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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6/10/12 10:19:14  최승천
108산사순례 20년…참회와 나눔으로 이어온 구법의 길
혜자 스님·회원 500여 명, 서울 도안사서 창립 20주년 기념법회 봉행

“좋은 인연이 기적…새로운 수행도 함께하자”


2006년 통도사서 첫발…2015년 108차 순례로 9년 대장정 회향


연인원 65만여 명 동참…공양미 3300가마·농산물 37억원 판매 지원


내년부터 ‘108참회 정진 일심기도’…기도와 자비행 새 원력 세워


▲ ‘선묵 혜자 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는 10월 10일 서울 수락산 도안사에서 창립 20주년 기념법회를 봉행했다.(사진=도안사, 이하 같음)


108개 산사를 찾아 참회와 기도를 올리고 자비나눔을 실천해 온 108산사순례기도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전국 명산대찰을 누빈 9년의 대장정은 끝났지만, 순례길에서 다진 신심과 도반의 인연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년의 구법 여정을 되새긴 회원들은 새로운 참회 정진을 통해 수행과 나눔의 원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 참석대중들이 삼귀의례와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있다.


‘선묵 혜자 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는 10월 10일 서울 수락산 도안사에서 창립 20주년 기념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법회에는 회주 혜자 스님과 기도회원 등 사부대중 500여 명이 참석해 지난 여정의 의미를 되새기고 앞으로의 수행을 서원했다.


▲ 선묵혜자 스님이 안심법문을 하고 있다.


혜자 스님은 이날 안심법문에서 20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함께하는 수행’의 힘을 강조했다. 스님은 “2006년 삼천리 금수강산 방방곡곡의 108산사를 모두 순례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가는 데까지 가보자’고 시작했다”며 “첫 출발지인 양산 통도사에서 첫 번째 염주알을 보시하던 날 하늘에 무지개가 뜨는 것을 보고 불보살님의 가피가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우리가 함께 다닌 9년은 허공으로 날아간 시간이 아니다. 내 생활과 마음속에, 내 일생의 한 부분을 바친 시간”이라며 순례에 동참한 도반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거친 산길과 눈비 내리는 산사에서도 기도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걸어온 대중의 힘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스님은 인연의 소중함도 되짚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먼저 세상을 떠나거나 건강 등의 이유로 순례길을 떠난 회원들이 생겼지만, 이별을 끝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그는 “인연이 다하면 헤어지지만 또 인연이 오면 다시 함께한다”며 “우리의 수행이 다하지 않았기에 흩어지지 않았고, 신심이 굳건했기에 새로운 수행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숯불 하나는 쉽게 꺼지지만 여러 개가 모이면 빛과 열이 오래간다. 수행자도 이와 같다”며 대중과 함께하는 정진의 가치를 설했다. 이어 “좋은 인연이 바로 기적”이라며 “소중한 인연을 평생 이어가며 새롭게 시작하는 기도와 ‘108참회 정진 일심기도’에도 함께해 아름다운 꽃을 피워가자”고 당부했다. “가다가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여러분이 성불하는 그날까지 기도하고 함께하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 허영자(법명 무위행) 도안사 신도회장이 발원문을 낭독하고 있다.


허영자(법명 무위행) 도안사 신도회장은 발원문을 통해 20년간 이어온 참회와 자비행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겠다고 서원했다. 108산사를 찾아 108참회로 108번뇌를 소멸하고, 108가지 자비나눔의 선행공덕을 쌓으며 완성해 온 108염주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겠다는 것이다. 네팔 룸비니 동산에서 ‘평화의 불’을 이운하고 분등했던 여정도 되새기며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기원했다.


▲ 감사패 증정


기도회가 펼쳐온 군 장병 지원과 농어촌 나눔, 다문화가정 결연, 효행상·장학금 전달 등의 활동도 발원의 대상이 됐다. 회원들은 내년부터 시작하는 ‘108참회 정진 일심기도’에 동참해 참회와 지혜, 자비의 수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날 기념법회에서는 20년 동안 기도회 발전과 신행 활동에 힘을 보탠 회원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순례의 상징인 108염주알을 나눴다. 산사 한 곳을 찾을 때마다 염주알 하나에 기도와 발원을 새겨 온 만큼, 염주알은 순례와 참회, 선행의 시간을 담은 수행의 증표다.

 

산사 108곳, 817만㎞를 잇다…기도는 나눔이 됐다

 

108산사순례기도회의 출발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도선사 주지였던 혜자 스님은 은사 청담 대종사의 도제양성·역경·전법포교 원력을 잇겠다는 뜻으로 순례기도회를 결성했다. 같은 해 9월 발대식을 가진 기도회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첫 순례를 시작했다.

 

순례는 단순한 사찰 답사와 참배를 넘어서는 신행이었다. 회원들은 매달 전국 사찰을 찾아 108참회와 기도를 올리고, 신묘장구대다라니 독송과 사경, 발원문 봉독 등을 이어갔다. 순례 사찰의 이름을 새긴 염주알을 하나씩 모아 108염주를 완성하는 과정에는 한 번의 순례를 한 번의 참회와 한 가지 선행으로 연결하겠다는 원력이 담겼다. 비바람과 눈길에도 순례를 멈추지 않은 회원들은 기도와 함께 이웃을 위한 실천을 이어갔다.


▲ 법문을 경청하는 신도들


2015년 10월 25일 도안사에서 봉행한 제108차 순례법회는 9년 대장정의 회향이었다. 기도회 집계에 따르면 순례에는 연인원 65만여 명이 동참했고, 대형버스 1만1664대가 운행됐다. 순례 거리는 817만여㎞에 달했으며, 사찰에 올린 공양미는 3300가마, 기와불사에는 30만 장이 모였다. 108개 사찰을 향한 발걸음이 한국불교 순례 신행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 셈이다.

 

자비행은 순례의 또 다른 축이었다. 농어촌 직거래장터는 334일간 운영돼 37억원 상당의 농산물 판매를 도왔다. 400여 군부대에는 초코파이 450만여 개를 전달했다. 다문화가정과 한국인 양어머니를 연결하는 ‘108인연 맺기’를 통해 207가족이 결연했고, 108효행상 123명과 선묵108장학금 223명, 108약사여래 보시금 61명에게 지원이 이뤄졌다. 순례지 46곳에는 기념식수를 심고 환경정화 활동도 펼쳤다.


▲ 혜자 스님의 염주 선물


2013년 네팔 룸비니에서 채화한 ‘평화의 불’을 국내로 이운한 일도 주요 성과다. 평화의 불은 임진각 평화누리광장에서 열린 남북평화 기원 대법회를 거쳐 국내외 사찰과 군법당 등에 분등됐다. 108산사 순례를 마친 뒤에는 53기도도량순례회 등을 통해 신행의 원력을 이어갔다.

 

산사를 향해 내디딘 첫걸음은 이제 참회와 정진의 새로운 길로 이어진다. 20년 동안 쌓은 인연을 바탕으로 기도와 자비행을 계속하겠다는 회원들의 서원은 순례의 회향이 수행의 끝이 아님을 보여준다. 108산사순례기도회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숫자로 기록된 성과만이 아니다. 함께 기도하고 서로를 보듬으며 이웃에게 손을 내민 시간, 그 인연을 다시 수행으로 잇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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