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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6/10/14 23:30:44  최승천
“K뮤직 뿌리는 불교음악”…20년 세계 누빈 윤소희 교수, 뇌허불교학술상
600여 쪽 『불교음악의 세계』, 불교음악의 기원부터 현대적 활용까지 집대성

인도·남미·아프리카·아라비아 현지 조사…세계 음악 속 한국불교의 흔적 추적

 

QR코드로 세계 불교음악 영상·음원 연결…디지털 시대에 맞춘 연구서

 

“불교음악이 치유와 명상, 즐거움의 공명으로 세계인 삶에 스며들길”


▲ 윤소희 교수


한국 전통음악의 뿌리를 불교음악에서 찾고, 세계 곳곳의 종교음악을 20여 년간 추적해 온 윤소희 동국대 한국음악학과 교수가 2026년 불교평론 뇌허불교학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지난해 동국대학교출판부에서 펴낸 『불교음악의 세계』. 600여 쪽에 걸쳐 불교음악의 기원과 역사, 의례와 수행, 세계 각국의 전승 양상을 종합적으로 다룬 저술이다. 불교학과 음악학, 인류학을 가로지르며 불교음악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교수는 수상 소식을 늦은 밤 문자로 접했다고 한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순간 부처님 품에 안기는 듯 온몸이 따뜻해져 한참을 고개 숙여 합장했다”며 “김영태 박사님을 비롯해 이 상을 받아 오신 분들의 이름이 모두 빛나기에, 부족한 저에게 주어진 영광을 앞으로 더 잘하라는 뜻으로 여기겠다”고 했다. 뇌허불교학술상은 불교계의 주요 학술상 가운데 하나로, 역대 수상자에는 원의범·박선영·장충식·정병삼·김상현·전재성 등이 포함돼 있다.

 

심사위원단은 『불교음악의 세계』를 불교음악의 교리적 기원과 역사, 세계 각국의 현황을 종합적으로 탐구한 이 분야의 역저로 평가했다. 특히 불교음악을 사찰 의례에 쓰이는 소리로만 보지 않고, 한국의 궁중음악과 민요·춤은 물론 현대의 찬불가와 명상음악까지 이어지는 문화적 흐름 속에서 살핀 점에 주목했다.


▲ '불교음악의 세계' 표지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제1부 ‘불교의 성립과 음악’은 고대 인도에서 남방·북방불교로 이어지는 음악적 전통과 한국불교음악의 역사를 다룬다. 비문과 조각, 그림에 남은 음악의 흔적을 찾고, 궁중음악과 민요에 스며든 불교적 요소도 살핀다. 제2부 ‘불교신행과 음악’은 예불과 천수경, 장엄염불, 각종 재의 전통, 범패와 법구 연주 등을 통해 음악이 종교의례와 공동체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분석한다. 제3부 ‘21세기 불교음악’은 세계 각국의 불교의례를 비교하고 음악치료와 명상음악의 가능성까지 탐색한다.

 

심사위원단이 핵심으로 꼽은 것은 불교음악의 출발점을 부처님의 음성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책에 인용된 중국 문헌 『법원주림』은 부처님의 음성을 바르고 곧으며, 화사하고 우아하고, 맑고 청아하며, 깊고 원만하고, 멀리까지 퍼지는 소리로 설명한다. 이를 다섯 가지 범성(梵音)이라 한다. 불교음악은 단순히 아름다운 소리를 만드는 예술이 아니라, 가르침을 전하고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종교적 실천이라는 해석이다.

 

윤 교수의 연구는 20여 년 전 「대만불교 의식음악 연구」에서 본격화했다. 이후 그는 ‘불교음악이란 무엇인가’를 화두로 인도에서 세계 각지까지 현지 조사를 이어갔다. 한국불교음악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남미와 아프리카, 아라비아를 찾아갔고, 이슬람 사원의 무슬림들과도 교류했다.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의 음악을 비교하면서 한국불교음악이 고립된 전통이 아니라 세계 문화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됐을 가능성을 탐색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음악과 이야기의 교류를 통해 한국불교문화를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고 한다. 윤 교수는 『소리로 보고, 그림으로 듣는 음악인류학』을 집필하면서 인도의 『판차탄트라』와 『아라비안나이트』, 아라비아의 왕자와 신라의 공주 이야기 등을 살폈다. 이를 통해 천여 년 전부터 세계의 이야기와 음악이 한국불교음악 속에 녹아들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불교음악의 세계』는 연구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에서도 눈길을 끈다. 책 곳곳에 큐알(QR)코드를 넣어 독자가 스마트폰으로 세계 각국의 불교음악 영상과 음원을 직접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가 현지에서 촬영한 자료를 인쇄물과 디지털 콘텐츠로 연결한 것이다. 음악은 글만으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특성을 고려해, 독자가 소리를 듣고 의례의 모습을 보면서 연구 내용을 이해하도록 했다.

 

윤 교수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한국불교음악사의 새로운 해석에도 도움을 줬다고 설명한다. 그는 가야를 한국 최초의 불교국가로 포함해 기존의 삼국시대 구도에서 나아간 ‘사국시대’의 관점을 제시하고, 발해를 함께 살펴 ‘통일신라’ 대신 ‘남북국시대’의 틀에서 한국불교음악사를 조명할 수 있었다고 했다. 불교음악의 역사를 더 넓은 시공간 속에서 바라보려는 시도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불교음악과 한국 전통음악의 밀접한 관계다. 윤 교수는 “한국전통음악은 불교음악이다”라는 말을 동국대 한국음악학과에서 자주 한다며 “2000여 년 동안 불교가 한민족 문화의 토양이자 체질이 되었듯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한류의 화룡점정이 K뮤직인데, 그 토양과 뿌리가 불교음악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불교음악의 대중화는 과제로 남아 있다. 심사위원단은 교회음악에 견줄 만큼 불교음악이 널리 불리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아름답고 부르기 쉬운 찬불가가 더 많이 창작돼 대중의 일상에 자리 잡기를 기대했다. 윤 교수 역시 이번 수상을 계기로 불교음악에 대한 관심이 한층 깊어지기를 바랐다.

 

그는 불교음악을 통해 수행하고 붓다의 말씀을 들으며 자신의 삶이 변화한 것을 축복으로 여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불교음악이 불자들만의 음악을 넘어 세계인의 일상에서 치유와 명상, 즐거움을 나누는 소리가 되기를 기원했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24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동국대 동창회관에서 열린다. 상금은 1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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