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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노동장 안치실에서 약식으로 극락왕생 기도를 올렸다. |
한 달간 7명 이주노동자 산재사망... "죽음 앞 차별 있어선 안 돼"
고흥·포항 현장서 직접 기도 올려... "존엄과 안전 보장받는 세상 위해"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8월 12일 한 달여간 연이어 발생한 이주노동자 산재사망에 대해 차별 없는 존엄과 책임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회노동위원회는 입장문에서 지난 7월 7일부터 8월 10일까지 구미, 김포, 포항, 화성, 고흥, 곡성 등에서 베트남, 미얀마, 네팔, 태국 출신 이주노동자 7명이 산재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사망의 엄중함을 강조하며 노동부 장관에게 직을 걸고 보고하라 지시했지만 현장의 죽음은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돌아가신 분들 대부분이 하청·재하청 구조에 속한 노동자들이며, 그중 많은 수가 하루 품삯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주노동자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주노동자의 죽음이 내국인 노동자의 죽음과 비교해 너무나 차별적인 현실에 놓여 있다고 비판했다. 주검의 존엄이 지켜지지 않고, 진상조사와 책임자 문책, 배보상, 정부의 공식 사과, 유가족 위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많은 경우 분향소조차 차려지지 못한 채 이름 없이 안치실 냉동고에 머물다 운구 절차 없이 화장되어 고국으로 보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노동위원회는 죽음의 원인 조사, 산재 인정, 유가족 위로와 보상, 정부와 사용자의 사과 등에 대해 대부분의 대답이 아니오라며, 이것이 지금까지 정부와 사용자들이 보여온 태도이자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불교의 가르침이 모든 생명이 평등하며 죽음 앞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전한다며,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국인과 이주노동자를 가르지 않고 동일한 책임과 절차로 산재 사망에 대응해야 하며, 우리 모두가 산업재해 없는 일터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회노동위원회는 8월 11일 전남 고흥 장례식장 안치실에서 양식장 감전사로 숨진 태국·베트남 노동자의 극락왕생을 기도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노동자는 친인척이 있어 분향소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한 분은 그렇지 못했다고 전했다. 7월 28일 포항에서 예초기를 메고 쓰러진 네팔 노동자의 경우에도 분향소가 마련되지 않아 안치실에서 기도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우리의 기도가 단지 영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우리가 각성하고 더 이상 같은 죽음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다짐이라고 밝혔다. 이 땅에서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이주노동자가 존엄과 안전을 보장받는 세상을 위해 불자와 시민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입장문은 생명의 존귀함 앞에서 국적과 출신을 가리지 않는 불교의 자비정신이 현실 사회의 문제에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메시지다. 특히 조계종이 직접 현장을 찾아 기도를 올리며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실천적 자비행을 보여준 것은 종교가 사회 현실에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귀감이 되고 있다.
김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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