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덕운·돈관·인구 스님 등 축사…“위대한 불화 세계, 감동과 연민”
고려불화 희소성 속 ‘맥 잇는 작업’ 재조명
“불화 아닌 화불…수행으로 완성된 예술”
10월 12일까지 무료 전시…대전집도 함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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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30일 열린 ‘붓끝으로 나투신 천년의 장엄, 고려불화대전’ 개막식에서 내빈들이 축하 테입을 절단하고 있다. 배경에 5m 높이의 아미타내영상(왼쪽)과 수월관음도가 보인다. |
서울 도심 한복판에 천년의 불심이 내려앉았다. 반세기 동안 고려불화의 맥을 잇는 데 평생을 바쳐온 월제 혜담 스님의 대규모 개인전 ‘붓끝으로 나투신 천년의 장엄, 고려불화대전’이 9월 30일 세종문화회관 제1미술관에서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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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m 높이의 오백나한상 |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을 압도하는 것은 높이 5m에 달하는 대작들이다. 수월관음상과 아미타내영상, 오백나한상 등 거대한 화면은 단순한 회화를 넘어 하나의 장엄한 법계(法界)를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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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요 내빈들이 삼귀의례를 하고 있다. |
개막식은 삼귀의와 묵념으로 시작된 엄숙한 의식 속에서 진행됐다. 수덕사 문장 설정 스님과 쌍계사 회주 덕운 스님, 동국대 이사장 돈관 스님, 보문종 총무원장 인구 스님을 비롯해 주호영 국회의원, 윤재웅 동국대 총장, 류완하 동국대 WISE캠퍼스 총장, 이병선 속초시장 등 불교계 원로와 학계,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혜담 스님의 오랜 수행과 예술 세계에 경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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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덕사 문장 설정 스님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축사에 나선 수덕사 문장 설정 스님은 “부처와 보살, 육도의 세계를 만다라처럼 불화에 담아낸 스님의 폭넓은 세계는 참으로 위대할 정도”라며 “이번 전시는 그동안의 노고를 집약한 결정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마지막 전시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깊은 연민과 감동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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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쌍계사 회주 덕운 스님 |
쌍계사 회주 덕운 스님 역시 “비구니 스님으로서 불화를 조성한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이라며 “그럼에도 끝까지 이 길을 지켜낸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재가자와 출가자가 함께 불교미술을 발전시키는 것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고 새의 두 날개와 같다”며 이번 전시의 의미를 강조했다.
덕운 스님은 이어 “혜담 스님은 반세기 동안 중생을 구제하려는 자비의 세계를 진실한 마음으로 담아냈다”며 “루브르 초청 전시까지 이어진 그 위대한 여정은 한국 불교미술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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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문종 총무원장 인구 스님 |
보문종 총무원장 인구 스님은 “철학과 신앙, 사회와 삶의 흔적이 작품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며 “고려불화 재현을 위해 혼신을 다한 스님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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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국대 이사장 돈관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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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재웅 동국대 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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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선배 동국대총동창회장 |
동국대 이사장 돈관 스님은 “동국에서 갈고닦은 원력이 향기로 피어났다”고 했고, 참석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혜담 스님의 작업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수행의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전시는 고려불화의 희소성을 다시 일깨우는 자리이기도 하다. 현재 전 세계에 남아 있는 고려불화는 약 160점, 국내에는 20여 점에 불과하다. 대부분 해외로 유출됐거나 훼손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혜담 스님은 도상과 재료, 전통 제작기법을 집요하게 연구하며 끊어진 맥을 되살려왔다. 배채 기법과 천연 안료의 중첩, 금니 문양 등 고려불화 특유의 표현을 치밀하게 복원한 작업은 학문적·예술적 성취를 동시에 이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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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담 스님이 참석 내빈들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선다. 섬세한 선묘와 깊이 있는 색채, 치밀한 화면 구성은 고려불화의 정수를 현대에 되살린다. 특히 5m에 이르는 대작에서도 인물의 표정과 문양 하나하나가 흐트러짐 없이 살아 있어 관람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화면을 가득 채운 오백나한의 다양한 표정과, 금빛 문양 속에 스며든 관음보살의 자비로운 시선은 보는 이의 마음을 자연스레 끌어당긴다.
혜담 스님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천이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된다”며 “나는 그것을 부처님을 모시는 바탕으로 보고 그 위에 부처를 새긴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시대에는 그림을 부처로 모셨기에 ‘불화’보다 ‘화불’이라는 표현이 맞다”며 “이 작업은 예술을 넘어 수행”이라고 강조했다. 또 “고려불화와 청자, 금속활자, 고려대장경을 함께 이해할 때 우리 역사를 온전히 볼 수 있다”며 “종교를 넘어 문화유산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혜담 스님의 반세기 외길 수행이 응축된 자리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독한 연구, 그리고 쉼 없는 붓질이 쌓여 오늘의 장엄을 이뤘다. 불모(佛母)로서 한 생을 바쳐온 그의 노고는 작품 곳곳에서 묵직한 울림으로 전해진다. 전시와 함께 발간된 ‘고려불화 대전집’ 역시 그 결실을 집대성한 기록이다.
천년의 시간을 건너온 불심이 다시 빛을 발하는 현장. 고려불화대전은 10월 12일까지 이어진다. 무료로 개방된 전시장은 연일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며, 오래된 전통이 오늘의 감동으로 되살아나는 순간을 증명하고 있다.
글=최승천 기자
사진=이한규 기자