내 마음의 밭(心田)을 갈군 뜻깊은 하루였다.

행복한 마음으로 귀행(歸行) 버스에 오른다.

 

▲김용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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