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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현 스님(왼쪽)과 승우 스님 |
‘몸으로 하는 기도’ 강조…흔들리는 시대의 수행 해법
국내 최다 박사학위(8개) 소유자로 널리 알려진 자현 스님은 중앙승가대 교수이면서 신행단체인 월정사 금강경봉찬기도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 단체의 신행국장은 승우 스님이다. 두 스님이 9월 28일 서울 중구 필동 불교문화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목소리로 ‘몸으로 체감하는 신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현 스님은 “금강경 사경과 삼보일배는 세상 속에서 버틸 힘을 주는 정신적 영양제”라며 “특히 몸으로 하는 수행은 기억에 오래 남고 삶의 변화를 이끈다”고 말했다. 단순한 교리 이해를 넘어 실천이 동반된 수행이야말로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불자들에게 필요한 토대라는 설명이다.
출가자 감소뿐 아니라 재가 신도층 역시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 두 스님은 ‘습관으로서의 신행’을 강조했다. 매일 금강경을 독송하거나 사경하고, 절 수행을 일상화하는 과정이 결국 삶을 지탱하는 힘으로 축적된다는 것이다.
10월 10일 오대산 5000 대중 결집…삼보일배와 사리 이운 결합
이번 금강경봉찬기도의 핵심은 10월 10일 오대산 월정사 일대에서 봉행되는 대규모 삼보일배와 금강경 기도다. 약 5000여 명이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원사 문수동자상에서 나온 진신사리를 모시고 전나무숲길을 따라 ‘세 걸음에 한 번 절하는’ 수행이 펼쳐진다.
삼보일배 행렬은 적광전을 출발해 전나무숲길과 성황각을 지나 특설무대까지 이어진다. 사리와 자장율사 진영이 선두에 서고, 그 뒤를 자현 스님과 봉찬기도회 대중, 일반 참가자들이 따른다. 단순한 행렬이 아닌 ‘사리 이운’이라는 상징적 의식과 결합되며 신행의 의미를 한층 강화한다.
특히 이번 행사는 오대산문화축전의 폐막 법석으로 마련돼, 축전의 시작과 끝을 사리 이운으로 잇는 구조를 갖췄다. 시작과 회향을 모두 수행으로 장엄하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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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경봉찬기도 웹포스터 |
“낮게 흘러 바다가 된다”…하심 수행으로서의 삼보일배
올해 삼보일배의 슬로건은 ‘낮게 흘러 바다가 된다’다. 승우 스님은 이를 두고 “자신을 낮추는 하심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수행”이라고 설명했다. 삼보일배는 단순한 고행이 아니라 참회와 성찰, 나아가 사회적 문제를 돌아보는 수행으로 확장돼 왔다는 것이다.
자현 스님 역시 “갈등과 혼란이 심화되는 시대일수록 자신을 낮추는 수행이 중요하다”며 “삼보일배는 간절한 신심을 몸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즉, 몸을 낮추는 행위 자체가 곧 마음을 낮추는 수행으로 이어진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삼보일배는 개인 수행을 넘어 공동체적 실천으로도 읽힌다. 수천 명이 함께 걷고 절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발원은 하나의 흐름으로 모이고, 이는 곧 공동의 염원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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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경봉찬기도 웹포스터 |
금강경봉찬기도, ‘기도의 습관화’로 이어지다
삼보일배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는 점은 금강경봉찬기도의 구조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2023년 본격화된 이 기도회는 현재 1만2000여 가구가 접수하고, 8000여 가구가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신행 공동체로 성장했다.
참가자들은 매일 금강경 독송이나 사경을 실천하며, 보시와 축원을 생활 속에서 이어간다. 매월 열리는 철야기도와 상시 기도 프로그램 역시 높은 참여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40~50대 신규 참여가 증가하며 세대 확장 가능성도 확인되고 있다.
승우 스님은 “전통적인 신행 방식이 세대를 넘어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며 “삼보일배와 금강경 기도는 생활 속 수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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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경봉찬기도 웹포스터 |
성지순례 전통에서 현대 신행으로…확산의 과제
자현 스님은 삼보일배의 기원을 초기불교 성지순례 전통에서 찾았다. 붓다 열반 이후 4대 성지, 나아가 8대 성지를 순례하던 전통이 절 수행과 결합하며 오늘날의 형태로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아소카왕의 불적 순례는 이러한 신행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스님은 “중국 오대산이나 보타산에서는 지금도 삼보일배로 순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그 자체로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도는 몸으로 체험할 때 삶을 바꾼다”며 한국불교에서도 이러한 전통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삼보일배와 금강경봉찬기도는 과거의 수행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도다. 자현 스님은 “신행이 살아야 불교가 산다”며 “기도와 절하는 습관이 다음 세대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몸으로 읽는 금강경, 걸음마다 새기는 발원. 오대산에서 펼쳐질 삼보일배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흔들리는 시대 속에서 다시 ‘신행의 길’을 묻는 하나의 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