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 스님, 초기불교 갈마제도에서 지도자 선출 원리 찾아
하춘생 교수, 출·재가 공동체 합의선출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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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불교아카데미는 10월 24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불교지도자 선출, 제도적 문제와 불교적 과제’를 주제로 창립 24주년 기념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다. |
한국불교의 지도자 선출제도를 둘러싼 개혁 논의가 초기불교의 갈마(羯磨) 정신과 사부대중 공동체의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제기됐다. 현행 대한불교조계종의 선거인단 중심 간선제가 권력 독점과 파벌정치를 낳고 비구니와 재가불자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초기 승가의 의사결정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합의선출제 도입이 제안됐다.
지도자 선출을 단순히 투표를 통해 권력을 획득하는 문제가 아니라 승가의 청정성과 화합을 지키고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사)불교아카데미는 10월 24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불교지도자 선출, 제도적 문제와 불교적 과제’를 주제로 창립 24주년 기념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다.
■ 마성 스님 “현행 간선제의 선거인단 규모 대폭 확대, 공정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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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성 스님 |
팔리문헌연구소장 마성 스님은 주제발표 3 ‘불교지도자 선출을 위한 의사결정 방식’에서 한국불교의 지도자 선출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초기불교 승가의 갈마제도와 태국·스리랑카 등 상좌불교 국가의 지도자 선출 방식을 비교해 대안을 모색했다.
마성 스님은 한국불교에서 선거철마다 금권선거와 흑색선전, 인신공격 등이 반복되면서 불교의 사회적 위상과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단순히 현행 선거법의 일부 조항을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불교 승가가 전통적으로 지도자를 선출해 온 원리와 그 정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성 스님에 따르면 초기불교 승가에서는 공식적인 의사결정을 갈마를 통해 진행했다. 갈마는 승가 구성원들이 회의를 열어 공동체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원칙적으로 구성원 전원의 참석과 만장일치를 지향했다. 갈마의 목적은 단순히 다수의 뜻을 관철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승가 내부의 분쟁을 예방하고 화합승을 이루는 데 있었다.
초기 승가에서는 공동체 운영을 위해 지사비구라는 행정적 소임자를 선출했다. 이들은 방사 배정과 공양물 및 각종 보시물의 분배, 재산관리 등의 업무를 맡았다. 지사비구는 독단적으로 임명되는 것이 아니라 갈마를 통해 선출됐으며,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 두려움에 흔들리지 않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춰야 했다. 답바 말라뿟따의 사례는 수행력과 공동체에 대한 봉사정신을 갖춘 인물이 승가의 신임을 얻어 소임을 맡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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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사회자 이혜숙 불교아카데미 이사, 팔리문헌연구소장, 마성 스님, 임승택 경북대 교수 |
마성 스님은 초기불교의 전통을 계승한 태국과 스리랑카의 지도자 선출 방식도 살펴봤다. 태국은 국왕과 국가권력의 영향력이 강한 중앙집권적 승가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스리랑카는 종파별 자율성을 바탕으로 분권적인 승가 운영을 하고 있다. 두 나라의 제도는 역사적·정치적 환경에 따라 형성된 것이므로 한국불교가 그대로 받아들일 모델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한국불교의 경우 종정과 원로회의 의원 등 정신적 지도자는 추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총무원장과 중앙종회의원, 교구본사 주지 등 행정적 지도자는 선거인단의 투표로 선출하고 있다. 마성 스님은 특히 총무원장 선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원칙적으로는 승가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직선제가 갈마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다만 투표권자의 범위와 막대한 선거비용, 복잡한 절차 등의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면 당장 직선제를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이에 현실적인 차선책으로 현행 간선제의 선거인단 규모를 대폭 확대해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불교 지도자는 탐욕·성냄·어리석음·분노·교만을 억제하고, 도덕적 청정성과 믿음, 정진력, 지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율에 대한 전문지식과 공정한 판단력, 갈등 조정 능력도 필수적이다. 마성 스님은 지도자 선출이 최선의 인물을 찾는 과정인 동시에 최악의 인물을 피하는 선택이기도 하다며, 지도자의 자질과 선출 절차의 공정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승택 교수 논평 “역사적 제도와 현대적 제안 구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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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승택 교수 |
임승택 경북대 교수는 초기승가의 갈마제도와 현대 상좌불교의 사례를 비교하고 행정적 지도자와 정신적 지도자를 구분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초기 승가의 규범을 현대 한국불교에 적용하려면 역사적 사실과 규범적 제안을 엄밀히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만장일치가 소수자의 의견을 제약할 가능성과 다수결의 장단점을 함께 검토하고, 갈등 조정과 소수 의견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하춘생 교수 “ ‘숙의·추천→숙의·검증→갈마 및 선출’의 3단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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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춘생 교수 |
하춘생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사찰경영과정 책임교수는 주제발표 4 ‘사부대중공동체 (간접적) 합의선출 제도도입의 필요성과 과제’에서 조계종의 지도자 선출제도를 사부대중 공동체의 평등과 화합이라는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한국불교가 붓다가 당부한 출가·재가 대중의 법시(法施)와 재시(財施)라는 상호보완적 관계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출가자는 수행과 전법교화라는 정신적 역할을, 재가자는 물질적 지원과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본래의 공동체 구조인데, 오늘날 한국불교에서는 이러한 기능과 역할이 뒤바뀌거나 왜곡됐다는 것이다.
그는 붓다가 구성한 사부대중 공동체가 당시 인도사회의 신분제와 차별을 넘어선 혁신적인 공동체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선종불교의 전통에서 대중공의제와 산중회의는 스승과 제자, 법랍의 차이를 떠나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론을 통해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자율적 의사결정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초기불교의 갈마 정신이 선종 특유의 방식으로 계승된 전통으로 평가했다.
하 교수는 현행 조계종 선거제도가 이러한 전통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선거인단 중심의 간선제와 다수결 투표는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를 만들고, 선거 때마다 문중과 계파 중심의 이합집산, 금권정치, 밀실정치, 네거티브 경쟁을 낳는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승리한 세력이 보복정치를 벌이거나 세속 법정에서 다투는 상황은 수행공동체로서 승가의 권위와 신뢰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구니와 재가불자의 참여가 제한된 현실을 문제 삼았다. 조계종 출가대중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비구니가 종단의 주요 의사결정과 행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종헌에서 종정과 총무원장, 호계위원 등 주요 소임자의 자격을 비구로 제한하는 조항도 성차별적 구조의 한 사례로 들었다. 재가불자 역시 단순한 시주자나 봉사자가 아니라 교단 운영과 사찰 경영에 참여하는 공동체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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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이혜숙 불교아카데미 이사, 하춘생 교수, 김호귀 교수 |
이에 하 교수는 간선제와 직선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부대중공동체 합의선출제’를 제안했다. 이 제도는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평등하게 참여해 충분한 토론과 숙의를 거쳐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갈마의 만장일치 정신을 기본으로 삼되 현대사회의 대의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를 결합한 융합형 제도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절차는 ‘숙의·추천→숙의·검증→갈마 및 선출’의 3단계로 제시했다. 먼저 가칭 ‘사부대중공동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지도자 후보군을 추천하고, 후보자의 수행과 도덕성, 붓다담마에 대한 이해, 종책과 비전 등을 공개해 공청회와 토론회를 진행한다. 이후 가칭 ‘사부대중공동체 갈마위원회’에서 최종 후보를 선정하되 위원 전원의 합의를 원칙으로 한다.
참여 구성과 관련해서는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의 비율을 3대3대2대2로 하는 방안과 출가자·재가자의 비율을 6대4로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제도 도입은 준비·공론화·입법·실행의 단계별 로드맵에 따라 추진하되, 필요하면 교구본사 주지나 종단 산하기구의 장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하 교수는 제도 도입을 위해 해결해야 할 현실적 과제도 제시했다. 출가자와 재가자 사이에 고착된 종속관계와 비구니에 대한 성차별을 해소해야 하며, 비구 중심의 기득권 구조도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가불자를 대표할 중앙기구가 없다는 점도 해결 과제로 꼽았다. 이를 위해 가칭 ‘재가대중 결사공동체’를 구성해 재가불자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합의선출제가 단순한 선거방식의 변경이 아니라 불교 본연의 평등과 화합을 회복하는 공동체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종단 지도자 선출뿐 아니라 중앙종회와 교구종회, 사찰운영위원회 등 주요 의사결정에도 사부대중의 숙의와 합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호귀 교수 논평 “이상적 제안, 현실적 실현 가능성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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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호귀 교수 |
김호귀 동국대 교수는 사부대중 공동체의 평등과 화합을 바탕으로 지도자 선출제도를 개혁하자는 취지에 공감했다. 다만 초기불교의 공동체 정신이 오늘날 한국불교에서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지, 과거에도 사부대중의 합의 전통이 현실적으로 실현된 적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합의선출제의 전면 도입보다는 종단 차원의 합의체를 구성해 공동 추대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효암 스님 “비구니 참여 확대하고 재가자에게도 공의권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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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효암 스님 |
효암 스님은 주제발표 1 ‘승가공동체의 선거제도,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현행 조계종 선거제도가 금권선거와 파벌정치, 비구니·재가자 소외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초기불교 승가의 갈마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비구니의 중앙종회 의석 확대와 종무행정 참여 보장, 재가불자의 공의 참여 제도화를 제안했다. 승가의 청정성과 화합을 회복하려면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의사결정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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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복연 원장 |
논평자인 옥복연 불교아카데미 원장은 효암 스님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비구 중심의 종단 권력구조와 비구니 차별을 종단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비구니가 전체 승려의 47%를 차지하는데도 종단 운영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비구니의 지도자 참여와 참정권을 종헌·종법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가불자의 종단 운영 참여 확대도 촉구했다.
■ 태경 스님 “재직승 조항이 참정권 독과점과 승가 불화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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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경 스님 |
태경 스님은 주제발표 2 ‘현행 선거인단 제도와 참정권의 독과점 문제’에서 대승율의의 갈마 정신과 조계종 종법령을 비교해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를 분석했다. 특히 재직승 자격 조항이 비구에게는 선거권을 확대하고 비구니에게는 축소하는 비대칭 구조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를 갈마의 화합과 여법이라는 원칙에 어긋나는 파화합의 현상으로 진단하고, 사부대중의 참정권과 승가의 청정성을 회복하도록 종법령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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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향숙 전임연구원 |
강향숙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은 논평에서 태경 스님의 발표가 종단 선거법의 ‘재직승’ 조항이 비구와 비구니의 참정권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투표 자체를 파승으로 볼 수 있는지, 율장의 다수결 원칙과는 어떻게 조화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부대중 합의선출제를 현실화할 구체적인 절차와 대표성 확보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