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청년들이 기획부터 진행까지… 함께한 활동과 추억 되새겨
“고인의 용기와 따뜻한 마음, 우리 곁에 오래 남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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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故) 김태은 청년 영정(사진=신사종합사회복지관, 이하 같음) |
함께 웃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걸음씩 세상 밖으로 나아갔던 시간. 그 시간을 함께한 한 청년이 먼저 떠났다. 남겨진 이들은 그가 머물렀던 자리를 돌아보고,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을 편지에 담았다. 짧았지만 분명히 빛났던 한 사람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10월 20일, 서울 은평구 신사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고(故) 김태은 청년을 기리는 추모식이 열렸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산하 신사종합사회복지관이 고립·은둔 청년의 일상 회복을 지원하는 ‘청년UP, 신사랑’ 사업 참여 청년들과 함께 마련한 자리였다. 추모식에는 동료 청년들과 고인의 지인, 유가족을 비롯해 김미경 은평구청장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고인을 추억하고 애도의 마음을 나눴다.
김태은 청년은 생전 ‘청년UP, 신사랑’에 참여하며 또래들과 인연을 맺었다. 동아리 활동과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관계를 쌓았고,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도 의미 있는 존재로 자리했다. 그러나 평소 앓아온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지난 9월 26일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동료 청년들은 슬픔을 나누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하고,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직접 추모식을 준비했다.
추모식은 묵념으로 시작됐다. 참석자들은 고인과 함께했던 활동을 돌아보고, 생전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함께 감상했다. 고인이 작사에 참여한 노래도 울려 퍼졌다. 화면 속 익숙한 얼굴과 노래에 담긴 기억은 저마다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순간들을 다시 불러냈다.
청년 대표와 유가족 대표의 추모사에 이어 편지 낭독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고인과 나눴던 추억, 마음속에 남아 있는 말, 이제는 직접 전할 수 없게 된 인사를 하나씩 꺼내놓았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은 고인의 모습은 또 다른 이에게 새로운 추억이 됐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은 정성껏 쓴 편지를 유가족에게 전달하며 위로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번 추모식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청년들이 기획부터 진행까지 전 과정을 직접 준비했다는 데 있다. 누군가가 마련해준 추모의 자리에 참석하는 대신, 자신들에게 소중했던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할지 스스로 고민했다. 슬픔을 혼자 감당하기보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함께한 인연의 의미를 되새기는 길을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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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모식을 마치고 주요참석자들이 유가족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관장 희유 스님, 김미경 은평구청장, 유가족, 사업 담당자 |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하며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청년이었다”며 “고인이 보여준 용기와 따뜻한 마음은 우리 곁에 오래 남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뜻을 이어 청년들이 한 발 한 발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사종합사회복지관장 희유 스님도 “갑작스럽게 이별해야 했던 한 청년을 기억하고자 동료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추모식이어서 더욱 특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기에 더욱 빛났던 고인의 짧은 생의 모습이 지금 이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젊은 청년들에게 따뜻한 용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립과 은둔을 경험하는 청년에게 세상과의 연결은 때로 작은 만남에서 시작된다. 함께 밥을 먹고, 활동을 나누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일. ‘청년UP, 신사랑’이 지원하는 일상 회복 역시 그런 작은 관계에서 출발한다. 김태은 청년이 동료들과 함께한 시간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그리고 그가 떠난 뒤, 남겨진 청년들은 서로의 곁에 머물며 그 관계가 남긴 의미를 확인했다.
신사종합사회복지관의 ‘청년UP, 신사랑’은 고립·은둔을 경험하는 청년들에게 단계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건강한 일상 회복과 사회 참여의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이번 추모식은 그 과정에서 맺어진 인연이 프로그램의 경계를 넘어 서로의 삶에 깊이 남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사람은 떠나도 함께한 시간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함께 웃었던 순간과 건넸던 말, 서로에게 내밀었던 손길은 남겨진 이들의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이날 청년들이 전한 마지막 인사는 이별의 말인 동시에, 고인이 남긴 마음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함께했던 모든 순간을 기억하겠습니다.”
그 약속 속에서 김태은 청년과 함께한 계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