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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6/10/21 11:13:17  최승천
스님의 마지막 길 밝히는 ‘다비작법’… 한국불교 무형유산으로 지킨다
10월 23일 조계종·국가유산청·동국대 협력 학술대회… 전통 다비의 가치와 전승 방안 논의

원명 스님 “국가무형유산 163건 중 불교무형유산은 11건뿐”… 유형·무형유산 불균형 지적


박경준 동국대 명예교수 등 한·중·일 다비 비교… 염습·연화대 조성 기술도 조명


구전 중심 전승에 단절 우려… 기록화·매뉴얼 마련하고 국가무형유산 지정 추진


▲ 전통 다비작법 학술대회 웹포스터


스님의 마지막 길을 불꽃으로 배웅하는 전통 다비작법(茶毘作法)을 한국불교의 소중한 무형유산으로 보전하고 전승하기 위한 학술 논의가 펼쳐진다. 오랜 세월 사찰과 문중을 중심으로 구전돼 온 다비 의례의 역사적 가치와 독창성을 밝히고, 전승의 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전통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사)전통다비작법보존회(이사장 무공 스님)는 10월 23일 오후 1시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불교무형유산의 보전과 전승: 전통 다비작법, 동아시아 불교전통에서 한국불교 다비’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와 국가유산청, 동국대학교 인도철학불교학연구소(불교무형유산연구소)가 협력해 2021년부터 추진해 온 ‘전국 전통 사찰 무형유산 전수조사’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전국 사찰의 잠재적 불교무형유산 100여 가지 가운데 보존이 시급한 전통 다비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다비는 스님의 법구를 화장하는 의례를 넘어 육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는 불교 수행의 일부다. 그러나 의례의 특성상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절차가 많고, 전승도 스승과 제자 사이의 구전과 실습에 의존해 왔다. 전승 주체가 줄어들거나 의례의 세부 절차가 기록되지 않으면 오랜 전통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존회 이사장이자 백양사 주지인 무공 스님은 개회사에서 다비를 “스님들의 삶과 수행의 마무리를 장엄하는 가장 숭고한 의례이자 독창적인 정신문화의 정수”로 규정한다. 이어 전통다비작법의 국가무형유산 지정은 단순히 문화유산 한 종목을 추가하는 일이 아니라 한국불교의 정신적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과제라고 강조할 예정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치사와 허민 국가유산청장의 축사도 마련된다.

 

기조강연은 조계종 의례위원장이자 보존회 상임이사인 원명 스님이 맡는다. ‘전통다비작법: 불교무형유산 살아 숨 쉬는 오늘의 가치로’를 주제로 불교 문화유산의 보존 현황과 전승 과제를 짚는다. 원명 스님은 국가지정 문화유산 가운데 국보의 52.86%, 보물의 58.24%가 불교유산인 데 비해 국가무형유산 163건 중 불교무형유산은 9개 종목 11건, 6.7%에 그친다는 점을 들어 유형유산과 무형유산 사이의 불균형을 지적한다.

 

원명 스님은 봉은사 생전예수재와 삼화사 수륙재, 봉은사 지화 등의 복원·전승 사례를 살피며 다비작법의 문화적 의미를 설명한다. 다비는 붉은 불꽃을 통해 인간 존재의 무상함을 일깨우고 생명 존중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는 의례라는 것이다. 국가유산청이 2026년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 지정을 위한 조사 계획에 전통다비작법을 포함한 만큼, 학술적 고증과 종단 차원의 협력을 바탕으로 지정 절차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할 예정이다.

 

주제 발표에서는 한국 다비의 의례와 기술을 살피는 한편 중국과 일본의 장례 전통을 비교해 한국불교 다비의 특징을 드러낸다. 박경준 동국대 명예교수는 기조 발제 ‘한국의 다비 전통과 그 불교적 의의’에서 다비의 역사와 불교적 의미를 고찰한다.

 

각진 스님(다비작법보존회 감사)은 ‘다비설행에서 염습작법’을 발표해 다비의 첫 단계인 염습 절차와 법구를 모시는 전통 의례의 원형을 살핀다. 철인 스님(조계종 총무원 감사국장)은 ‘불교 전통 다비장(연화대) 조성 기술의 역사성과 가치’를 통해 사찰과 문중별로 전승돼 온 야외 연화대 축조 방식과 백양사 사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의례뿐 아니라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전통 건축·조성 기술도 보전 대상임을 밝힌다.

 

황근식 동국대 연구자는 ‘현대 한국불교의 다비설행 현황과 발전 방안’에서 전국 사찰의 다비 실태를 분석하고, 도제식 전승의 한계를 보완할 기록화와 아카이빙, 현대 환경 기준과의 조화 방안을 제안한다. 곽뢰 동국대 연구자는 ‘중국불교 다비의 현황 고찰’에서 중국의 다비 전통이 역사적·사회적 변화 속에서 겪은 단절과 변화를 살핀다. 이태승 전 위덕대 교수는 ‘현대 일본 승려의 장례법에 대한 고찰’을 통해 현대식 화장시설 이용이 일반화된 일본의 사례를 분석하고, 한국의 야외 연화대 전통이 지닌 희소성을 조명한다.

 

발표 뒤에는 금강 스님(중앙승가대)을 좌장으로 종합 좌담회와 토론이 이어진다. 무공 스님과 원명 스님을 비롯해 혜일 스님(해인사 주지), 도신 스님(수덕사 주지), 정오 스님(범어사 주지), 성원 스님(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수경 스님(전국비구니회 수석부회장) 등 보존회 이사 스님들이 참여해 종단 차원의 지원과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위한 실천 방안을 논의한다.

 

전통다비작법보존회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나온 고증과 현장의 제안을 토대로 의례의 매뉴얼화와 기록화 사업을 추진하고,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위한 조사에도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다비를 과거의 장례 의식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한국불교의 세계관과 수행 정신을 담은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이 이번 논의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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