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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6/11/05 19:14:40  최승천
세월호의 아픔과 치유, 세계기록유산에 새기다…‘단원고 4·16 아카이브’ 유네스코 등재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생전 일상부터 유가족·생존자의 회복 노력까지 23만5220점 기록

재난 현장 목격한 시민과 가족이 남긴 민간 기록…사회적 기억과 공동체 연대 가치 인정


‘수운잡방·음식디미방’도 함께 등재…조선시대 한반도 음식문화의 역사적 가치 재조명


남성의 한문 조리서와 여성의 한글 조리서, 130여 년 시차 두고 조리법 공유


한국 세계기록유산 총 28건으로 늘어…기록문화 강국 위상 높여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생전 모습과 그들을 기억하려는 국민의 추모,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아픔과 회복 과정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참사의 고통을 기록하고 기억하려는 노력이 세계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단원고 4·16 아카이브」와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이 11월 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11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MOWCAP) 총회에서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 등재가 최종 결정됐다고 밝혔다. 총회는 3일부터 5일까지 열렸으며, 두 기록유산은 심사를 거쳐 등재가 확정됐다.

 

이번 등재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단원고 4·16 아카이브다. 총 23만5220점에 이르는 이 기록물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생전 일상과 국민의 추모 활동,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회복 노력을 담고 있다. 단순히 참사의 발생과 수습 과정을 기록한 자료가 아니라, 재난 이후 한 사회가 겪은 슬픔과 상처, 이를 기억하고 극복하려는 사람들의 시간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이 아카이브는 정부나 기업 등 공식 기관이 아닌 유가족과 생존자, 사고 발생과 수습 과정을 지켜본 일반 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축적한 민간 기록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공식적인 사고 경과나 행정 기록만으로는 온전히 담아내기 어려운 재난의 사회적 실상이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기록에는 희생자들이 살아 있을 당시의 평범한 일상뿐 아니라 가족들이 겪은 상실과 슬픔, 시민들의 추모와 연대, 생존자들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노력이 담겼다. 개인과 가정, 지역사회가 재난으로 입은 상처를 어떻게 마주하고 회복해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특히 기록물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참사를 잊지 않으려는 개인들의 기억이 모여 공동체의 기억으로 확장되고,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연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이 아카이브가 재난의 기억을 보존하는 동시에 공동체 회복과 사회적 기억의 가치를 보여주는 기록유산으로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함께 등재된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은 조선시대 한반도의 음식문화와 조리 지식을 보여주는 기록물이다. 두 책은 각각 남성과 여성이 기록한 조리서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수운잡방」은 16세기 안동 지역의 선비 김유가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민간 조리서다. 민간에서 작성된 가장 이른 시기의 조리서로 평가받으며,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조리서로는 유일하게 보물로 지정됐다. 한문으로 기록된 남성의 조리 지식이 담겨 있다.

 

반면 1670년대 장계향이 저술한 「음식디미방」은 현전하는 가장 오래되고 온전한 형태의 한글 조리서다. 여성의 시각에서 음식 조리법과 식생활 지식을 한글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

 

두 책은 별개의 조리서이면서도 역사적으로 연결돼 있다. 「수운잡방」의 조리 지식은 혼인과 가문 간 교류를 통해 전해졌으며, 장계향은 남편 가문에 전해지던 조리 지식의 일부를 받아들여 자신의 조리서를 저술했다. 그 결과 두 기록물은 약 130여 년의 시간 차이에도 주류 6종과 요리 1종의 조리법을 공유하고 있다.

 

두 조리서는 오늘날에도 단순한 옛 문헌에 머물지 않는다. 「수운잡방」의 조리법을 바탕으로 복원한 진맥소주가 국내외에서 유통되고 있으며, 기록 속 음식들은 실제 조리와 지역 관광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 전통 조리 지식이 현대의 교육과 산업, 관광으로 이어지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인 셈이다.

 

이번 등재는 국가유산청이 2024년 10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대국민 공모를 통해 후보 기록물을 발굴하고, 전문가와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추진됐다. 두 기록물은 2025년 9월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서가 제출됐다.

 

이로써 한국이 보유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국제목록 20건과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 8건 등 총 28건으로 늘었다. 세월호 참사의 기억과 전통 음식문화의 지식이 나란히 세계적 기록유산으로 인정받으면서 한국 기록문화의 폭과 깊이를 함께 보여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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