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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6/10/28 18:22:31  최승천
탄허의 ‘회통’은 종교 공존의 길을 열 수 있을까…불교·기독교 학자들 한자리에
한국종교교육학회·한국불교학회, 10월 31일 동국대서 추계 공동학술대회

자현 스님 주제발표 등 10개 발표…교육·역학·계율·종교 간 대화 조명


불교·유교·도교 넘어 기독교까지 아우른 탄허의 종교사상 재조명


종교 간 갈등과 무지 넘을 상호종교교육 모색…가능성과 한계 함께 짚는다


▲ 흑판 강의하는 탄허 스님(사진=탄허큰스님 공식웹사이트)

 

불교와 유교, 도교를 아우르고 기독교와의 만남까지 모색했던 탄허(呑虛·1913~1983) 대선사의 종교사상을 오늘날 다종교 사회의 관점에서 다시 읽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서로 다른 종교 전통을 하나의 틀 안에서 이해하려 했던 탄허의 ‘회통(會通)’ 사상이 종교 간 대화와 공존에 어떤 가능성을 지니는지, 또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불교학과 종교교육학, 신학 분야 연구자들이 함께 살펴본다.

 

한국종교교육학회(회장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와 한국불교학회(회장 자현 스님)는 10월 3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중구 동국대 서울캠퍼스 문화관 4층 초허당세미나실에서 ‘세계종교에서 본 탄허 대선사의 종교사상’을 주제로 2026년 추계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주제발표 1편과 일반 발표 9편 등 모두 10편의 발표가 진행되며, 발표자 10명과 논찬자 9명이 탄허의 교육관과 역학사상, 계율관, 종교 간 대화 등을 조명한다.

 

탄허는 불교 경전과 동양 고전을 두루 연구하고 번역한 20세기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학승이다. 1913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유학을 익힌 그는 1934년 오대산 상원사로 출가해 한암(漢巖) 스님의 제자가 됐다. 1960년 『육조단경』을 시작으로 『신화엄경합론』, 『능엄경』, 『대승기신론』 등 불교 경전과 『노자』, 『주역선해』, 『장자』 등 동양 고전까지 약 23년에 걸쳐 17종 76권을 번역해 펴냈다.

 

인재 양성에 평생 바친 탄허…교육철학과 학문 세계 조명


▲ 한국종교교육학회와 한국불교학회 2026년 추계 공동학술대회 웹포스터


탄허의 학문적 성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교육이다. 그는 “법당 백 개를 짓는 것보다 인재 한 사람을 기르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뜻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1956년 오대산 수도원, 1959년 영은사 수도원을 열어 승려와 재가 지식인에게 불교와 동양철학을 가르쳤고, 1965~1969년과 1972~1976년 두 차례 동국대 대학선원장을 맡았다.

 

주제발표는 탄허의 스승 한암의 교육사상을 다룬다. 한국불교학회 회장인 자현 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은 ‘한암의 선불교적 교육관과 교육이념’에서 일제강점기 전후 네 차례 종정을 지낸 한암의 교육관을 살펴본다. 선과 계율이 하나라는 ‘선계일치(禪戒一致)’, 선을 앞세우고 교학을 뒤에 둔다는 ‘전선후교(前禪後敎)’가 한국불교 교육의 틀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짚는다.

 

1부에서는 교육자로서의 탄허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박진영 동국대 연구자는 ‘종립대학 종교교육, 탄허에게 길을 묻다: 동국대학교 대학선원장 활동의 교육적 함의’에서 탄허가 다른 종교나 사상에 대한 배타성보다 불교 자체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힘썼다는 점에 주목한다. 종립대학의 종교교육은 종교의 가르침에 담긴 지혜와 보편적 가치를 전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윤창화 민족사 대표는 ‘탄허의 교육철학: 인재양성과 삼교융합 교육철학’에서 사람을 기르는 일을 가장 근본적인 불사(佛事)로 여긴 탄허의 교육관을 살펴본다. 정혜정 동국대 연구자는 ‘동학으로 본 탄허 선사의 불교교육사상’을 발표한다.

 

2부에서는 탄허 사상의 학문적 폭을 조명한다. 신창호 고려대 교수는 ‘탄허 선사의 불교 정신에서 탐색해 보는 교육의 의미’에서 탄허가 현토·번역한 『주역선해』의 「몽괘」 풀이에 담긴 교육 정신을 탐색한다. 박병훈 원광대 연구자는 ‘탄허의 역학사상 연구’를, 김남희 가톨릭대 연구자는 ‘탄허선사의 예지력과 김수환 추기경의 카리스마, 그 집중과 확산에 대하여’를 발표한다. 박성일 서울대 규장각 연구자는 ‘탄허의 계율관 연구: 『범망경』 및 이사무애계’를 통해 탄허의 계율 이해를 조명한다.

 

기독교까지 아우른 ‘사교회통’…다른 종교를 이해하는 방식은

 

이번 학술대회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는 탄허가 불교의 경계를 넘어 기독교까지 이해하려 했던 ‘사교회통(四敎會通)’이다. 탄허는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불교의 삼신일불(三身一佛)과 견주어 설명하고, 산상수훈을 기독교 사상의 정수로 보았다. 서로 다른 종교에서 공통의 진리를 찾으려는 시도였지만, 다른 종교의 고유한 세계관을 충분히 인정했는지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불교 중심으로 다른 종교를 포섭했다는 비판과, 기독교와의 회통은 세계관의 차이를 충분히 넘어서지 못했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된다.

 

황진수 선문대 연구자는 ‘종교신학의 관점에서 본 탄허 선사의 회통(會通)사상: 기독교 선해(禪解)를 중심으로’에서 탄허의 기독교 해석을 칼 라너(K. Rahner)의 포괄주의, 라인홀드 베른하르트(R. Bernhardt)의 상호포괄주의와 비교한다. 이를 통해 탄허의 사상을 단순한 불교 중심의 포괄주의로 규정하지 않고, 독자적인 ‘탄허적 포괄주의’의 관점에서 해석할 가능성을 탐색한다.

 

종교 간 갈등 넘어 상호종교교육으로…차이를 인정하는 대화 모색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는 ‘탄허의 회통과 유동식의 풍류의 만남: 상호종교교육을 위한 ‘회통-풍류학적 접근’의 가능성 탐색’에서 탄허의 사교회통과 기독교 신학자 유동식(1922~2022)의 풍류신학을 연결한다. 교리의 우열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신앙고백을 지키며 서로 배우는 상호종교교육을 제안한다. 종교의 차이를 지우거나 하나로 섞는 대신, 차이를 인정한 채 대화의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다.

 

탄허의 회통을 오늘 다시 살펴보는 배경에는 종교적 다양성이 공존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있다. 한국리서치의 ‘2025년 종교인식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은 20%, 불교인은 16%, 천주교인은 11%였으며, 종교가 없다는 응답은 51%였다. 어느 한 종교도 사회 전체의 다수를 차지하지 않는 상황에서 종교 간 이해와 소통은 중요한 과제다. 손 교수는 종교 갈등의 상당 부분이 상대 종교에 대한 무지와 만남의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서로 다른 종교 전통의 사람들이 만나 배우는 상호종교교육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동국대와 중앙승가대뿐 아니라 가톨릭대, 서울기독대, 연세대, 원광대 등 다양한 종교적·학문적 배경을 지닌 연구자들이 발표와 논찬에 참여한다. 종교교육을 연구하는 학회와 불교를 연구하는 학회가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여는 것 자체가 회통의 정신을 실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학술대회는 오전 9시30분부터 접수를 시작한다. 손원영 한국종교교육학회 회장과 자현 스님 한국불교학회 회장이 개회 인사를 하고, 퇴우 정념 스님(월정사 회주)이 치사를 한다. 자료집은 PDF로 제공하며, 참가 신청과 자료집 확인은 안내 포스터의 QR 코드를 통해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종교의 가르침을 하나의 진리로 연결하려 했던 탄허의 시도는 오늘날 종교 간 공존에 어떤 길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번 학술대회는 탄허의 사상을 다종교 사회의 교육과 대화라는 현재의 과제 속에서 다시 질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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