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본·절첩본 등 전통 장정법과 현대사경의 조화
불교 경전과 변상도에 담아낸 수행의 깊이와 예술성
국가무형유산 사경장 김경호 문하서 정통 기법 익혀
한국사경연구회 활동 이어가며 전통사경 전승·대중화 힘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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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야바라밀다심경 감지 금니 38x67 |
부처님의 가르침을 한 자 한 자 옮겨 적으며 수행의 의미를 되새기는 전통사경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현조 김민지 작가의 두 번째 전통사경 정진전이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경기 여주시 목아박물관 본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전통 불교미술의 맥을 잇는 사경 작품을 통해 경전의 종교적 의미와 전통 기법이 빚어내는 조형미를 함께 선보이는 자리다.
사경(寫經)은 불교 경전을 정성껏 베껴 쓰는 수행이자 예술이다. 단순히 글을 옮기는 작업을 넘어 글자 하나하나에 정성과 마음을 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종교적 수행과 미술적 표현이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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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은중경 십게찬송 I 백지 묵서 I 21×52cm I 절첩본 (*10절면) 보현보살이 보현행원의 십대원력을 설법하는 모습을 표현한 변상도 |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감지와 색지, 백지 등 다양한 바탕 위에 금니와 필묵, 주묵 등을 사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전통 사경의 장정 방식인 권자본과 절첩본을 비롯해 액자와 족자 형태의 현대사경, 경전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변상도까지 다채롭게 선보인다. 불교의 대표적인 경전과 도상을 담아낸 작품들은 전통 기법의 섬세함과 사경 특유의 고요한 미감을 전할 예정이다.
특히 종이의 색과 재료의 특성을 살린 표현, 금빛 필선이 빚어내는 시각적 아름다움은 사경이 지닌 예술적 가치를 드러낸다. 글씨와 그림, 재료와 형식이 어우러진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은 전통 불교미술의 깊이와 함께 한 획 한 획에 깃든 작가의 수행 정신을 마주할 수 있다.
김 작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고 변상도를 그려내는 일은 매 순간이 수행이자 일상”이라며 “사경 수행의 길에서 때로 스스로의 한계를 마주하지만, 이 역시 더 깊은 불심으로 나아가기 위한 지극한 정진의 과정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단풍이 아름답게 물드는 10월의 길목, 전통 불교미술의 숨결이 가득한 목아박물관에서 두 번째 전통사경 전시를 마련했다”며 “찾아주시는 모든 분께 작가의 아호처럼 깊고 오묘한 현(玄)의 기운과 금빛으로 밝게 비추는 조(照)의 평안이 닿기를 온 마음으로 발원한다”고 했다.
김 작가는 2013년 국가무형유산 전통사경 이수자인 행오 스님과 인연을 맺은 뒤, 2021년 국가무형유산 사경장 김경호 선생 문하에서 전수교육을 받으며 정통 사경 기법을 익혔다. 한국미술협회 미술교육원 사경교육지도자과정을 수료했으며, 김경호 사경장의 공개·기획 행사에 참여하고 2015년부터 한국사경연구회 회원전에 꾸준히 작품을 출품해 왔다.
올해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개인전에 이어 이번 전시를 마련한 김 작가는 현재 서울 관문사 성보박물관에서 초대전으로 열리는 ‘사경 교육지도자 과정 작품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사경연구회 간사로 활동하며 전통사경의 전승과 대중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번 전시는 전통사경을 종교적 수행의 결과물이자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 살펴볼 기회다. 경전의 글자와 그림에 담긴 정성과 금빛으로 구현한 전통미가 가을의 정취와 어우러져 관람객에게 차분한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