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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6/10/26 01:37:05  최승천
“온 세상은 한가족”… 진관사 국행수륙재, 49일 대장정 회향
24일 낮재서 영가 맞이하고 부처님 법문 청해… 25일 밤재서 온 세상 존재에 공양

조선 태조 때 시작된 628년 전통… 9월 입재부터 마지막 칠재까지 자비와 평화 발원

 

진우 스님 “수륙재, 고통받는 현실 중생 구제하는 실천의 장 돼야”

 

종교·세대·국적 넘어 평화선언과 대합창… “서로의 다름 인정할 때 하나 될 수 있어”

 

네팔 홍수 피해 복구기금 5000만원 등 자비 나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


▲ 어산 범패 스님들이 10월 24일 영산작법을 시연하고 있다.(사진=진관사)


전쟁과 재난으로 희생된 이들을 위로하고 모든 생명의 평등과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진관사 국행수륙재(재주 계호 스님)가 49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서울 은평구 진관사(주지 법해 스님)는 10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사찰 야단법석에서 국가무형유산 진관사 국행수륙재의 마지막 칠재를 봉행했다. 올해 주제는 ‘온 세상은 한가족-화합과 세계평화’다. 종교와 민족, 이념과 국경을 넘어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모든 존재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기원하는 자리였다.

 

진관사 국행수륙재는 조선 태조 6년(1397) 진관사에 수륙사(水陸社)를 세우고 의식을 봉행한 데서 그 역사를 찾는다. 태조는 왕실 선대와 후손은 물론 전란과 기근으로 목숨을 잃은 백성들의 안녕을 기원했다. 물과 땅의 모든 존재를 차별 없이 위로하고 공양하는 수륙재는 산 자와 죽은 자를 아우르는 불교의 대표적인 대자비 의례다. 조선시대의 전승과 중단, 6·25전쟁의 참화를 거쳐 1977년 자운 큰스님과 진관사 중창주 진관 스님의 원력으로 다시 봉행됐으며, 2013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올해 수륙재는 9월 입재를 시작으로 49일 동안 이어졌다. 입재부터 초재를 거쳐 마지막 칠재에 이르는 동안 스님과 신도들은 법문과 의례를 통해 생명의 존엄과 자비의 의미를 되새겼다. 일곱 차례 재를 올리는 칠칠재 형식은 전통적인 49일 의례의 맥을 잇는다. 그 정점인 칠재는 밝고 환한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낮재와 깊고 그윽한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밤재로 나뉘어 이틀 동안 진행됐다. 이 같은 이부(二部) 구성을 전통대로 전승한다는 점은 진관사 국행수륙재의 중요한 특징이다.


▲ 시련의식


24일 낮재는 인연 있는 영가들을 도량으로 맞이하는 의식으로 시작됐다. 시련에서는 스님과 대중이 큰 연(輦)을 들고 일주문 밖으로 나가 국왕의 선가(仙駕)와 역대 영가들을 맞이했다. 연에서 이어진 흰 끈을 잡은 대중의 행렬이 가을 산사의 길을 이었다. 이어 대령에서 영가들을 위로하고 차와 국수를 올렸으며, 관욕에서는 번뇌와 고단함을 씻고 깨끗한 새옷으로 갈아입는 의식을 봉행했다.


▲ 성파 종정


도량을 청정하게 하는 신중작법에 이어 석가모니 부처님의 영산회상을 그린 대형 괘불을 모시는 괘불이운이 진행됐다. 영산작법에서는 동희 스님을 어장으로 하는 어산범패 스님들의 범패와 작법무가 어우러져 부처님이 설법하던 영산회상을 장엄하게 재현했다. 이날 마지막 법문은 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가 맡았다. 성파 대종사는 ‘무량무변 세계 중에 극락세계가 제일이라’를 주제로 법문을 설하며, 갈등과 시기·질투가 깊어진 세상일수록 서로를 한가족으로 여기고 마음을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자단


▲ 오로단


▲ 재주 계호 스님


25일 밤재는 낮재와는 다른 방식으로 온 세계의 모든 존재에게 법의 공양을 베푸는 의식이었다. 수륙재의 기원을 밝히는 수륙연기로 문을 열고, 사자단과 오로단을 차례로 봉행해 시방세계의 존재들이 법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청했다. 이어 불보살을 모시는 상단, 하늘의 신선 대중을 모시는 중단, 육도윤회의 중생과 외로운 영혼들을 모시는 하단에 공양을 올렸다. 특히 하단시식은 고통받는 영혼과 미물에 이르기까지 차별 없이 음식을 베푸는 의식이었다.


▲ 봉송회향 준비


▲ 봉송회향 이동


▲ 소대 소지


▲ 삼회향 놀이


의례의 마지막은 봉송회향과 삼회향으로 장식됐다. 초청한 존격과 영가들을 정성껏 배웅하고 의식에 사용한 장엄물과 문서, 위패 등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 보내며 재를 마무리했다. 낮재가 영가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려주는 법석이라면, 밤재는 온 세상의 존재에게 공양을 베푸는 자비의 연회인 셈이다.

 

한편 24일 낮재에 앞서 열린 국행수륙재 기념식은 종교와 국적, 세대의 경계를 넘어 평화를 기원하는 자리였다. ‘온 세상은 한가족-화합과 세계평화’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불교계를 비롯해 기독교·천주교·원불교·천도교 등 여러 종교 지도자와 사회 각계 인사, 어린이와 청년, 외국인 유학생 등이 참석했다.


▲ 허민 국가유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헌화


기념식은 코끼리유치원 어린이들의 사물놀이와 사자춤, 부채춤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이어 진관사 청년 비천무팀이 ‘사랑, 자비 그리고 평화’를 주제로 무대를 꾸몄다. 참석자들은 선조들을 기리는 헌향·헌다·헌화를 올리고, 순국선열과 전쟁·재난 희생자 등을 위한 봉안 의식에 동참했다.


▲ 진관사 주지 법해 스님


진관사 주지 법해 스님은 기념사에서 “49일간 스님들의 법문과 작법으로 온 도량에 자비로움을 가득 채웠다”며 국적과 인종, 이념, 세대와 종교의 차이를 넘어 한자리에 모인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치사에서 수륙재가 오랜 역사를 기억하는 의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우 스님은 “오늘날 불교가 마주한 시대적 소명은 사찰 안에 안주하지 않고 고통받는 세상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사회적 아픔을 치유하는 데 있다”며 전쟁과 폭력, 기후 재난과 사회적 대립으로 고통받는 현실의 중생을 구제하는 실천의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종교평화회의 박인준 회장은 평화선언문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웃의 아픔을 함께할 때 인류는 비로소 하나의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선언문에는 생명의 존엄과 모든 존재에 대한 존중, 종교 간 화합, 전쟁과 폭력이 사라진 세상, 자비와 나눔을 통한 평화 실천의 뜻이 담겼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가유산청장, 국회의원, 은평구청장 등도 축사를 통해 전통문화의 계승과 화해·공존의 가치를 강조했다.


▲ 나눔 행사 후 기념촬영


▲ 연합합창단 공연


평화의 메시지는 나눔으로 이어졌다. 진관사는 네팔 홍수 피해 복구를 위해 아름다운동행에 5000만원을 전달했고, 어린이·청소년·청년 법회도 1309만7420원을 기탁했다. 신도회는 은평지역 소외계층에 쌀 2000㎏을 지원했다. 이어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여러 종교·세대·직업의 참가자들이 함께한 연합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평화의 노래를 불렀다.


진관사는 수륙재의 생명 존중과 평등, 화합의 가치를 국내에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도 추진하고 있다. 628년 전통의 의례가 오늘날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서로의 다름을 넘어 고통을 함께 나누는 일이 평화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 어장 동희 스님 회향 인사


▲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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