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6건 174점의 복장물 한자리에 모아
불상 안의 또 다른 우주, 성보로 읽는 신앙의 구조
작은 유물에 깃든 간절한 마음과 공덕의 시간
 |
| ▲ <평창 상원사 목조문수보살좌상> 황초폭자와 후령통 |
강원 평창 오대산 자락에 자리한 월정사성보박물관이 가을을 맞아 특별한 전시를 선보인다. 2026년 10월 1일부터 2027년 3월 31일까지 이어지는 특별전 「부처님 속 우주 후령통」은 불상과 불화 내부에 봉안되는 ‘후령통’을 중심으로, 그동안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불교 복장 문화의 심층을 조명한다. 국가유산청 전통산사국가유산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강원특별자치도와 평창군의 후원을 받아 월정사성보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
| ▲ <원주 구룡사 삼장보살도> 후령통 |
불상과 불화의 내부는 오랫동안 신성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그 안에 담긴 복장물 역시 발원문을 제외하면 일반에 공개되는 일이 드물었다. 이번 전시는 그 ‘닫힌 세계’의 중심에 놓인 후령통에 시선을 맞춘다. 후령통은 불보살의 몸속에 봉안되는 일종의 성스러운 용기로, 경전과 종자, 장엄물 등을 담아 신앙적 완결성을 부여하는 핵심 장치다.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불교적 우주관을 응축한 상징적 구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
| ▲ <삼척 영은사 석가삼존도> 후령통 |
전시는 총 56건 174점의 복장물을 한자리에 모았다. 국가지정문화유산 4건과 강원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 10건이 포함된 규모다. 평창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과 목조문수보살좌상 후령통을 비롯해, 불상과 불화에 봉안된 다양한 사례가 소개된다. 특히 개봉되지 않은 후령통도 함께 전시돼 봉인 이전의 상태를 엿볼 수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보존처리를 마치고 처음 공개되는 삼척 운흥사 목조아미타불좌상 복장물 역시 이번 전시의 주요 볼거리다.
 |
| ▲ <평창 상원사 문수보살좌상> 오보병 |
전시는 『조상경』을 바탕으로 한 복장 의례의 흐름에 따라 3부로 구성됐다. 1부 ‘부처님 품속에 생명력을 넣다’에서는 불상과 불화 조성의 종교적 배경과 공덕을 짚으며 복장의 개념에 접근한다. 2부 ‘후령통을 장엄하다’에서는 후령통의 해체 구조와 내부 구성 요소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며, 봉인주와 황초폭자, 오방경, 오보병 등 다양한 성보를 통해 그 상징체계를 설명한다. 3부 ‘佛, 오롯이 만나다’에서는 후령통이 봉안된 이후 완전한 신앙의 대상으로 완성된 불보살의 모습을 조명한다.
 |
| ▲ <평창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 후령통 |
이번 전시는 후령통을 단순한 유물이 아닌 ‘우주를 담는 장치’로 읽어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작은 통 안에 담긴 경전과 종자, 장엄물은 각각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로 기능하며, 이를 통해 불교적 세계관이 구체적으로 구현된다. 눈에 보이지 않던 내부의 질서가 시각적으로 드러나면서, 관람객은 불상이라는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월정사성보박물관 관장 해운 스님은 “이번 전시는 그동안 닫혀 있던 후령통을 열어 그 안에 간직된 복장물을 선보이는 자리”라며 “성보 하나하나에 담긴 대중의 정성과 간절한 바람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상 밖이 아닌 ‘안’을 들여다보는 시도. 이번 전시는 보이지 않던 세계를 드러내며, 불교미술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시선을 제시한다. 후령통 속에 담긴 것은 물건이 아니라 시간과 믿음,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