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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6/10/20 14:28:35  최승천
왜 다시 붓다인가…아는 것을 넘어 삶을 바꾸는 지혜
조성택 전 고려대 교수, 14년 만에 신간…붓다의 발견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

같은 상처와 분노 되풀이하는 우리에게 건네는 2600년 전의 질문


연기·무아·사성제·팔정도, 인간의 고통과 자유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


깨달음은 특별한 체험 아닌 삶의 변화…“수행의 증거는 타인을 대하는 태도”

 

왜 다시 붓다인가

조성택 지음

불광출판사

19,000원



같은 말에 상처받고, 같은 상황에서 화를 내며,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하면서도 비슷한 행동을 반복한다. 머리로는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마음은 좀처럼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심리학과 철학, 명상에서 답을 찾고 불교의 가르침을 공부해도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안다’는 것과 ‘살아낸다’는 것 사이의 간극은 왜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까.

 

불교학자 조성택 전 고려대 철학과 교수의 신간 『왜 다시 붓다인가』(불광출판사)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연기와 무아, 사성제와 팔정도 같은 불교의 핵심 개념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에게 저자는 그 가르침을 외우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고 제안한다. 2600여 년 전 붓다는 인간의 괴로움에서 무엇을 발견했으며, 그 발견은 오늘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조 교수는 10월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우리는 부처님 가르침을 교리라는 외피를 통해 너무 딱딱하게 읽어내려고 하다 보니 삶에 잘 적용되지 않았다”며 “부처님 가르침을 일상의 언어로 바꾸어 삶에 적용하고자 이 책을 펴게 됐다”고 말했다. 불교를 어려운 교리나 신비로운 깨달음의 세계로 여기는 시선에서 벗어나, 일상의 스트레스와 고통을 이해하고 다루는 현실적인 가르침으로 다시 읽자는 취지다.


▲ 조성택 교수가 10월 19일 신간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책 집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불광출판사)


책이 주목하는 것은 불교라는 종교 체계가 아니라 그 출발점에 선 한 인간의 발견이다. 인간은 왜 괴로운가, 괴로움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붓다는 고통을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괴로움이 생겨나는 원인과 조건을 살폈고, 조건이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저자는 이 통찰을 따라가며 붓다를 멀리서 우러러봐야 할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길을 안내하는 스승으로 되살린다.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된다. 먼저 붓다의 출현이 지닌 문명사적 의미와 깨달음의 성격을 살펴본 뒤, 그가 고행을 버리고 스승 없이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짚는다. 이어 붓다가 발견한 연기의 세계와 ‘나’라는 존재의 형성 과정을 탐구하고, 불교의 가르침이 어떻게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는지 묻는다. 마지막으로 수행을 일상에 연결하며 자비와 평온, 자유의 의미를 되새긴다.

 

이 여정의 중심에는 연기(緣起)가 있다. 모든 것은 홀로 존재하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여러 원인과 조건, 관계 속에서 생겨난다는 관점이다. 저자는 이 생각을 무아(無我)와 연결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나’ 역시 변하지 않는 실체가 아니라 감각과 감정, 기억과 생각이 얽혀 형성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현실은 외부 대상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감각과 인식, 경험의 맥락이 함께 작용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괴로움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책은 사성제가 괴로움의 발생과 소멸을 살피는 가르침이라면, 팔정도는 그 소멸을 향해 나아가는 실천의 길이라고 설명한다. 열반과 해탈도 현실을 떠나거나 특별한 존재가 되는 일이 아니다. 집착과 분노에 끌려다니지 않고 상황을 새롭게 바라보며 선택할 수 있는 자유에 가깝다. 불교의 여러 교리가 결국 인간은 어떻게 괴로워하고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책은 그 자유가 거창한 수행 체험보다 작은 일상의 선택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화가 날 때 습관적으로 말을 내뱉지 않고, 억울할 때 곧바로 상대를 비난하지 않으며, 욕망이 일어날 때 잠시 멈춰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는 일이다. 감각이 들어오는 순간 평가와 해석, 반응으로 이어지는 자동적인 흐름을 알아차리면 익숙한 반응에서 한 걸음 물러설 여지가 생긴다. 수행은 마음을 다스리는 특별한 기술에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과 관계를 바꾸는 과정이다.

 

조 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수행과 삶은 서로 다른 두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깨달음은 일시적인 수행 체험이 아니라 통찰을 동반해야 하며, 그 변화는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수행을 했다 해도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은 사람은 수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비와 기쁨, 평온을 말로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타인을 덜 미워하고 덜 집착하며 온화하게 살아가는 것이 수행의 구체적인 증거라는 설명이다.

 

저자 조성택은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인도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에서 대승불교 성립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비교종교학과 교수로 임용됐으며, 2002년부터 고려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23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사단법인 마인드랩 대표이자 마음챙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불교철학과 사상, 비교종교를 오랫동안 연구해 왔으며, 연기와 무아, 깨달음과 수행을 현대 철학 및 인지과학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작업에도 힘써 왔다.

 

이번 책은 그가 14년 만에 선보이는 신간이다. 오랜 기간 외국에서 불교를 가르치며 한국의 익숙한 전통에서 벗어나 불교를 바라본 경험이 책의 바탕이 됐다. 조 교수는 “세계의 관점에서 바라보니 부처님이 그저 우러러 보이기보다는 참 매력적인 인간으로 보였다”며 그 면모를 한국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붓다가 남긴 유산은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선과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왜 다시 붓다인가』는 그 가르침을 과거의 지식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나는 원래 예민하다’, ‘내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고 여겼던 생각을 돌아보고, 감정과 습관을 고정된 운명처럼 받아들이지 않도록 이끈다. 아는 것을 삶으로 옮기는 일은 결국 지금 이 순간의 반응을 알아차리고 다른 선택을 하는 데서 시작된다. 불교를 공부했다면, 이제 그 가르침을 살아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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