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불가부터 국악·가요·트로트까지 4부 구성… 80분간 풍성한 음악 잔치
30여 명 남성 불자들의 음성공양… 종교와 세대의 벽 허무는 화합의 무대
양하영밴드·국제선센터 합창단 특별 출연… 전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하는 피날레
전석 무료 초대, 445석 개방… 음악으로 실천하는 부처님의 동체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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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불남성합창단 제14회 정기연주회 공식 포스터.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흰 연꽃에 수행과 희망의 노래를 담았다.(사진=선불남성합창단, 이하 같음) |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그 향기는 세상을 향한다. 남성들의 묵직한 목소리도 그렇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한데 모아 낸 화음은 때로는 장엄한 법음(法音)이 되고, 때로는 이웃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위로가 된다.
불교계 대표 남성합창단인 선불남성합창단(단장 배봉윤)이 노래로 자비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다. 합창단은 오는 11월 20일 오후 7시 서울 동작구 원불교 소태산기념관 1층 소태산홀에서 제14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연꽃처럼 피어나는 남성 합창의 법음'이라는 무대의 취지처럼 찬불가의 깊은 울림에서 국악의 흥, 대중가요의 서정, 트로트의 신명까지 아우르는 80여 분의 음악 향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종교와 세대의 경계를 허문 '열린 음악회'라는 점이다. 불교 합창단이 원불교 공연장에서 노래하고, 찬불가와 대중가요를 한 무대에 올린다. 특정 종교의 신도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불자는 물론 지역 주민과 음악을 사랑하는 누구나 함께할 수 있도록 객석 445석을 전석 무료로 개방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동체대비(同體大悲), 즉 이웃의 기쁨과 아픔을 나누는 자비를 노래로 실천하겠다는 뜻이다. 음악에는 종교의 문턱도, 세대의 장벽도 없다는 메시지를 무대 위에서 들려주려는 것이다. 이번 연주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2026년 불교문화행사(사회통합행사)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으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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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년 제13회 정기연주회 1부 찬불가 무대. 연꽃이 피어난 스크린 아래 단원들이 장엄한 화음을 올리고 있다. |
공연은 모두 4부로 구성된다. 첫 무대는 찬불가다. '그리운 연꽃이여'를 시작으로 '흔들리며 피는 꽃', '영겁을 하루같이', '그 길을 따르리라'가 차례로 울려 퍼진다. 삶의 풍파 속에서도 깨달음의 꽃을 피우고 부처님의 길을 따르겠다는 서원을 남성 4부 합창의 묵직한 화음에 담는다. 고요하면서도 장중한 선율이 객석을 법당의 맑은 울림처럼 물들일 전망이다.
이어 국제선센터 합창단이 우정 출연해 불교음악을 통한 교류와 화합의 의미를 더한다. 2부에서는 국악곡 '신뱃놀이'가 분위기를 바꾼다. 힘찬 노랫가락과 생동감 넘치는 리듬에 피아노 반주가 어우러져 우리 가락 특유의 흥과 희망을 전한다. 초대 손님인 양하영밴드도 무대에 올라 밴드 특유의 풍성한 사운드로 공연에 색다른 활력을 불어넣는다.
3부는 추억과 서정이 흐르는 가요 무대다. '그대 내게 다시', '그때 그아인', '사랑했어요', '안개' 등 귀에 익은 노래들이 관객의 기억을 두드린다. 특히 바리톤과 베이스의 깊고 부드러운 음색은 노래에 담긴 애틋함과 그리움을 한층 짙게 전한다. 종교음악에서 출발한 공연이 일상의 감성과 맞닿는 순간이다.
마지막 4부는 가요메들리와 트로트메들리로 꾸며진다. 최신 인기곡과 친숙한 트로트 선율에 단원들의 익살스러운 군무와 재치 있는 소품까지 더해진다. 앞선 무대의 경건함은 흥겨운 축제의 열기로 바뀐다. 무대와 객석이 함께 웃고 박수를 치며 하나 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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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3회 정기연주회 2부 무대. 피아노와 함께 삶과 가족을 노래했다. |
대미는 '다 같이 불러요' 코너가 장식한다. '인생'에 이어 좋은벗 풍경소리 이종만 선생의 작품인 '꿈 찾아 가리라'를 전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 부른다. LED 전광판에 가사가 띄워져 관객도 자연스럽게 노래에 참여할 수 있다. 객석은 더 이상 관람석이 아니다. 모두가 공연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2007년 4월 창단한 선불남성합창단은 조계사 '거사 찬불가 교실'에서 출발했다. 특정 사찰이나 종단에 소속되지 않은 순수 민간 비영리 합창단으로,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남성 불자 약 30명이 테너·바리톤·베이스의 4부 화음을 만들어 간다.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주말마다 모여 노래를 연습하는 이들에게 합창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목소리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음성공양(音聲供養)이자 수행의 한 방식이다.
창단 때부터 민선희 상임지휘자가 이끌어 온 합창단의 무대 이력도 만만치 않다. 국가브랜드연주회 '네 줄기 강물이 바다로 흐르네'의 '화엄' 협연을 비롯해 KBS 국악관현악단의 '국악, 불교와 통하다', 정명훈 지휘의 아시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의전당 공연,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창단 50주년 기념공연 '금시조' 등 굵직한 무대에 섰다. 찬불가 음반 녹음과 부처님오신날 연등회 참여는 물론 군법당과 병원, 복지시설을 찾아가는 자비나눔 공연도 꾸준히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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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단 초기부터 합창단을 이끌어 온 민선희 상임지휘자. |
지난해 제13회 정기연주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에는 400여 명의 관객이 몰려 객석을 가득 채웠다. 남성합창 특유의 웅장함과 친숙한 트로트 메들리가 어우러져 불교음악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는 그 감동을 지역사회 전체로 넓히겠다는 각오다.
노래는 마음과 마음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서로 다른 종교와 세대, 살아온 환경이 달라도 한 곡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순간만큼은 같은 마음이 된다. 30여 명의 남성이 주말마다 다듬어 온 화음이 올가을 어떤 울림으로 번져갈지 기대를 모은다.
공연은 11월 20일 오후 7시 시작하며 약 80분간 인터미션 없이 진행된다. 객석은 오후 6시 20분부터 개방한다. 입장료는 없다. 연꽃처럼 피어난 노래가 이웃의 마음에 자비와 희망의 향기를 전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