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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07/01/01 16:40:15  유응오
佛法 아래서는 휴전선이 없다
북핵 이후 남·북 불교계 대안은?

남북 불교교류 민족 동질성 회복에 큰 기여
북핵 사태와 민간교류는 나눠 생각해야
자비정신 입각 대북 포용정책 계속돼야
북한사찰 복원사업 남북교류 선례 남겨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평화공존을 유지했던 한반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번 북핵 사태는 6.15공동선언 이후 보수진영이 꾸준히 주장해왔던 ‘상호주의’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따라 불교계가 앞장섰던 남·북간 민간차원의 교류도 냉각기류가 흐르게 됐다. 이에 본지는 남북 불교계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고 나아갈 길을 전망해 본다.

지난해 북한 큰물 피해가 났을 당시 불교계 구호단체인 JTS(정토회)는 가장 먼저 실상을 알리고 구호물품을 보냈다.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13일부터 6월 15일까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끝에 6.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6.15공동선언은 분단 역사상 최초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컸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전문 1항은 향후 통일방안을 통일의 주체가 우리민족임을 명시한 것이고,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2항은 상호 체제를 인정한 가운데 통일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즉, 통일의 주체가 민족인 만큼 서로의 국가체제를 부인할 수 없다는 게 6.15선언의 골자이다.

6.15선언은 남북 반목의 현대사를 넘어 화합의 시대로 접어드는 신호탄을 알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보수우익 진영은 줄곧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 정부에게로 바통이 이어져온 ‘햇볕정책’에 대해 ‘상호주의’의 원칙을 들어 비판의 날을 세워왔다. 북한이 체제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이상 경제적 지원도 줄 수 없다는 게 상호주의의 골자이다.

보수진영이 주장하는 ‘상호주의’는 국가 체제를 상호존중하지 않으면서 협상 시 상호형평성만을 강조하는 딜레마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애초 보수 진영이 북한을 상호 존중할만한 국가체제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북핵 사태가 보수진영 입장에서는 호기인 것만은 자명한 사실이다.

보수 언론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일제히 ‘북한 동포를 구호하기 위해 지원한 자금이 북핵실험 기금으로 사용됐다’고 맹비난을 퍼부으면서 민간차원의 교류까지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동요되고 있다.
물론 북한의 핵실험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전면 위배될 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틀림없으나, 그렇다고 민간차원의 교류마저도 중단돼야 한다는 것은 비인도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불교계 내부에서는 인도적인 차원의 민간교류를 중단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북핵실험 사실이 알려지자 조계종은 10월 4일 ‘북한 핵실험에 대한 논평’을 발표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는 한편 사태를 불거지게 한 국제사회의 책임도 지적했다. 또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논평에 따르면 “정부는 남북 간 긴장완화에 크게 이바지한 민간교류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유연한 대북정책 기조가 유지되도록 힘써 주길 바란다”며 “불가피하게 대북 제재 조치가 발효된다고 할지라도 순수 인도주의적인 원칙에 입각한 지원책까지 봉쇄되지 않도록 탄력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민간교류차원의 지원이 지속될 것을 강조했다.

불교계의 인식이 이렇다보니 북핵 사태 이후에도 조계종을 비롯해 천태종·진각종·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JTS 등 종단 및 단체는 남북교류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세계 유례없는 1국가 2체제의 통일방안을 청사진으로 그리고 있는 남북의 상황에서는 민간교류의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남북불교교류는 통일의 초석을 다지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남북화해의 무드가 조성되면서 불교계는 △북한 동포 식량 지원 △북한 사찰 복원 △불교계및 문화 인사 추모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북한 동포 식량 지원에 앞장 선 단체는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이하 평불협)와 (사)JTS이다.
평불협은 1997년 불교계 최초로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 만금동 정방산 성불사 인근에 금강국수공장을 설립했다. 금강국수공장에서는 매일 7천7백 그릇의 국수가 생산되고 있으며, 이 국수들은 사리원시 인근의 병원과 유치원·각급 학교·성불사 신도회 등에 제공되고 있다.

또한 평불협은 북녘동포를 위해 지금까지 75차에 걸쳐 2천3백여 톤의 밀가루 지원을 비롯해 의류 26만점·신발 2만 켤레·자전거 2백57대 등 40억 원 상당의 생필품·의약품·불교용품을 지원해왔으며, 대구 다미 식품과 중국 천연무역이 공동 개발한 양파 종자를 북한의 협동농장에 지원하고 있다.

JTS는 1997년부터 나진·선봉 지역에 어린이 영양식 공장을 설립하고, 탁아소 및 유치원 1백10곳·1만1천여 명의 유아들에게 영양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1998년부터는 농자재를 나진·선봉·청진·온성 지역에 기탁하고 있다.

또한 JTS는 2004년부터 자체적으로 3단계 북한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북한 개발 기금 모으기 기도운동을 펼치고 있다.
북한 사찰 복원과 불교 인사 추모 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종단이다.

조계종은 지난 11월 19일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모든 전각이 전소된 신계사를 2년 개월의 불사를 통해 완벽히 복원하고 낙성식을 봉행했다. 특히 신계사 복원은 그 과정에서 남북 불교학자들의 교류와 남북불자 템플스테이 등이 전개돼 남북불교 교류의 선례를 남겼다.

또한 조계종 산하 민족공동체추진본부와 평불협은 2003년부터 평양 인근의 법운암을 비롯해 북한 지역 59개 사찰의 단청 불사와 북한 사찰 봉축 등 달기를 진행해왔다.
천태종도 2005년 10월 개성 영통사 복원 불사를 마치고 낙성법회를 봉행했으며, 고려 천태종 본산인 국청사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 인사 추모사업에 앞장선 것은 진각종이다. 진각종은 평불협과 공동으로 윤이상 명예회복과 음악세계를 조명하기 위한 연주회를 남북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진각종은 또 해마다 조선불교도연맹을 통해 3천만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남북불교 교류 사업은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의 구호사업뿐만 아니라 민족공동체의 동질감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특히 사명대사와 서산대사 같은 불교인사는 북한에서도 숭앙 받는 인사여서 종교를 아편으로 치부하는 북한의 현실에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최명익의 《서산대사》가 남한에서도 출판돼 눈길을 끌었다.

북한의 불교관은 점차 변하고 있다. 공정률 85%를 보여주고 있는 금강산 신계사 복원사업은 남북불교교류의 성과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사진은 지난해 신계사 낙성식 모습.
불교계를 비롯해 민간차원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북한에서의 불교관도 나날이 바뀌어가고 있다.
1948년 9월 9일 채택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헌법’에는 ‘공민은 신앙 및 종교의식 거행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으나 1950년 3월 3일 채택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형법’ 제 21조장 관리질서 침해에 관한 죄 제 257조에는 ‘종교단체에 기부를 강요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종교행사를 금지시켰다.

북한이 종교행사를 금지시키고 있는 까닭은 ‘종교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 영원한 노동과 빈궁 및 고독에 짓눌린 인민대중을 억압하고 있는 정신적 압박의 한 형태이며, 언제나 노동자 계급의 착취를 옹호하고 그들을 마취시키는 역할을 하는 브르조아 반동의 기관’이라는 맑스 레닌주의에 입각한 것이다. 북한의 정신적 지주인 김일성도 ‘종교를 아편이라고 한 맑스의 명제를 나는 부정하지 않소(김일성 회고록 267쪽)’ 등 발언을 통해 종교의 폐해를 주장해왔다.

북한의 종교관이 바뀐 것은 1992년 최고 인민회의 제9기 3차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면서부터이다. 새 헌법 제5장 제68조에 ‘공민의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했고, 다만 ‘주체적 입장에서 외세를 끌어들여 체제에 부정적이거나 국가사회 질서를 해지지 못하도록’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남북교류의 물꼬가 터지면서 북한의 불교관도 달라졌다. 1981년 《조선말사전》에 따르면 부처님은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미신적으로 숭배하는 우상’이라고 정의돼 있으나, 1992년 《조선말대사전》에는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자’라고 개정돼 있다. 그만큼 인식이 바뀌었다는 증표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남북불교교류는 불법의 가르침을 전파할 뿐만 아니라 민족공동체의 동질성을 회복하는데 있어 매우 긴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지속돼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백낙청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는 지난 18일 봉은사 선불당에서 개최된 ‘민추본 명사 초청강연회’에서 “북한의 핵 보유는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해 반대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해야 할 것이지만 북핵 사태와 민간교류 차원의 지원과는 결부시켜서는 안 된다”며 “연합제 통일방안에서 불교 등 종교계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이어 “불교는 엄밀히 따지면 외래종교이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는 민족종교나 다름없기 때문에 민족공동체의 동질감을 회복시킬 수 있는 교집합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사회개혁이후 통일운동을 비롯해 모든 사회운동이 체제변화만큼이나 개인의 수양도 강조하게 됐는데, 그 개인수양의 몫을 불교가 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백 대표는 6.15선언의 1항이 통일의 주체가 민족이라고 명시돼 있는 만큼 순수혈통주의를 강조하는 북한의 폐쇄적 민족개념을 넘어서 세계화 시대에 맞는 민족개념을 창출해야 한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지난 11월 15일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북한 핵실험 이후 남북관계의 전망과 대응’ 토론회에서 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기획실장은 “한국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려면, 6자회담의 재개에 앞서 정부차원의 남북대화가 선행되든가 적어도 병행돼야 한다”며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단단히 꾸짖되,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실장은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흐트러진 대북 포용정책의 전략적 기조를 재확인하고 새로운 운영방식에 대해 초당적인 합의와 국민적인 동의를 이끌어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북한은 최악의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정동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개최된 ‘북한 식량위기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 진단토론회’에서 법륜스님은 “북한에서 아사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수확량이 평년작 수준인 4백30만t이 돼야 한다”며 “올해 가을 생산량은 280만t에 그쳐 대량 아사 위기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법륜스님은 또 “내년 식량난은 3백만 명의 아사자를 낳았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경계를 지우고 모든 분별을 없앨 것을 강조하는 불법(佛法)의 가르침을 받아 실천하는 불제자라면 가장 먼저 마음속의 휴전선부터 없애야 할 때이다.
유응오 기자 arche@jubul.co.kr

참고문헌- 〈제10회 종교신문언론인 심포지엄 ‘북핵 이후 종교계의 교화 정책 및 역할’ 자료집〉《북한불교연구(법타스님 刊)》 〈북한 핵실험 이후 남북관계의 전망과 대응(평화재단 창립 2주년 토론회 자료집)〉 〈햇볕정책을 넘어 팽화로 통일로(평화재단 창립1주년 심포지엄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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