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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6/10/29 14:26:20  최승천
AI가 설법하고 경전을 번역한다…불교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쓸 것인가
조계종 해외불교세미나서 미국·일본·대만의 AI 활용 조명

대만 불광산, 불교 전용 데이터베이스로 교리 왜곡 방지


AI 번역과 맞춤형 법문, 10개 국어 실시간 통역까지


일본은 로봇 관음·AI 붓다 실험…종교적 권위는 쟁점


미국의 AI 명상 확산…기술보다 수행의 의미와 인간 책임 중요


▲ 서울 불광산사 주지 혜호 스님이 ‘불광산의 사례로 보는 불교의 AI 발전과 응용’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불교 경전을 번역하고 신도의 고민에 맞는 가르침을 찾아주며,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게 설법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술을 종교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넘어, 인공지능이 불교의 가르침과 수행을 어디까지 도울 수 있는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가 10월 2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연 ‘2026년 해외불교세미나’에서는 미국·일본·대만 불교계의 인공지능 활용 사례가 소개됐다. 제3발표자인 혜호 스님(서울 불광산사 주지)은 ‘불광산의 사례로 보는 불교의 AI 발전과 응용’을 통해 대만 불광산의 경험을 소개하고, 불교계가 기술을 수용할 때 고려해야 할 원칙을 제시했다.

 

인간불교의 연장선에 놓인 AI

 

혜호 스님 발표의 핵심은 인공지능 도입이 단순한 기술 유행이 아니라 불광산의 ‘인간불교’라는 지향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개산조사 성운 대사는 불교가 사찰 안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광산은 일찍부터 환등기와 출판·방송 등 새로운 매체를 포교에 활용해왔다. 오늘날 AI를 활용한 포교 역시 가르침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려는 노력의 연장선이라는 설명이다.

 

불광산이 AI 도입 과정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문제는 교리의 정확성이었다. 생성형 AI는 그럴듯하지만 사실과 다른 답변을 내놓는 ‘환각’ 현상을 보인다. 초기 시험에서는 불교 교리를 다른 종교의 가르침과 혼합하거나 성운 대사의 어록을 왜곡하는 오류도 발생했다.

 

불광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불광전자대장경과 성운대사전집, 공식 법문 영상·음성 자료 등을 모아 자체적인 AI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검증된 불교 자료를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하거나 관련 내용을 검색하도록 해 교리 왜곡을 줄이려는 것이다. 일반적인 AI를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불교의 맥락과 용어를 반영한 시스템을 마련한 셈이다.

 

경전 번역부터 맞춤형 설법까지


▲ 혜호 스님


불광산의 AI 활용은 번역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방대한 불교 문헌을 여러 언어로 번역하려면 한문 고전과 불교 전문용어에 정통한 인력이 필요하지만, 전문 인력은 제한적이고 작업에는 많은 시간이 든다. 불광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불교 번역 특화 플랫폼인 ‘불광 AI 2.0’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번역 초안을 만들고 원문 충실도와 문장 유창성, 전문용어의 일관성 등을 평가해 수정할 부분을 제시한다. 그러나 최종 번역을 AI에 맡기지는 않는다. AI가 반복적인 작업을 처리하면 스님과 전문가가 불교적 의미와 맥락을 검토해 결과물을 완성한다.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기보다 전문가가 핵심적인 판단에 집중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신도와의 소통에도 AI가 활용된다. 불광산은 성운 대사의 법문 가운데 이용자의 고민과 상황에 맞는 가르침을 찾아주는 메신저 기반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 다국어 통역 플랫폼 ‘오라토 플로우’도 해외 분원과 불학원 등에 도입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열린 국제불광회 세계회원대회에서는 3만명이 모인 행사에서 10개 국어 실시간 동시통역을 지원했다.

 

이러한 사례는 AI가 언어와 거리의 장벽을 낮춰 불교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기술의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잘못된 답변을 검증하고 교리적 오류에 책임질 주체도 분명해야 한다. 혜호 스님의 발표가 던지는 질문은 AI를 도입할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을 학습시키고, 누가 결과를 검토하며, 어떤 원칙으로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계종을 위한 3가지 실천적 제언

 

한편 혜호 스님은 조계종을 향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불교가 기술을 지혜롭게 활용하려면 종단 차원의 기반 마련과 윤리 원칙 정립이 시급하다”면서, 대만 불광산의 사례를 바탕으로 조계종의 실천 과제를 제시했다.

 

혜호 스님은 경전과 종헌종법, 역대 고승의 법어 등을 아우르는 통합 인공지능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첫손에 꼽았다. 부정확한 정보가 생성되는 ‘환각’ 현상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과 종무원, 사찰 실무자를 대상으로 인공지능 활용과 기초 코딩 교육을 정례화하고, 교리 왜곡과 종교적 신성 훼손을 막을 종단 차원의 윤리 지침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혜호 스님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은 21세기의 방편”이라며 “기술에 끌려가기보다 중생의 고통을 덜고 지혜를 전한다는 불교의 원칙에 따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와 세대의 장벽을 넘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로봇 불교, 종교적 권위의 경계는


▲ 사회자 이병욱 보조사상연구원장과 보일 스님(오른쪽)이 주제발표 후 토론을 하고 있다.


제2발표자인 보일 스님(AI부디즘학술원장)은 ‘일본 불교계의 AI 로봇 도입 현황과 종교적 영향’을 다뤘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독경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로봇 페퍼를 비롯해 교토 고다이지의 안드로이드 관음 ‘마인다르’, 경전 검색형 AI ‘붓다봇’, 생성형 AI를 결합한 ‘붓다봇 플러스’, 휴머노이드 ‘붓다로이드’ 등이 등장했다.

 

이들 사례는 음성 낭송부터 경전 해설, 사람과 마주하는 로봇까지 종교적 가르침을 전달하는 매체가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일 스님은 AI와 로봇을 종교 자체의 대체재라기보다 교리와 의례, 관계가 전달되는 방식을 바꾸는 매체로 바라봤다. 기계가 법문을 말한다고 해서 종교적 권위와 책임까지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활용 범위와 한계를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미국의 AI 명상, 수행은 데이터가 될 수 있나


▲ 문진건 교수(오른쪽)가 주제발표 후 토론을 하고 있다.


제1발표자인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디지털 멘탈케어 시장에서 AI 명상이 확산하는 현상을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불교 명상이 심리치료와 웰니스 영역으로 확산하면서 스트레스 완화와 정서 조절을 위한 실천으로 재해석돼왔다. 최근에는 AI가 이용자의 상태와 요구에 맞춰 명상 내용을 제시하고 대화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문 교수는 AI 명상이 접근성과 개인화를 높일 수 있지만 수행의 의미를 바꿀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행자가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기보다 데이터와 기계의 해석에 의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인간 지도자를 대체하기보다 수행을 돕는 보조자로 활용하고, 수행자의 자기결정성과 독립성, 공동체와 전통의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세 발표는 서로 다른 사례를 통해 같은 질문을 던진다. AI가 경전을 번역하고 설법하며 명상을 안내하는 시대에도 불교의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가르침의 정확성, 인간의 책임, 수행과 공동체의 의미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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