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국악·춤·해설 어우러져 200여 사부대중에 감동 선사
“종교 초월한 예술로 인연법 전하고 전통문화 가치 되살릴 것”
무료급식·원각사 재건 이어 생활불교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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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심곡암은 11월 1일 서울 성북구 북한산 형제봉 아래 경내에서 ‘서울 시민과 함께하는 전통문화축제-향연(香煙)’을 개최했다. |
조선 왕실의 비운을 간직한 신덕왕후의 넋을 위로하는 향연이 북한산 산사에 펼쳐졌다. 왕실다례와 전통 국악, 춤과 해설이 어우러진 무대는 역사의 한을 불교의 자비와 해원의 정신으로 보듬으며 사부대중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산사에서 펼쳐진 진혼극은 전통문화와 불교가 만나 빚어낸 새로운 문화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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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경 스님의 인사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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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람합창단의 음성공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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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현 김영배 국회의원 부인의 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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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철 국민의 힘 성북갑 당협위원장의 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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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한민 영화감독의 축사 |
서울 심곡암(주지 원경 스님)은 11월 1일 서울 성북구 북한산 형제봉 아래 경내에서 ‘서울 시민과 함께하는 전통문화축제-향연(香煙)’을 개최했다. 성북구사찰연합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현근 스님(봉국사 주지), 동희 스님(조계종 비구니 어산어장), 지산 스님(영불사 주지), 원상 정사(진각종 총무부장) 등 지역 불교계 인사와 이승로 성북구청장, 김남근 국회의원, 김한민 영화감독을 비롯해 사부대중 200여 명이 참석했다. 비가 내려 공연 장소는 야외 너럭바위에서 대웅보전으로 변경됐지만, 관객들은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공연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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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경 스님이 공연에 앞서 신덕왕후와 불교의 인연을 되새기며 감회를 밝히고 있다. |
‘향연’은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 강씨의 삶과 정릉의 유래를 조명한 50여 분 분량의 종합 창작극이다. 태조를 도와 조선 건국에 힘을 보탰지만 41세에 세상을 떠난 신덕왕후는 사후 정릉이 정동에서 성북동으로 옮겨졌고, 왕권을 둘러싼 갈등 속에 두 아들마저 목숨을 잃는 비극을 겪었다. 작품은 왕실의 역사에 남은 이 같은 한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진혼극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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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용단원들이 춤 공연 |
특히 3년 전부터 지난해까지 흥천사에서 봉행한 왕실다례를 바탕으로 전통 의례와 불교의 천도의식, 국악과 연희를 하나의 무대에 녹여냈다. 조선왕실 후손 이준 황손이 직접 출연했으며, 민은경 명창의 소리와 거문고·대금 등 전통악기의 생생한 연주가 어우러졌다. 향을 피울 때 피어오르는 연기가 이승과 저승을 잇는 매개라는 상징을 통해 망자의 넋을 달래고, 화해와 평안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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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용단원들이 춤 공연 |
행사를 마련한 원경 스님은 신덕왕후와 불교의 인연을 되새기며 감회를 밝혔다. 스님은 “첫 왕실다례를 흥천사에서 봉행할 때 신덕왕후의 신위를 모신 곳이 있다는 각밀 스님의 설명을 듣고 직접 신위와 위패를 써서 모시고 다례를 올렸다”며 “신덕왕후가 불공을 올렸던 원각사·흥천사·흥덕사와 인연을 살펴온 가운데, 오늘 그 능이 있는 정릉 인근 심곡암에서 왕실다례가 녹아든 ‘향연’을 공연하게 돼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문화와 불교정신이 만나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원경 스님은 앞서 “예술은 종교와 계층을 초월한다”며 “음악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세상 만사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불교의 인연법도 되새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스님이 강조해 온 것은 불교의 사회적 역할이다. 기도와 수행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와 역사, 이웃의 삶 속에서 불교의 가르침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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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세영 작가(왼쪽)가 극본과 연출을 맡은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향연’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김세영(광명혜) 작가는 향연을 “향의 연기를 타고 망자의 영혼이 오가거나 하늘로 오른다는 상징에서 착안한 작품”이라며 “신덕왕후의 해원을 통해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원경 스님의 행보는 무대 밖에서도 이어진다. 스님은 2015년부터 서울 종로3가 탑골공원 인근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운영을 이어오며 하루 300여 명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역사적 의미가 깊은 원각사 재건에도 힘을 보태왔다. 이번 ‘향연’ 역시 문화예술을 통해 불교의 자비와 인연의 가르침을 사회와 나누려는 실천의 연장선에 있다.
역사의 아픔을 향과 소리로 어루만진 산사의 무대. 신덕왕후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극은 과거의 한을 오늘의 공감으로 바꾸며, 전통문화와 불교가 시민의 삶 속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