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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6/10/30 11:17:13  최승천
美 위앙종 영화 선사 “AI보다 두려운 건 선하지 못한 인간… 수행으로 얻은 지혜, 남을 위해 써야”
『사십이장경 강설』 한국어판 출간 기자간담회

“선한 사람이 올바른 방향 택하면 AI는 유용한 도구”


“나 홀로 해탈은 영적인 이혼… 자기 구원 넘어 타인 도와야”


“불교, 이론과 수행 함께 가르쳐야… 명상은 삶을 바꾸는 실천”


기업 임원에서 출가 수행자로… “남을 도우며 생애 처음 나 자신을 좋아하게 됐다”


▲ 영화 선사가 10월 27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I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중요한 것은 선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선한 사람이 올바른 방향을 선택한다면 AI는 굉장히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 위앙종(潙仰宗)의 영화(永化) 선사는 10월 27일 서울 종로구 보화선원에서 열린 『영화선사의 사십이장경 강설』 한국어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AI 시대에 필요한 자세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술 자체보다 이를 사용하는 인간의 마음과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AI는 인간이 지닌 불성(佛性)을 대체할 수 없다”며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기술 발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AI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어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AI가 아니라 돈과 물질 앞에서 인간이 타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선사가 말하는 지혜는 지식이나 정보 처리 능력이 아니다. 경전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명상과 수행으로 마음을 살피며 일상에서 실천하는 능력이다. 그는 “불교는 지혜를 얻고, 그 지혜로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라고 했다.

 

“자랑스러운 나에서 좋아하는 나로”

 

베트남에서 태어난 영화 선사는 전쟁의 참상을 경험하며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가 미네소타대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시카고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은 뒤 기업에 입사했다. IBM 등 대기업에서 약 20년간 일하며 임원으로 성장했지만, 성공한 경영인들을 지켜보면서 부와 사회적 지위가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고민했다.

 

삶의 방향을 찾던 그는 미국 미네소타에서 아동학대 피해자를 돕는 자선단체 활동에 참여했다. 대가 없이 아이들을 도우면서 이전과 다른 기쁨을 경험했다.


그는 “남을 돕고 명상 수행을 하기 전에는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남을 위해 조건 없이 무언가를 하면서 생애 처음으로 나 자신을 좋아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타인의 인정에서 비롯된 자부심과 달리, 남을 돕는 과정에서 얻는 기쁨은 내면의 만족이라는 설명이다. 이후 그는 중국 위앙종 제9대 조사인 선화상인(宣化上人·1918~1995)을 은사로 출가했다. “명상을 제대로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출가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깨달음만 말하지 말고 공부 잘하는 법도 가르쳐야”


▲ 10월 27일 서울 종로 보화선원에서 열린 영화 선사 기자간담회


영화 선사는 수행이 종교적 가르침에 머물지 않고 일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만난 한양대 불교학생회 학생 15명에게도 추상적인 불교 이론보다 공부에 도움이 되는 명상법을 알려주려 했다고 한다.

 

그는 “불교는 깨달음을 이야기하면서 왜 공부를 잘하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집중력을 높이고 불안을 다스리는 구체적인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결가부좌와 반가부좌 등 명상 자세를 지도했고, 이후 함께 수행하는 모임도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서울이든 실리콘밸리든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덜고 집중력과 체력을 기를 수 있다”며 “수행을 권하려면 구체적인 방법까지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불교 교육 역시 경전과 교리를 지식으로 전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자로 배운 내용을 수행으로 확인하고 삶에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전을 통해 얻는 지혜를 ‘문자반야(文字般若)’, 수행으로 그 의미를 내면에서 비추는 지혜를 ‘관조반야(觀照般若)’라고 설명한 그는 “불교 이론과 실제 수행을 균형 있게 가르치지 않는다면 불교는 계속 쇠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 홀로 해탈은 영적인 이혼”


▲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선사가 강조하는 것은 대승(大乘)의 정신이다. 자신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수행으로 얻은 지혜를 활용해 다른 사람의 고통까지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기 구원에만 머무는 수행을 ‘영적인 이혼’에 비유했다. 혼자 해탈했다고 하면서 배우자와 부모, 자녀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면 온전한 수행이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자기를 구하는 법을 깨달았다면 타인을 구할 방법도 찾아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국 불교계에 대해서는 오랜 수행 전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가르침을 전하려면 전달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구니 수행자들에게도 더 많은 존중과 교육 기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큰 절을 짓고 많은 사람이 모이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전법을 이어가는 이유 역시 “진정으로 공부하고자 발심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위앙종이 성장한 뒤에도 돈이 제자들을 타락시키지 않을까 경계한다며 물질보다 사람을 돕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자 너머의 지혜와 대승 수행의 길 제시



『영화선사의 사십이장경 강설』(위앙북스)은 영화 선사가 2007년 미국에서 설한 내용을 바탕으로 2010년 출간한 영문 강설집을 상욱 스님과 현안 스님이 한국어로 옮긴 책이다.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은 중국에 불교가 전해진 뒤 한문으로 번역된 최초의 불교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42개의 짧은 장에 불교 교학의 핵심을 담았으며, ‘불유교경’ ‘위산경책’과 함께 불조삼경(佛祖三經)으로 꼽힌다.

 

영화 선사는 “출가했을 당시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던 첫 대승 경전이 ‘사십이장경’이었다”며 “초심자들도 이 책을 통해 불도의 길에 들어서기를 바란다”고 했다.


책에는 42개 장의 한문 원문과 한글 독음, 번역문, 영화 선사의 강설이 함께 실렸다. 제1~3장은 수행과 생사해탈의 문제를 다루고, 제4~8장은 선악과 인과의 이치를 설명한다. 제9~38장은 육바라밀을 비롯한 대승 수행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제39~41장은 가르침을 믿고 교리를 이해하며 수행을 실천하는 문제를 다루고, 마지막 제42장은 부처님의 지혜를 설명한다.

 

책은 욕망과 분노, 선악과 인과 등 수행자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경전의 가르침과 연결해 풀어낸다. 특히 제28장에서는 자기 마음을 무조건 믿지 말라는 가르침을 통해 생각과 감정을 돌아보도록 한다. 영화 선사는 “우리 자신의 마음만큼 우리를 잘 설득하는 것도 없다”며 욕망을 합리화하기 위해 스스로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수행의 목표는 지식의 축적이나 개인의 해탈에 머물지 않는다. 경전을 읽어 이해하고 수행으로 그 의미를 체득하며, 그렇게 얻은 지혜를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초심자에게는 불교 수행의 전체적인 윤곽을 보여주고, 오랫동안 정진해 온 출가자와 재가자에게는 자신의 수행을 점검하는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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