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l  로그인  l  회원가입  l  아이디/비밀번호찾기  l  2026.10.28 (수)
 http://www.bulgyonews.co.kr/news/41209
발행일시: 2026/10/28 13:40:40  최승천
60년 묵은 원혼의 슬픔, 한국 불자들의 손길로 위로할 때
민추본·한베평화재단, 베트남 빈호아학살 60주기 천도재 지원금 모금 호소

생후 6개월에 어머니 잃은 도안응이어, 60년째 향불 올리며 가족 넋 위로


1966년 12월 빈호아에서 주민 430명 희생…유가족들 “이번에는 꼭 천도재를”


한국군 증오비 세워진 마을, 오랜 원한 넘어 한국 시민사회에 도움 요청


한베평화재단, 천도재 비용 1200만원 목표…시민 600만원에 추가 모금 나서


민추본, 11월 9일까지 동참금 접수…“참회와 용서, 화해로 평화의 꽃 피워야”


▲ 베트남 중부 꽝응아이성 빈호아 마을 입구에 있는 빈호아학살 한국군 증오비(사진=한베평화재단, 이하 같음))


베트남 중부 꽝응아이성 빈호아 마을에는 60년 전의 시간이 아직 흐르고 있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비석에는 한국군에 대한 원망이 새겨져 있다. 주민들이 ‘증오비’라 부르는 그 비석은 한 마을이 겪은 비극과 오랜 세월 아물지 않은 상처를 말없이 증언한다. 세월은 흘렀지만 떠나간 가족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끝나지 않았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싶다는 소원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 빈호아 사람들이 한국 시민들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1966년 12월 학살로 희생된 이들의 60주기를 맞아 천도재(薦度齋)를 올리고 싶다는 것이다. 천도재는 세상을 떠난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불교 의례다. 살아남은 이들이 오랜 슬픔을 함께 나누고, 망자를 떠나보내며, 다음 세대에 기억을 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민추본)와 한베평화재단이 빈호아의 간절한 소원에 응답하기 위한 모금에 나섰다. 전쟁이 남긴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참회와 용서, 화해를 바탕으로 평화의 길을 열어가자는 취지다.

 

■ 어머니 잃은 여섯 달 아기, 60년째 가족의 넋을 부르다


▲ 빈호아학살 피해생존자 도안응이어


피해 생존자 도안응이어는 올해 환갑을 맞았다. 1966년 빈호아학살 당시 생후 6개월이었던 그는 어머니 품속에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한국군에 어머니와 할머니, 누나를 잃었다. 어린아이였던 그에게 전쟁은 기억할 수 있는 사건이기 전에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상실이었다.

 

그날 탄약이 섞인 빗물이 눈에 들어가 시력을 잃은 그는 이후 감은 두 눈으로 가족들을 위한 향불을 올려왔다. 매일 아침 제단에 향을 피우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원혼을 위로하는 일. 그렇게 60년의 세월이 흘렀다.

 

베트남에는 억울하고 원통한 죽음을 뜻하는 ‘쨋 오안(Chết Oan)’이라는 말이 있다. 제대로 위로받지 못한 죽음, 남겨진 이들의 가슴에 한으로 남은 죽음을 일컫는다. 도안응이어는 정성으로 키운 아들과 딸이 장성한 지금, 오래전 세상을 떠난 가족들의 넋을 제대로 위로하는 일을 마지막 소원으로 품고 있다.

 

오는 12월, 학살 60주기를 맞아 그는 다시 한번 가족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려 한다. 그 소원은 도안응이어 한 사람의 것만이 아니다. 빈호아의 수많은 피해 생존자와 유가족들이 오랜 세월 가슴에 묻어온 바람이다.

 

■ 430명의 희생, 마을에 남은 60년의 상처


▲ 학살 피해 지점 중 하나인 쭈옹딘 폭탄 구덩이에 참배하고 있는 시민들


1966년 12월, 베트남 중부 빈호아 마을의 다섯 지점에서 주민 430명이 집단학살로 희생됐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이들은 가족과 이웃을 잃은 채 남겨졌다. 그날의 비극은 한 세대의 삶을 무너뜨렸을 뿐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기억 속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빈호아가 한국인을 향해 품었던 원한은 깊었다. 1999년 이 마을을 처음 찾은 이들이 우물 건립을 지원하려 했을 때, 주민들은 “한국 사람들의 돈은 받지 않겠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도움보다 먼저 다가온 것은 기억 속의 고통이었고, 손을 내미는 사람을 향한 불신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의 작은 움직임도 생겨났다. 빈호아를 찾는 한국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희생자 추도사업과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한 장학사업, 마을 지원사업도 꾸준히 진행됐다. 과거를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지만, 그 기억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전해졌다.

 

그리고 학살 60주기를 앞둔 올해, 빈호아 마을 주민들과 인민위원회는 한베평화재단에 천도재 지원을 요청했다. 피해 생존자와 유가족들이 고령과 노환으로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는 만큼, 이번만큼은 꼭 천도재를 열고 싶다는 뜻이었다.

 

60년은 한 사람의 일생과 맞먹는 시간이다. 그러나 유가족들에게 그 시간은 슬픔을 완전히 지나온 세월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제는 남은 이들이 하나둘 떠나기 전에, 오래 품어온 소원을 이루어야 하는 절박한 시간이 됐다.

 

■ 떠난 이를 위로하는 일, 남은 이의 삶을 보듬는 일


▲ 2016년 빈호아학살 50주기 위령제에 참배하고 있는 한국의 시민들


추도는 죽은 이를 위한 일이면서 동시에 살아 있는 이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천도재에서 향을 올리고 음식을 바치는 행위는 단지 종교적 의례에 그치지 않는다. 희생된 이들의 이름을 다시 부르고, 남겨진 가족들이 서로의 슬픔을 나누며,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던 아픔을 공동체의 기억으로 되살리는 과정이다.

 

빈호아에서 열릴 천도재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학살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마을에서 한국 시민과 불자들이 그 자리에 마음을 보탠다는 것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한국 사회가 자신들의 고통을 잊지 않았다는 위로로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화해는 과거를 지우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아픔을 인정하고, 그 고통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받아들이며, 할 수 있는 일을 함께하는 데서 출발한다. 용서 역시 서둘러 요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피해자의 기억을 존중하고 진실을 마주하려는 노력이 쌓일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민추본이 이번 모금에 동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추본은 오는 11월 21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베트남 평화순례에 앞서 불자들과 함께 천도재 지원금을 모으기로 했다. 전쟁의 상흔과 역사의 진실을 찾아 떠나는 순례가 단순한 방문에 머물지 않고,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평화를 실천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 시민 600만원 마련…빈호아의 소원에 응답할 차례

 

한베평화재단은 빈호아학살 60주기 천도재를 위해 총 1200만원을 목표로 시민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12월 60명의 한국 시민이 빈호아학살 60주기 참배단으로 마을을 찾을 예정이며, 참가자들은 참가비 가운데 10만원씩을 천도재 지원금으로 보탰다. 이를 통해 이미 600만원을 마련했다. 천도재를 치르기 위해서는 여기에 600만원이 더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쟁 피해의 진실을 충분히 마주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사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책임과 진실 규명은 별개의 과제로 남아 있지만, 시민들이 피해자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고 위로의 손길을 내미는 일 또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민추본은 모금에 동참한 불자들의 마음을 모아 지원금 전액을 한베평화재단에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모금은 11월 9일까지 진행된다.

 

■ 증오비의 마을에 평화를 보내는 일


▲ 희생자 430명의 이름이 새겨진 빈호아학살 위령비


빈호아의 비석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그 앞에 새겨진 원망을 한국 시민들의 작은 정성만으로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60년 전의 죽음을 되돌릴 수도, 유가족들이 견뎌온 세월을 보상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자리에 마음을 보탤 수는 있다.

 

한 사람의 향불은 작지만, 60년 동안 꺼지지 않았다. 가족을 잃은 한 생존자가 매일 아침 올려온 향불은 떠난 이들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었을 것이다. 이제 그 불빛 곁에 한국 시민의 일원인 불자들의 마음을 보탤 차례다.

 

전쟁은 끝났어도 상처는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오랜 세월 묵은 원한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는 길 역시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누군가 먼저 기억하고, 손을 내밀고, 함께 아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빈호아의 유가족들이 60년을 기다려온 천도재는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죽은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기도가 산 자들의 마음을 잇고, 증오의 비석 앞에서 화해의 씨앗을 틔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민추본은 불자들에게 묻는다. 60년을 기다려온 빈호아의 소원에 우리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답은 거창한 말에만 있지 않다. 희생자를 기억하는 마음,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작은 정성을 모으는 실천에 있다.

 

한국군 증오비가 서 있는 마을에 평화를 보내는 일. 빈호아의 60년 된 슬픔을 함께 위로하는 일. 이제 한국 불자들이 그 소원에 답할 차례다.

 

※ 참여를 원하는 불자들은 농협 계좌(301-0058-4647-41, 예금주 사단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로 동참금을 보내면 된다. 입금 후에는 동참 여부를 민추본에 알려야 한다. 자세한 사항은 민추본 사무처(02-720-0531)로 문의하면 된다.


▲ 민추본 호소문 웹포스터


기사 출력  기사 메일전송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최승천의 최신기사   [ 다른기사 더보기 ]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독자의견쓰기
* 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 등 목적에 맞지않는 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등록된 글은 수정할 수 없으며 삭제만 가능합니다.
제    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스팸방지            스팸글방지를 위해 빨간색 글자만 입력하세요!
    

 
  l   신문사 소개   l   연혁   l   조직구성   l   본사 및 지사 연락처   l   기사제보   l   개인정보보호정책   l  
copyrightⓒ2001 주간불교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30길 21, 1415호(낙원동, 종로오피스텔)
편집국·업무국 02)734-0777 Fax : 02)734-0779
주간불교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