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성보 문화재의 최고 백미인 반가사유상을 위한 전용전시공간 확보와 승려 장인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개최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은2월 3일 신년기자 간담회를 열고, “사람을 다시 보다, 세상을 연결하다, 내일을 준비하다” 라는 슬로건으로, 코로나-19로 절반 이상 휴관했던 작년의 어려움을 딛고 도약을 준비하는 새해 업무 계획을 발표했다. 사회 전반이 멈추고 서로 거리를 두게 되었지만, 그렇기에 박물관은 보고 경험한 것을 소통하고 공유하며 공감할 수 있도록 세상을 연결하는 공간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작년 11월 취임 후, 앞으로의 박물관 운영 방향을 고민해 온 민병찬 관장은 “올해 박물관 전시와 교육은 사람을 생각하고 사람과 사람, 세상과의 연결을 고민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는 곧 포스트코로나로 대변되는, 달라진 내일을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위로와 회복의 힘을 주는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상설전시 운영과 특별전 개최, 교육 프로그램, 디지털 기술 활용과 온라인 콘텐츠 기획 등 박물관이 수행해 온 기본 사업들을 최근 변화하고 있는 사회 환경 속에서 기초부터 다시 생각하고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미이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핵심 사업으로 “반가사유상 전용 전시공간 조성”, “국가 문화유산 보존 및 검증을 위한 문화유산 과학센터 설립”, “기증관 공간 개편”, “어린이박물관 확대개편 계획 수립”, “지역활성화를 위한 소속박물관 지원 확대”를 내세웠다.
특히 국보 제78호와 제83호 반가사유상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장 사랑받는 전시품이지만, 두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는 기회는 2차례에 그쳤다(2004년, 2015년). 또한 현재의 반가사유상 전시실은 상설전시관 3층 불교조각실 안에 있어 미리 알고 찾아가지 않으면 잘 모른 채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중앙박물관은 두 반가사유상을 2층 기증관 입구, 약 440㎡ 규모의 전용 공간에 새롭게 전시하여,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문화재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할 예정이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전시실처럼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누구라도 반드시 들러야 하는 상징적인 장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반가사유상의 오묘한 미소와 사유의 철학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전시될 때마다*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박물관은 시공을 초월하여 감동과 영감을 주는 인류 문화유산으로서 반가사유상이 지닌 보편적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현대적인 건축미가 어우러진 공간을 조성하여 두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올해 10월, 관람객들은 새로운 공간에서 두 점의 반가사유상을 마주하면서, 과거에서 현재를 보고 미래를 그리는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과 최신 보존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 문화유산 검증 시스템 구축은 박물관이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영역이다. 올해 건축 설계를 완료하고 착공하게 되는 “문화유산 과학센터”는 그 첫걸음이 된다. 박물관 건물 북쪽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연면적 9,350㎡)로 건립하며, 이에 걸맞은 조직체계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빈발하는 문화재 진위 논란과 분쟁 속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가치 판단을 위해서는 과거처럼 개인의 안목과 경험에 의존하기보다는 공신력 있는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 박물관은 문화재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 축적과 신뢰성 있는 분석이 우선 필요하다고 보고, 보존과학 역량과 기술을 바탕으로 문화재 분석 정보를 종합하려고 한다. 이는 문화재 검증의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기 위함이다.
소장품에서 시작하여 점차 체제를 갖추고 범위를 넓혀 국내외 문화재의 보존과학 정보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장기 목표다. 박물관은 CT, X-ray 등 과학적 조사 기법으로 금동불상 등 약 250건에 대한 내부구조 및 제작기법을 밝히고, 3D 스캔으로 60여건의 원형자료 정보를 구축하고 있으며, XRF, nano CT를 이용한 전통회화 안료 분석 약 120건을 축적하고 있다. 앞으로는 빅데이터 구축을 위해 그 규모를 확대할 것이며, 이외에도 목재 유물의 수종 분석, 연륜연대 측정 데이터 확보 등 재질에 따라 검증 시스템 구축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24년에 완공 예정인 문화유산 과학센터가 그 중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국립박물관 보존과학의 역량이 공공에 더욱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성장을 기대한다.
중앙박물관을 찾아오는 관람객 중 기증관 관람을 미리 계획하고 오는 사람은 불과 1.6퍼센트에 불과하다(‘18년). 잘 모르고 관심도 많지 않다는 뜻이다. 2005년 개관할 때부터 전시실 명칭이 기증자 이름으로 되어 있어, 어떤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적극적인 관람 계획도 세우기 어렵다. 기증품을 종류별로 단조롭게 배열한 전시 구성, 다른 전시관에 비해 노후화된 설비 등도 아쉬웠다.
중앙박물관은 올해부터 기증관을 점진적으로 개편하여 관람객이 보고 싶어 하고, 관람 후에는 기증자의 삶과 기증의 의미에 감동하는 전시관을 만들고자 한다. 기증자 예우를 위한 ‘기증자의 전당’을 만들고(‘22년 완료), 기증자의 삶과 이야기가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여 대표 기증품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는 그 시작으로 구체적인 공간구성을 설계하고 기증 스토리를 담은 영상 등을 제작할 계획이다. 기증자 중심 전시실을 점차 전시품 특성에 따른 주제별 전시로 전환하는 장기 계획도 수립한다. 기증관 개편이 관람객에게 만족스러운 전시를 제공하면서도 문화재 기증의 큰 뜻을 높이고 기증 문화가 뿌리 내리게 되는 밑바탕이 되기를 기대했다.
중앙박물관이 준비하는 내일의 중심에는 미래의 고객인 어린이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관 안쪽에 자리 잡은 어린이박물관은 늘 북적인다. 공간의 제약으로 사전예약으로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있어, 원하는 시간에 들어가려면 한참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이용하는 어린이와 보호자들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중앙박물관은 보다 쾌적한 관람환경과 미래의 역할을 고려하여 현재의 어린이박물관을 2배 이상 확장하여 1일 최대 5,000명(현행 2,300명)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규모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한국문화와 함께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마련할 계획이다. 박물관은 내일의 주인공인 이들이 넓은 세상에서 과학, 예술, 생태, 환경 등 상생의 이슈와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역 주민의 문화 향유권을 향상시키고 소속 박물관을 지역 문화 활성화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13개 소속박물관 특성화 사업 등에 대규모 예산을 지원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소속박물관을 꾸준히 늘려오면서 지역의 문화기반 시설 확충에 기여해 왔다(2013년 나주, 2020년 익산 개관, 2025년 국립진주박물관 신축 이전건립, 2026년 국립충주박물관 신규 건립 예정). 전시관 중심이었던 기존의 박물관 공간에는 어린이박물관, 공연, 문화행사 등에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관을 증설하여 지역의 다양해진 문화 수요에 대응하도록 했다. 올해는 제주와 익산의 복합문화관, 춘천 어린이박물관 개관 등으로 그 결실을 맺는다.
시설 확충에 더해 올해는 소속박물관 브랜드 특성화, 지역 박물관 협력망 구축, 스마트 박물관을 위한 소장품 자료 아카이빙 등에 171억원을 비롯하여, 온라인 전시 및 영상 제작 등 디지털 콘텐츠 강화에 30억원 등 총 250억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 예산을 지원한다. 쾌적한 공간과 최신 설비를 갖춘 박물관 공간에서 지역 공동체에 기여하는 지역 문화 전시, 지역 내 공사립 박물관과 협력하여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등을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역이 가진 고유의 문화를 박물관 콘텐츠와 융합하고 지역 주민의 삶에 스며들어, ‘우리 동네 박물관’으로서 소속박물관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했다.
김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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