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27명·재가 65명 겨우내 용맹정진
해제법문서 ‘平常心卽道’ 참의미 되새겨
지난 4일 동안거 해제일을 맞아 전국의 선원에서는 해제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일부 선방에서는 오롯하게 3개월간 마음 밭을 일군 재가불자들도 회향을 했다. 이에 본지는 재가불자들이 출가자 못지않게 용맹정진하는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을 찾아봤다. 〈편집자주〉
충주 석종사로 향하는 길은 수행자들의 올곧은 정신을 대변하는 듯 가파르다. 하지만 사찰에 닿으면 가람은 불두(佛頭) 모양을 한 뒷산이 에워싸고 있어 아늑함이 느껴진다. 이번 동안거 기간 동안 충주 석종사에는 출가자 27명·재가자 65명이 똬리를 틀고 앉아 간화선에 정진했다. 선방의 일과는 먼동이 터오기 전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출·재가를 막론하고 동안거 참가자들은 새벽3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꿈자리를 털고(일부는 꿈자리에서조차도 놓지 않은 화두를 다시 들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고 한다. 저녁 9시까지 수행이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기본적으로 꼬박 10시간을 정진했던 셈이다. 그래서인지 해제법회에 참석하는 이들의 낯빛이 청렬한 물빛처럼 차가운 가운데 맑다.
혜국스님은 “걸망을 싸보지 않은 이는 그 자유로운 마음을 모를 것”이라며 운을 뗀 뒤 법문을 시작했다.
스님은 “소란스러운 일상으로 돌아가도 평상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조스님의 ‘평상심이 도(平常心卽道)’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스님은 “잠자고 밥 먹고 일하는 가운데서도 도를 찾아야 한다는 말을 최근에는 자기생각이 곧 평상심인 것처럼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며 “한 생각이라도 평상심이라는 생각을 내거나 평상심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독약 중의 독약”이라고 경고했다.
스님은 “이 세상의 가장 큰 파산자는 희망을 여읜 자”라며 “희망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스님은 또 “내 마음의 불을 끄는 게 수행”이라며 “환경을 내 마음에 맞추는 게 아니라 내가 환경에 맞춰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선원수좌회 대표이기도 한 혜국스님의 법문이었던 만큼 참석자들은 법회 내내 눈과 귀를 모아 스님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조아렸다.
해제법회 직후 스님은 시민선원에서 동안거를 갈무리하는 자자(自恣)의 시간도 가졌다. 스님은 먼저 자신의 과오 3가지에 대해 참회했다.
“선원장으로서 불가피하게 결제 중 외부에 나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중을 움직이기 위해 소리를 자주 질렀지만 그것은 규칙을 세우고 법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수행자가 남에게 열 올리는 모습으로 보였거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면 참회합니다. 아침에 참석하기로 했으면 지켜야 하는데 몸이 많이 힘들어서 빠진 적이 있습니다. 이또한 참회합니다.”
자신의 참회 후 스님은 스님들의 자자를 들었다. 대부분 게으름에 대한 참회였다. 혜국스님은 동안거를 마친 스님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이고 마음까지도 다 관하고 있었던지 장·단점에 대해 지적했다.
거사 청중(淸衆) 차례에서 스님은 “어떻게 청중이 대중들 앞에서 언성 높이는 모습을 보여. 앞으로 세 철 동안 방부 못 들여!”라고 소리를 질렀다.
스님의 꾸짖음이 방안에 메아리쳤고, 거사 청중과 보살 청중은 숨소리를 죽인 채 자신의 허물을 돌아봤다. 방안에는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두 청중은 삭발일로 인해 고성을 지르며 싸웠던 것이다. 이윽고 스님은 “거사 청중과 보살 청중 모두 세 번 큰 절하고 참회해”라고 지시했고, 이에 두 청장은 삼배로 참회했다.
혜국스님은 자자의 의미를 풀이하면서 “자기 스스로 자신의 허물을 드러내 대중들에게 고백하는 것”이라며 “죄를 대중들에게 내놓았기 때문에 죄에서 자유스러워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 “부처님도 제자의 만류에도 해제 날 결제 때 남몰래 좌복 하나 더 쓴 일을 고백하고 참회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출·재가자가 따로 없이 석종사 동안거 현장을 보면서 기자는 한국불교의 미래와 간화선의 대중화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었다.
충주 석종사=유응오 기자 arche@jubul.co.kr
미니 인터뷰-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 국 스님
“혹독한 점검 있어야 수행근기 커져”
현대교육체계는 범주의 산물 佛法에 위배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새겨야
“요즘은 점검해 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점검받는 사람이 없습니다.”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스님은 죽비를 내보이면서 점검의 의미를 강조했다.
“최근에는 점검을 받고자 하는 이가 적어서 점검하는 이도 비례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성철스님이나 전강스님은 물푸레나무 회초리로 사정없이 때렸습니다. 혹독한 점검이 있어야 수행자의 근기도 커지는 것입니다. 남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게 바로 그릇이요, 실력인 것입니다. 수행인들의 그릇을 키우기 위해 제가 악역을 맡은 셈이지요.”
스님은 이어 시민선방을 개원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재가자들이 만약 선방 좋은 줄 모른다면 다음 생에는 선방이 텅텅 빌 것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승가라는 말이 출가들만을 일컬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사부대중이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수행자들이 힘들어할 때 어떻게 독려하냐는 질문에 스님은 “‘생처는 숙하게 하고 숙처는 생하게 하라’는 말을 건넨다”며 “이 말은 익은 것은 설게하고 선 것은 익게 하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자면 자신을 챙기고 참선하는 것은 생한 것이니 만큼 익숙하게 해야 하고, 잡담하고 드러눕는 것은 숙한 것이기 때문에 생하게 해야 합니다. 수행이 안 될 때는 원인을 분석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다)이라는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는 것입니다.”
스님은 이어 간화선의 사회화에 대해 역설하면서 지동설과 천동설의 예를 들었다.
“학계에서는 지동설을 정론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천동설을 믿습니다. 차와 운전자를 비교했을 때 지구는 차에 불과합니다. 차를 움직이는 것은 태양이요, 더 넓게는 우주입니다. 우주는 상호 연계해 움직이는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현대교육체계는 범주라는 틀에 사고를 가두는 서구이성주의의 산물입니다. 현대교육은 정신세계의 드높은 지경으로 가지 못하도록 쳐놓은 바리케이트와 같습니다. 간화선의 대중화를 이루려면 자기 내면세계를 관찰할 수 있는 실체험이 제일 중요합니다.”
유응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