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호 스님 “산사음식은 공덕과 나눔의 음식… 자연과 모든 생명 살려야”
법해 스님 “음식은 몸을 돌보고 마음을 맑히는 약”… 수행의 가치를 일상으로
연잎밥 만들고 전통차 나누며 세대·국적 넘어 소통… 장학금 1000만원·백미 2t 자비나눔
오후엔 ‘2026 IFWY 은평 컨퍼런스’ 회향… 세계 청년들, 공존과 지속 가능한 미래 위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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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년고찰 진관사가 10월 31일 대웅전 앞마당과 경내 일원에서 ‘2026 국민행복 진관사 웰니스 대축제’를 열었다. |
가을 산사의 맑은 공기 속에서 사람들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눈을 감고 자신의 호흡에 귀를 기울였다. 누군가는 두 손으로 연잎을 펼쳤고, 누군가는 그 안에 찹쌀과 콩, 대추를 정성껏 담았다. 한 끼의 음식을 만드는 일이었지만, 그 속에는 자신을 돌보고 이웃을 생각하며 자연의 은혜를 되새기는 수행의 뜻이 깃들어 있었다.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 모인 1200여 명의 시민은 그렇게 음식과 명상을 매개로 서로의 마음을 나눴다. 몸을 건강하게 하는 일과 지구를 살리는 일이 둘이 아니며,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꾸는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가르침도 함께 새겼다.
천년고찰 진관사가 10월 31일 대웅전 앞마당과 경내 일원에서 개최한 ‘2026 국민행복 진관사 웰니스 대축제’는 불교의 생명존중 사상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자리였다. 은평구민을 비롯한 서울시민과 국내외 청년 100여 명이 동참해 명상과 사찰음식, 전통문화 체험을 즐기며 건강한 삶과 환경보호의 가치를 나눴다.
‘마음의 정원’을 모토로 도심 포교에 힘써 온 진관사는 사찰음식에 담긴 수행 정신을 바탕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 이웃과의 나눔, 자연과의 공존을 함께 모색해 왔다. 올해 축제 역시 단순한 먹거리 행사를 넘어, 불교의 지혜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오전 10시, 국악인 최예림의 ‘아름다운 나라’ 공연으로 축제의 막이 올랐다. 진관사 소개 영상에 이어 주지 법해 스님이 인사말을 전했고, 내빈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진관사 총무 덕현 스님은 국민행복을 기원하는 축원 화청으로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혜주 스님은 명상으로 참석자들을 이끌었고, 사찰음식 명장인 회주 계호 스님은 산사음식 강연을 통해 음식에 깃든 불교의 가르침을 들려줬다. 사찰음식 장인 성돈 스님의 시연에 이어 발우공양과 사찰음식 맛보기도 진행됐다.
주지 법해 스님은 이날 인사말에서 사찰음식에 담긴 평등과 청결, 절약과 복덕, 생명존중의 정신을 강조했다. 스님은 “사찰음식은 평등과 청결, 절약과 복덕, 생명존중의 정신이 담긴 소박한 수행음식”이라며 “한 끼의 공양에는 자연의 은혜와 수많은 이들의 감사와 정성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절에서는 한 끼의 식사를 공양이라 부르며, 몸을 돌보고 마음을 맑히는 약으로 여긴다”고 했다.
음식을 대하는 태도는 곧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가르침이었다. 필요한 만큼 먹고 음식을 남기지 않는 일, 식재료를 길러낸 자연과 수많은 사람의 노고를 기억하는 일에서부터 세상을 건강하게 만드는 실천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법해 스님은 “오늘 여러분들이 함께한 공양이 우리 삶과 세상을 더욱 건강하고 평화롭게 가꾸어 가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선명상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 하늘의 맑은 에너지를 가득 충전하셔서 날마다 날마다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린다”고 축원했다.
진관사가 사찰음식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뜻은 회주 계호 스님의 강연에서 한층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오랜 세월 사찰음식의 전승과 대중화에 힘써 온 계호 스님은 음식이 몸을 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음을 맑히며 자연의 생명을 지키는 길이 돼야 한다고 설했다.
계호 스님은 “몸의 주인은 마음이며, 마음의 스승은 몸”이라며 “산사음식은 건강식이고 공덕의 음식이자 나눔의 음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몸도 살리는, 자연이 살아 있는 최고의 음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산사음식을 드시며 몸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시길 기원한다”고 했다.
건강하게 사는 방법에 대한 조언도 건넸다. 스님은 “조금 먹고, 채소를 드시고, 많이 웃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소박한 식생활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건강을 지키는 바탕이라는 뜻이다.
계호 스님이 강조한 산사음식의 정신은 진관사가 2007년부터 이어온 실천과도 맞닿아 있다. 진관사는 사찰음식연구소를 중심으로 발우공양과 사찰음식의 가치를 알려 왔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절제와 감사, 나눔을 실천하고, 식탁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모색해 온 것이다.
이날 경내 곳곳에서는 그 가르침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극락보전 앞에서는 선명상 체험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자연 속에서 호흡과 몸의 감각을 살피고,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으며 고요한 시간을 보냈다.
향적당 앞에서는 산사음식 전시와 맷돌 체험, 건강한 사찰음식 체험, 전통차 시음, 오색실 묶기가 이어졌다. 홍제루에서는 지화 만들기 체험이 진행됐고, 전통문화전승교육관에서는 지화 전시가 관람객을 맞았다. 참가자들은 음식과 차, 꽃을 매개로 한국 불교의 전통문화를 가까이에서 만났다.
특히 연잎밥 만들기 체험은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연잎과 찹쌀, 잣, 대추, 은행, 검은콩 등 재료를 하나씩 살펴보고 직접 밥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찰음식의 조리법과 연꽃의 의미를 배웠다. 평범해 보이는 곡식과 열매도 자연의 은혜 없이는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에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 끼의 식사를 귀하게 여기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은 국적과 세대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축제의 뜻은 이웃을 향한 자비나눔으로도 이어졌다. 진관사는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 10명에게 각각 100만원씩, 총 10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은평구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 소외계층을 위한 백미 2000㎏도 지원했다. 몸과 마음을 돌보는 웰니스의 의미를 개인의 건강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이웃의 삶을 보듬는 실천으로 확장한 것이다.
법해 스님은 축제를 앞두고 “진관사 회주 계호 스님께서 2007년부터 사찰음식연구소를 설립하시고 발우공양 전시를 하면서 내 몸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는 환경밥상, 사회적 밥상운동의 웰니스 운동을 실천해 오셨다”며 “오늘 그 정신을 이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을 햇살 아래 펼쳐진 축제는 음식 한 그릇에 담긴 감사가 이웃을 향한 나눔으로, 다시 자연을 지키는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많이 소유하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 취하고, 더 많이 먹는 것보다 함께 나누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때로는 멈춰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일. 진관사가 이날 전한 웰니스의 가르침은 거창한 구호보다 일상의 작은 변화에 가까웠다.
한 끼의 공양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나와 이웃, 지구의 건강을 함께 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 진관사의 가을 산사는 그 소박하지만 깊은 진리를 시민들의 손과 마음에 담아 돌려보냈다.
세계 청년들, ‘은평선언문’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제안
“구파발-진관사-은평한옥마을을 잇는 관광 콘텐츠 개발을”
이날 오후 3시에는 진관사에서 ‘2026 IFWY 은평 컨퍼런스’ 폐회식이 열려 한 달간 이어진 국제 청년 교류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진관사는 은평구가 주최한 이날 행사를 지원했으며, 법해 스님과 김미경 은평구청장, 신윤경 은평구의회 의장 등도 참석해 행사를 축하했다.
국내외 청년 100여 명은 현장 스케치 영상과 축하공연을 함께하고, 논의의 결과를 담은 ‘은평선언문’을 발표했다. 청년들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창작물에는 그 사실을 명확히 밝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평화교육 확대와 갈등 해결 과정에 청년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도 촉구했다.
은평 지역 청년들은 청년 채용 기업 유치와 유휴공간의 창업 공간 활용, 고립 청년을 위한 복지 확대 등을 제안했다. 구파발과 진관사, 은평한옥마을을 잇는 관광 콘텐츠 개발도 과제로 제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으며, 참가자들은 지난 9월 30일부터 은평 아카데미와 글로벌 다이얼로그 등을 거쳐 ‘문화, 우리 공동의 미래’를 주제로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은평구는 은평선언문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교육부, 국회 등에 전달하고, 은평청년선언문은 관련 부서 검토를 거쳐 청년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오전 웰니스 축제가 한 끼의 공양과 명상을 통해 생명과 자연의 공존을 일깨웠다면, 오후 청년들의 선언은 문화와 기술, 지역사회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 서로 다른 세대와 문화가 한 공간에서 만난 이날 진관사에는 자신을 돌보는 마음에서 출발해 이웃과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공존의 메시지가 함께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