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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시: 2026/11/03 16:09:04  최승천
천년 전 돈황의 기록, 사경에 새겨진 문명의 흔적을 읽다
국립중앙박물관, 11월 6일 돈황 불교 사경 국제학술심포지엄 개최

국내 소장 사경 5권 한자리에…전래 경위부터 종이 재질까지 조명


수나라 때 필사한 『대지도론』의 의미와 사경 발원 배경 살펴


중국 둔황연구원 연구자 특별강연…누구나 무료로 참여 가능


▲ 국제학술심포지엄 포스터


천년 전 실크로드의 교차로에서 만들어진 불교 문헌은 어떤 사람들의 손을 거쳐 오늘날까지 전해졌을까. 경전을 베껴 쓰는 행위에는 신앙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사회문화, 지식의 유통 방식도 담겨 있다. 국내에 남아 있는 돈황 불교 사경의 역사와 가치를 살펴보는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특별공개전 ‘천년의 봉인을 열다-돈황 불교 사경 소장품 특별공개’와 연계해 오는 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 소강당에서 국제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박물관 소장품을 비롯해 국내에 전하는 돈황 사경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문헌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다각도로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돈황은 중국 간쑤성에 자리한 오아시스 도시로, 동서 교역로인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이었다. 이곳에서 발견된 고대 문헌과 불교 사본은 종교와 사상은 물론 동아시아의 문화 교류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이번 특별공개전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돈황 불교 사경 네 권과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한 한 권 등 모두 다섯 권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공개된다. 전시는 내년 1월24일까지 이어진다.

 

심포지엄에서는 국내 전문가 네 명이 발표와 지정토론을 통해 사경의 제작 배경과 국내 전래 과정, 물질적 특성, 국내 소장 현황 등을 짚는다.

 

첫 발표는 이상엽 서울대 철학과 교수가 맡는다. 주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대지도론』 사경의 목적’이다. 수나라 때인 593년에 필사된 이 불교 논서를 중심으로, 왜 경전이 아닌 논서를 베껴 썼는지, 돈황 지역의 재가 신도는 어떤 목적으로 사경을 발원했는지 살펴본다. 불교 문헌의 제작을 종교적 실천에만 한정하지 않고 당시 사회와 신앙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다. 이상민 인제대 화쟁인문학연구소 교수가 토론에 나선다.

 

권영우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돈황 불교 사경의 전래 경위와 특징’을 발표한다. 2025년 관련 소장품을 조사하고 보고서를 펴내며 추적한 사경의 전래 경로와 세계 각지에 흩어진 유사 자료와의 비교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이태희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이 토론을 맡는다.

 

사경을 종이와 제작 기술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발표도 마련됐다. 박미선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돈황 불교 사경의 형태학적 특성 및 지질 분석’을 주제로, 지난해 보존처리 과정에서 축적한 종이 재료와 제작 방식에 관한 분석 결과를 공개한다. 문헌의 내용을 읽는 데서 나아가 종이의 물성과 제작 흔적을 통해 사경이 만들어진 과정을 복원하려는 연구다. 박경임 국립한글박물관 주무관이 토론자로 참여한다.

 

정광훈 단국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는 ‘한국 소재 돈황 사본의 소장 상황과 향후 과제’를 발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뿐 아니라 국내 기관과 개인이 보유한 다른 돈황 사본의 현황을 살피고 앞으로의 조사·연구 과제를 제시한다. 최연식 동국대 사학과 교수가 토론을 이어간다.

 

마지막 순서에서는 중국 둔황연구원 둔황문헌연구소의 펑샤오징(彭曉靜) 연구자가 ‘돈황 사본: 천년의 사경에 아로새긴 문명의 흔적’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한다. 돈황 사경의 가치와 의미, 향후 연구 방향을 현지 연구자의 시각에서 들려줄 예정이다. 강연은 순차 통역으로 진행된다.

 

이번 심포지엄은 사전 신청 없이 현장에서 선착순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행사가 중앙아시아학과 문헌학, 불교학, 미술사학 등 여러 학문 분야의 연구를 잇고, 국내에 전하는 돈황 사본의 현황과 의미를 시민들과 나누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천년의 시간을 건너온 사경은 오래된 종교 문헌을 넘어, 문명이 기록되고 전승된 과정을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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