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종단개혁 앞장...조계종과 오랜 갈등 끝 화해의 길 열어
이재명 대통령, SNS에 애도문 공개
서울 봉은사 주지를 지낸 명진 스님이 8월22일 제주 바다에서 사고를 당해 입적했다. 세수 76,법랍 52.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명진 스님은 이날 오전 9시30분께 제주 서귀포시 하예동 하예포구 인근 해상에서 사고를 당했다. 지나가던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해상에 떠 있던 스님을 발견해 구조했다.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스님은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오전 10시28분께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경찰과 해경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명진 스님은 1950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1969년 해인사 백련암으로 출가했다. 1974년 사미계를 수지했으며, 조계종 제11대 중앙종회의원과 중앙종회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 강남구 봉은사 주지를 맡아 교계 안팎에서 활동했다.
스님은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등을 둘러싸고 종단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종단 운영과 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조계종으로부터 제적 징계를 받았고, 이후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명진 스님은 2023년 2월 조계종을 상대로 징계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5월 징계가 무효라고 판단했으며, 올해 1월16일 항소심에서도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이후 조계종과 명진 스님은 상고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고, 조계종은 지난 2월 합의 사실을 알리며 오랜 갈등을 마무리하고 종단 화합의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994년 종단개혁에도 앞장섰던 명진 스님은 생전 베트남전 참전 경험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민간인 사찰을 받은 사실 등을 공개하며 사회 현안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스님의 장례는 8월 23~25일 종교시민사회장으로 엄수된다. 25일 오전 10시 봉은사 선불장에서 영결식이, 오후에 제5교구본사 법주사에서 다비식이 봉행된다. 갑작스러운 입적 소식에 정관계와 시민사회, 불교계 안팎에서는 스님의 생전 활동을 돌아보며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
다음은 이날 오후 SNS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애도문 전문이다.
명진 스님의 입적을 애도합니다
명진 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 소식에 놀랍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불교계의 큰 어른을 떠나보내게 된 슬픔을 온 국민과 함께 나눕니다.
지난해 7월 오찬 자리에서 뵈었던 스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당시 스님께서는 “빈부격차 속 고통받는 노동자들까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 남북 평화를 위해 대통령이 길을 열어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말씀에는 평생 스님께서 걸어오신 수행의 길과 세상을 향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현장이 곧 수행터’라는 신념으로 세상의 아픔이 있는 곳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셨고, 늘 뜨거운 청년의 마음으로 더 나은 세상과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셨습니다. 힘겨운 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온기를 건네셨습니다.
평등과 평화, 그리고 중생을 향한 자비의 마음을 품고 살아오신 스님의 삶과 뜻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삼가 명진 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합니다.
<2신>
불교계 첫 애도문, 23일 '정념스님선대위'서 발표
명진 스님의 입적을 애도하는 불교계 첫 애도문이 발표됐다. 다음은 23일 '정념스님선거대책위원회 일동' 명의로 발표된 애도문 전문이다.
명진 스님의 원적을 애도하며
평생을 치열한 수행자이자 종단 개혁의 기수로 살아오신 명진 스님께서 2026년 8월 22일, 세수 76세의 일기로 제주의 바다에서 원적에 드셨습니다. 정념스님선거대책위원회는 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스님께서 남기신 거룩한 발자취를 되새깁니다.
명진 스님께서는 1994년 조계종 종단 개혁 당시 중심에 서서 낡은 권위주의와 비리를 청산하는 데 앞장서셨습니다. 봉은사 주지 시절에는 1천일 동안 매일 1천 배 기도를 올리며 도심 속 수행도량을 복원하셨고, 사찰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파격적인 개혁 행보를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불교계의 자정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늘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이셨습니다.
그러나 종단 권력의 세속화와 돈 선거, 기득권의 비위를 향한 스님의 굽힘 없는 소신 발언은 스님께 많은 부침을 안겼습니다. 바른 소리를 굽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롱과 멸시 등 집단적 언어폭행을 당하는 수모를 겪으셨고, 급기야 2017년에는 총무원 지도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승적을 박탈당하는 큰 아픔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명진 스님은 원적에 드셨지만 스님께서 온몸으로 맞서 싸우셨던 종단의 병폐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부조리에 맞서 싸우며 불교계 안팎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셨던 스님의 기개는 우리 종단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념스님선거대책위원회는 명진 스님께서 던지신 ‘종단의 자정과 쇄신’이라는 무거운 화두를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종단은 계속해서 개혁되어야 하며, 스님의 올곧은 뜻을 이어받아 중단 없는 종단 혁신을 이루어낼 것을 다짐합니다. 불교계의 큰 별로서 치열하게 시대의 격랑을 껴안으셨던 명진 스님. 이제 모든 시비와 번뇌를 내려놓으시고 고요한 바다의 침묵 속에서 평안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026년 8월 23일
정념스님선거대책위원회 일동
<3신>
23일 '경우스님선대위'도 애도문 발표
경우스님선거대책위원회도 23일 오후 애도문을 발표했다. 다음은 애도문 전문이다.
명진 스님의 입적을 삼가 애도합니다
명진 스님의 갑작스러운 입적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스님의 극락왕생을 두 손 모아 발원합니다.
스님께서는 수행자의 본분을 바탕으로 평생 세상의 아픔과 함께하셨습니다. 정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한 걸음에 달려가셨고, 고통받는 이들의 곁에서 끝까지 함께하셨습니다. 민주화와 평화를 염원하는 현장에서, 노동자의 아픔이 있는 자리에서, 사회적 참사로 상처 입은 이들의 곁에서 스님은 늘 먼저 손을 내미셨습니다. 출가자의 삶이 산문 안에만 머물 수 없음을 온몸으로 보여주신 스님의 삶은, 이 시대 불교가 나아갈 길을 몸소 밝혀주신 큰 등불이었습니다.
스님의 생애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남겼습니다. 부처님의 자비는 사찰의 울타리를 넘어 세상 속에서 꽃피어야 하며, 수행자의 정진은 고통받는 중생과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됨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스님께서 평생 증명해 보이신 이 가르침은, 한국불교가 되새겨야 할 소중한 유산으로 남았습니다.
고통받는 이들의 곁을 평생 지켜오신 스님의 원력이 우리 사회에서 온전히 회향되기를 삼가 발원합니다. 이제 모든 짐을 내려놓으시고, 평온한 극락정토에 드시기를 두 손 모아 발원합니다.
불기 2570(2026)년 8월 23일
대한불교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후보 경우스님 선거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