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춘년 화촉부부 황금돼지 아이 낳길
복 몰고 다니고 남을 위해 보시하길
병술년의 해가 저물고, 정해년의 해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입춘(立春)이 두 번 있다 하여 쌍춘년(雙春年)이라고 불렸습니다. 입춘이라 함은 봄의 입구인데, 한 해에 두 번의 봄을 맞았으니 일 년 내내 하늘에서 꽃비가 내린 격입니다. 이름 때문이었을까요. 봄 뒤에 봄이 숨어 있는 쌍춘년에는 그 이름에 걸맞게 수많은 젊은 부부들이 탄생됐습니다.
더 기쁜 소식은 쌍춘년에 화촉을 밝힌 대개의 부부들이 정해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득남득녀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단 젊은 부부뿐이겠습니까. 정해년을 맞는 모든 불자들은 돼지꿈을 꾸길 바랄 것입니다.
돼지꿈은 우리 민족이 대표적으로 꼽는 길몽입니다. 몸의 군데군데 오물을 묻히고 있는 더러운 돼지가, 먹이 앞에서는 꿀꿀거리며 침을 흘리는 추한 돼지가 어떻게 길몽의 대상이 됐을까요. 돼지는 다산의 상징이어서 그럴 것입니다. 농경문화 시절 다산은 그 자체로 축복이었을테니까요. 또 돼지는 먹이를 가리지 않는 동물입니다. 항상 배가 주렸던 시절 게걸스럽게 먹이를 먹는 돼지가 복스럽게 보였을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돼지는 복덩이로 여겨졌습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가정에는 돼지저금통이 하나씩 있기 마련인데, 돼지저금통은 저축의 상징물로 사용됐던 터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국가경제가 내리막길을 걸을수록 반비례해서 가정 부채는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습니다. 카드광고는 물론이고 사채광고가 판을 치는 현실에 돼지저금통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해년을 마감할 때쯤에는 모든 불자 가정에 놓인 돼지저금통에 배가 두둑하길 바랍니다. 하여, 전세·월세 걱정에 신음하는 불자들이 내년에는 허리 조여 저금한 돈으로 자기 집을 마련하길 기원합니다.
또한 돼지는 육신공양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가축이기도 합니다.
연탄을 때던 시절, 탄광촌의 광부들은 목의 때를 벗기기 위해 곧잘 돼지 삽겹살을 먹었다고 합니다. 진폐증에 걸린 광부에게 값싼 삽겹살은 참으로 용이한 약이었을 것입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서민들은 돼지고기를 즐겨듭니다. 막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돼지고기가 삶을 재충전하는 영양분이고, 과중한 업무와 상사의 질타를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회사원들에게 곱창은 시름을 잊게 해주는 묘약입니다.
그러니까 돼지는 제 살을 보시해 사람들의 살을 찌우게 하고, 제 속을 보시해 사람들의 쓰린 속을 달래주는 것입니다.
정해년에는 탐욕스럽고 미욱한 돼지가 아니라, 복을 몰고 오고 남을 위해 보시하는 돼지꿈만 꾸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유응오 기자 arche@jubul.co.kr
사진= 이한규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