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론·종교교류 학술적으로 조명… 생태·교육·디지털 사회와 연결
박경준 동국대 명예교수·윤용복 아시아종교연구원 원장 발표
첫 법정 스님 학술상에 19편 응모, 대상 등 3편 선정
청라 스님·지엄 스님·류원섭씨 수상 논문 발표
 |
| ▲ ‘제2회 법정 스님 학술대회’ 웹포스터 |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일상을 바꾸고, 디지털 정보와 인간관계가 넘쳐나는 시대에 ‘무소유(無所有)’의 의미를 다시 묻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물질을 얼마나 가졌느냐보다 무엇을 덜어내고,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다.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는 오는 11월 8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서울 성북구 길상사 설법전에서 ‘제2회 법정 스님 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법정 스님의 철학에 담긴 현대인의 삶과 비전’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론과 수행·실천, 종교 간 교류를 살펴보고, 올해 처음 제정된 제1회 법정 스님 학술상 수상 논문 3편도 발표한다.
이번 행사는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과거의 유산으로만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인의 삶과 사회에서 그 의미를 새롭게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기술 발전이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고 있지만, 그만큼 마음의 자유와 삶의 만족도도 커졌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덕조 스님(맑고 향기롭게 이사장·길상사 주지)은 “이번 학술대회의 의미는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고 현대인의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살펴보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빠르게 일상에 들어오는 시대일수록 무소유의 가르침을 되새겨야 한다는 취지다.
덕조 스님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외로운 이웃의 손을 잡아주고, 자신의 것을 덜어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은 결국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이 앞서갈수록 사람과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도 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오래 기억하는 길 역시 말씀을 되풀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를 덜어내고 한 사람에게 마음을 내어주며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는 작은 실천에 있다는 설명이다.
◆ 무소유는 단순한 무재산이 아니다… 삶과 수행의 실천적 의미 탐구
학술대회 제1부에서는 법정 스님의 사상을 두 가지 주제로 나눠 살펴본다. 첫 번째 발표는 박경준 동국대 불교학과 명예교수가 맡아 ‘법정 스님의 무소유론과 그 실천적 지향’을 주제로 발표한다. 무소유를 단순히 물질을 소유하지 않는 생활 방식으로 한정하지 않고, 법정 스님의 삶과 수행에서 어떤 실천적 지향으로 나타났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논평은 서재영 성철사상연구원 원장이 맡는다.
두 번째 발표에서는 윤용복 아시아종교연구원 원장이 ‘법정 스님의 종교교류와 불교적 성찰’을 주제로 발표한다. 법정 스님의 종교 간 교류를 불교 내부의 사상적 맥락에만 가두지 않고, 서로 다른 종교가 이해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성찰의 의미를 조명한다. 논평은 송현주 순천향대 교양학부 교수가 맡는다.
제1부 사회는 김재성 능인대학원대학교 명상심리학과 부교수가 진행한다. 무소유가 개인의 물질적 욕망을 돌아보게 하는 가르침이라면, 종교교류는 서로 다른 생각과 신념을 지닌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지 묻는 주제다. 두 발표는 법정 스님의 철학을 개인의 수행과 생활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종교 간 소통의 관점에서도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 ▲ ‘제2회 법정 스님 학술대회’ 일정표 |
◆ 첫 법정 스님 학술상… 19편 가운데 3편 선정
이번 학술대회의 주요 순서 가운데 하나는 제1회 법정 스님 학술상 시상과 수상 논문 발표다. 맑고 향기롭게는 법정 스님의 사상과 삶, 문학과 수행, 실천을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한 논문 19편을 접수해 심사를 진행했으며, 대상·최우수상·우수상 등 3편을 최종 선정했다. 상금은 대상 500만원, 최우수상 300만원, 우수상 200만원이다.
대상은 청라 스님(한광현)의 ‘법정 스님의 무소유 사상과 인성교육적 함의: 생태적 인성을 중심으로’가 차지했다. 이 논문은 무소유 사상을 생태적 인성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이를 인성교육의 영역으로 확장해 현대 교육과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의미를 탐구한다. 자연과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 자신의 욕망을 돌아보는 자세가 오늘날 교육에서 어떤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연구다.
최우수상은 지엄 스님(박재현)의 ‘법정(法頂)의 ‘떠남’과 화성유(化城喩) - 무소유의 방편성과 개권현실(開權顯實) -’에 돌아갔다. 법정 스님의 ‘떠남’을 대승불교의 화성유와 개권현실이라는 교학적 개념으로 해석하고, 무소유 사상과 실천을 불교 교리의 관점에서 분석한 논문이다.
우수상은 류원섭씨의 ‘법정 스님의 무소유 사상의 현대적 재해석: 디지털 과잉사회에서의 관계와 마음돌봄을 중심으로’가 받는다. 디지털 정보와 관계가 과도하게 늘어난 현대사회의 현실을 바탕으로 무소유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관계의 맺음과 마음돌봄이라는 문제를 법정스님의 사상과 연결했다.
세 논문은 각각 생태적 인성교육, 불교 교학, 디지털 사회와 마음돌봄이라는 서로 다른 접근법을 취한다. 무소유라는 핵심 사상이 환경과 교육, 종교학과 현대인의 심리·관계 문제 등 다양한 연구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상자들은 이날 제2부에서 직접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사회는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여태동 문학박사가 맡는다.
◆ 수상작 밖에서도 후속 연구 지원… 학술적 성과 축적
맑고 향기롭게는 수상 논문 3편 외에도 학술적 가치가 높은 논문 3편을 추가로 선정해 학회지 투고와 게재·등재를 지원하기로 했다. 수상 여부와 별개로 우수한 연구가 지속적인 학술 성과로 이어지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후속 연구 지원 대상으로는 김선경씨의 ‘법정(法頂) 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에 담긴 사상과 수행 실천 구조: 근거이론 분석을 통한 명상상담적 실천 대안 모색’, 대연 스님(이동혁)의 ‘비구 법정의 대승 반야공사상 연구 - 『텅 빈 충만』을 중심으로’, 강시명씨의 ‘법정 스님의 무소유 사상과 관계적 자아의 존재론’이 선정됐다.
이들 연구는 법정 스님의 저술과 수행 실천, 대승불교의 공사상, 관계적 자아의 문제를 각각 다룬다. 학술상 수상작뿐 아니라 후속 연구까지 지원함으로써 법정 스님의 사상을 다양한 학문적 시각에서 검토하고 연구 기반을 넓히려는 것이다.
학술대회는 오후 1시 개회식과 학술상 시상으로 시작해 오후 1시40분부터 제1부 학술세미나를 진행한다. 오후 3시 휴식에 이어 3시20분부터 제2부 수상 논문 발표가 열리며, 오후 4시30분부터 총평과 폐회 순서가 이어진다.
이번 학술대회는 법정 스님의 철학이 오늘날 인간과 사회에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살펴보는 자리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잃고, 디지털 환경에서 관계의 피로를 겪는 현대인에게 무소유는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생태와 교육, 종교 간 소통, 마음돌봄을 아우르는 연구가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현재의 문제와 연결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제2회 법정 스님 학술대회는 별도의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참석자에게는 학술 책자도 무료로 증정한다. 맑고 향기롭게 측은 앞으로도 법정 스님의 사상과 문학, 삶과 실천에 관한 연구를 지원하고, 그 가르침이 오늘의 삶 속에서 새롭게 성찰되고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