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은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 선거일이다. 각 후보는 이날의 승리를 위해 5월 12일부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시민들의 참여 열기는 어느때 보다 높다. 이대로라면 5월 29~30일 치러지는 사전 투표를 포함해 최종 투표율도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선은 지난겨울 내내 시민들이 국회 앞과 서울 광화문광장, 헌법재판소 앞 등 전국의 거리에서 만들어 낸 승리의 결과물이다.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를 심판하고 위기의 민주주의를 되찾고자 하는 개혁 열기는 헌법재판소에서 전원일치의 대통령 파면으로 이어졌다. 폭발하는 열기와 분노를 비폭력으로 승화한 시민들의 승리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정권교체론’이 줄곧 우세한 구도 속에서 진행돼 왔다. 초반부터 ‘1강 1중 1약’의 3자 구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역대 선거에서 첨예했던 보수 대 진보의 구분이 희미해지는 분위기다. 이념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과거와 같은 지역이나 세대의 몰표 성향도 희석된 것 역시 유의할 대목이다. 또한 이른바 ‘87년 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민주주의의 길을 가기 위해 유력 후보들이 임기 내 개헌을 들고나온 것도 의미심장하다. 한편으로 선거 때마다 지적되는 네거티브와 막말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활을 건 후보 진영 간 감정싸움이 격해졌고, 특히 최첨단 AI 기술을 동원해 SNS와 인터넷에서 범람한 가짜뉴스 역시 기승을 부렸다. 포퓰리즘 경쟁을 하듯 주요 후보들이 쏟아내는 공약에서 진정한 정책선거는 여전히 요원함을 보여 줬다. “누가 돼도 걱정”이라며 대선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누가 집권하든 ‘협치와 통합’의 리더십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 앞에는 중첩된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곤두박질한 국가 경제 회복, 정치 양극화와 종교 편향 극복, 인류 전체의 삶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와 공동체의 안정적 재생산을 뒤흔드는 인구 절벽까지, 차기 정부가 철학과 의지를 다지고 대처해야 할 미래형 난제들이 차고 넘친다. 이번 대선은 ‘87년 체제’ 38년의 묵은 찌꺼기를 청산하고 우리의 미래를 개척하는 지도자를 뽑는 민주주의의 축제가 돼야 한다.
시민이 꿈꾸는 사회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더 나은 삶을 원한다면 시민들도 행동해야 한다. 그건 바로 투표장으로 나가는 일이다.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이 우선인지 정당·후보자의 정책과 자질을 꼼꼼히 따진 뒤 선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대열에 예외는 있을 수 없다. 마땅한 후보가 없다고 투표를 포기해선 안 된다. 대선은 성인군자를 뽑는 이벤트가 아니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명제를 한 표로 지켜야 한다. ‘불국정토 건설’ 역시 불자들의 한 표 한 표에서 시작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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