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인천불교총연합회 주최 ‘2007 미추홀 문화아카데미’
‘화엄경 여래출현품’ 가르침 통해 심법(心法) 강조
‘불교는 자력신앙… 삶과 마음은 차와 운전자 관계
“부처님이 이 땅에 나투셨을 때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했습니다. 부처님의 탄생게를 자만이나 오만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이는 잘못된 풀이입니다. 여기서 ‘아(我)’는 세상의 모든 중생을 일컫는 뜻으로 세상의 모든 만물은 스스로 존귀하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부처님 탄생게는 모든 생명의 목표와 결과를 보여준 위대한 선언인 것입니다.”
지난 11일 인천 한중문화원에서 개최된 ‘2007 미추홀 문화아카데미’ 주제 설법 강사로 나선 봉선사 조실 월운(전 동국역경원장) 스님은 부처님의 탄생게로 말머리를 풀었다. 부처님의 탄생게에 가장 참되고, 으뜸 되며, 먼저 행해야 하는 불사가 무엇인지 담겨 있다는 게 월운스님의 설명이다.
흔히들, 불사라고 하면 사찰을 중창하는 것을 말하는데, 본래 불사란 ‘부처님의 일’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만큼 부처님의 가장 근원적인 가르침을 알고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화엄경》의 〈여래출현품〉의 예를 들어 마음을 닦을 것을 강조하면서, 기독교 교리와 비교해 설명했다.
“‘이상하고 이상하다. 중생들이 여래의 지혜를 구족하고 있으면서도 어째서 어리석고 미혹하여 알지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가. 내가 마땅히 성인의 도를 가르쳐서 망상과 집착을 영원히 여의고 자기의 몸속에서 여래의 광대한 지혜가 부처와 같아서 다름이 없음을 보게 하리라.(爾時如來 以無障 淸淨智眼 普觀法界一切衆生 而作是言 奇哉奇哉 此諸衆生 云何具有如來智慧 愚癡迷惑 不知不見)’ 부처님의 이 말씀은 세상의 모든 중생이 곧 여래라는 아주 깊은 가르침이 담긴 것입니다. 이를 기독교 교리로 보자면, 중생이 곧 여래라는 의미는 에덴의 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살고 있는 것으로 비교될 것이고, 여래심(如來心)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모르고 망상과 집착에 가려 살고 있다는 말은 뱀의 유혹에 빠져 하와가 선악과를 먹음으로써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것으로 비교될 수 있습니다. 이를 일컬어 기독교에서는 원죄(原罪)라 합니다. 하지만 선과 악을, 미와 추를, 영원과 찰나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이 모든 분별이 마음의 작용이라고 보는 불교에서는 여래심의 자리에 들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망상과 집착이라고 봤습니다. 예수가 골고다의 언덕을 십자가를 짊어지고 넘어가는 것은 인류의 원죄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부처님이 이 세상이 곧 서방정토라고 여겼던 지라 중생들에게 마음을 닦을 것을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스님은 이어 기독교의 구원과 불교의 해탈에 대해 설명했다.
“여러 불자님들이 ‘예수님은 여러 이적을 통해 병도 고쳐주고 죽은 이도 살렸다고 했는데, 아무리 불교경전을 봐도 부처님은 그런 적이 없으니 부처님은 예수님만 못한 게 아니냐’고 묻곤 합니다. 어리석은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불교는 만병의 근원도 모든 행복의 근원도 마음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은 ‘해탈’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
| 인천불교총연합회 회장 대은스님이 축사를 통해 “월운스님을 자리에 모신 것만 해도 다생겁의 큰 인연”이라고 말하고 있다. |
월운스님은 《화엄경》 〈여래출현품〉은 곧 부처님이 말씀하신 사성제인 고·집·멸·도이라고 덧붙였다.
“부처님은 삶이 고통이라고 했습니다. 그 고통은 집착에서 오고 그 집착을 멸하면 해탈에 이른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은 어려운 것이 없습니다. 자동차를 삶으로 보고, 운전자를 그 삶을 살아가는 개인으로 보면 부처님의 가르침은 쉽게 다가올 것입니다. 자동차를 움직이려면 운전자가 핸들을 잡아야 하고, 엑셀레이터를 밟아야 합니다. 자동차의 속도를 높이리면 기어를 움직여야 하고, 자동차를 멈추려고 해도 브레이크를 밟아야 합니다. 불교를 자력신앙이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아무리 차가 좋아도, 자동차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이의 마음이 산란하다면 사고가 나기 마련입니다. 불교를 심법이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5명의 제자와 함께 교단을 설립해 키워나간 것을 예로 들면서 스님은 “불사란 그 규모나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진정성이 있느냐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스님은 마음을 다스리는 가장 쉽고도 좋은 방법으로 아침에 눈을 뜰 때와 밤에 잠이 들 때, 그리고, 식사 때마다 ‘관세음보살’을 염송할 것을 제시했다.
“칼 융의 ‘in my control’은 어느 부분 부처님 가르침과 유사합니다. 참된 행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우선 실천하기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해보십시오. 마음이 심난할 때마다 ‘관세음보살’을 외쳐보십시오. 그러면 한결 마음이 느긋해지고 평안해질 것입니다.”
월운스님의 말씀에 따라 《화엄경》 〈여래출현품〉의 한 구절 한 구절을 따라 외우는 인천불자들의 얼굴에는 평안한 미소가 감돌았다.
이날 행사에는 인천불교총연합회 회장 대은스님을 비롯해 전 일붕선교종 종정 무찰스님·흥륜사 주지 법륜스님 등 사부대중 2백여 명이 참석했다.
인천 한중문화원=유응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